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NHN 공동대표 haejin@naver.com
아이들은 흔히 “너희 집에 컬러TV 있어?” “자가용 있어?” 이런 것을 가지고 다투곤 한다. 부모님들도 좋은 가전제품을 사는 것이 삶의 큰 계획이자 재미였다. 열심히 저축해서 냉장도고 사고 가구도 사고…. 이렇게 소중한 물건이니 만큼 먼지가 묻을까봐 덮개까지 짜서 씌워가면서 애지중지들 하셨다.
요즘 아이들은 싸우는 주제가 달라졌다. 더 이상 너의 집에 무엇이 있느냐를 가지고 잘 다투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제 웬만한 가전제품들은 차별화 포인트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경험을 가지고 이야기한다. “너 제주도 가봤어?” “너 비행기 타고 미국 가봤어?” 무엇이 달라지고 있는 것일까.
자본주의가 성숙해지면서 소유에 맞춰졌던 초점이 경험으로 옮겨가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제 돈을 모아서 무엇을 소유하겠다는 생각보다는 그 돈으로 자신에게 소중한 경험을 갖는 데 쓰려고 한다. 여행을 가고, 해외연수를 가고, 신기한 음식을 파는 식당에 찾아가고, 새로운 분위기의 카페를 찾아다니고….
집이나 자동차도 점점 사서 소유하는 형태가 아닌 빌려 쓰는 형태가 주류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편한 집, 좋은 차를 타는 경험과 효용이 중요하지 그것을 소유하려 하지는 않는 것이다. 명품을 구입하려는 욕망도 이와 비슷한 것 같다. 정당한 소유의 대가라면 샌들 하나에 40만원, 핸드백 하나에 수백만원씩 지불할 수 없을 것이다. 명품을 가지고 다닌다는 그 경험에 대한 대가로 그런 얼토당토않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아닐까.
인터넷 세상에서 게임을 하고 아바타를 사는 것을 보면서 순간적인 유행일 뿐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앞으로 세상이 더욱 진보할수록 온라인상에서 내가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대가로, 온라인상에서 예쁜 옷을 입히고 만족해하는 대가로 비용을 지불하는 형태는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로 자리잡으리라 생각한다.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것에만 가치를 부여하던 시대는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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