DVD타이틀 할인판매가 접입가경이다. 상반기 워너홈비디오코리아가 DVD타이틀 할인판매를 처음으로 실시한 이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10여개에 이르는 제작사들이 줄줄이 할인판매를 내걸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단독으로 진행한 이벤트까지 감안하면 이제는 할인판매가 일상화된 느낌이다.
물론 구매자들은 원하는 타이틀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으며, 공급사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타이틀을 판매할 수 있으므로 할인판매로 누릴 수 있는 장점도 많다. 그러나 가격경쟁만 부각되는 이같은 판매기법은 정가 타이틀의 가치를 하락시켜 전체적인 수익성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부정적이다.
모 업체의 경우 지난해보다 3배에 가까운 DVD타이틀을 판매했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떨어졌다. 매출규모는 크게 늘었지만 자금이 없어 외부에 꾸러 다녀야 할 판이다. 할인판매로 인해 외형적인 효과는 봤지만 실속은 못챙긴 것이다. 다른 업체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인터넷 DVD쇼핑몰은 거의 제살깎기식으로 경쟁적인 할인판매에 나서고 있어 자성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심각한 문제는 더이상 할인판매의 약발이 먹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가 DVD타이틀의 가치만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전에는 할인판매를 하면 50%에서 2배 가량의 매출증가 효과가 있었지만 최근에 할인판매가 잦아지면서 많아야 20% 늘어나는 효과만 거두고 있다”고 전했다. 희소성의 원칙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2만∼3만원선으로 여겨지던 DVD타이틀의 체감가격도 1만원대로 크게 내렸다. 즉 몇몇 대박 타이틀을 제외하고는 타이틀 구입비를 1만원대 이상 지불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또 신작 타이틀이 나와도 곧바로 사지 않고 할인판매를 기다리는 대기수요로 전환되는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
물론 DVD타이틀 시장이 어느 정도 대중화되고 산업적인 기반이 튼튼하다면 그다지 우려할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현재의 DVD타이틀 시장은 영세한 중소 전문업체들이 힘겹게 꾸려가고 있다. 제대로 된 대형 유통망 하나 없고, DVD판권이 자산이 아닌 부채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이같은 가격경쟁이 DVD시장 성장을 왜곡시킬까 걱정이다.
<문화산업부·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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