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카드의 성능을 위조한 리마킹 문제로 유통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하반기들어 PC시장이 급속히 위축되면서 중국·대만 등지에서 지포스4 MX440, 지포스2 MX400 등 보급형 제품을 중심으로 대량의 리마킹 제품이 제작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특히 최근 국내 유통시장에서도 이 같은 리마킹 행위를 의심해 볼 만한 제품이 속속 발견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리마킹이란 정상적인 그래픽카드의 칩세트나 메모리를 저렴한 하위 부품으로 교체했으면서도 상표와 칩세트 번호는 상위부품인 것처럼 새로 기록하거나 기판내의 바이오스를 조작해 PC가 상위 기종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편법행위를 말한다. 흔히 GPU에 표기된 인쇄를 지우고 상위 기종의 이름을 써넣는 방법이 사용되고 있으나 최근에는 GPU의 열을 식히는 장치인 방열판을 GPU와 고정시켜 소비자들이 육안으로 쉽게 판별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 그래픽카드업체의 테스트 결과, 외산 그래픽카드인 P제품은 지포스2 MX400 칩세트를 사용하고 있다고 포장에 표시돼 있으나 실제 성능은 이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포스2 MX400은 그래픽카드 성능의 지표가 되는 코어클록이 200㎒, 메모리클록이 166㎒를 나타내야 하지만 이 제품은 제조사를 확인할 수 없는 메모리를 사용하고 있으며 메모리클록도 133㎒에 불과해 리마킹이 의심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성능이 떨어지는 높은 ns의 메모리를 사용하거나 저가의 메모리를 사용하면 클록을 원활히 지원하지 못해 일부러 바이오스에서 메모리클록을 낮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최근 유통시장에서는 지포스2 MX400, 지포스4 MX440 등 주로 보급형 제품군을 중심으로 리마킹이 의심되는 저가 수입품들이 판매되고 있어 소비자들도 지나치게 가격이 낮은 제품의 경우 구매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리마킹과는 달리 최근 유통시장에서는 같은 GPU를 사용했으면서도 메모리 대역폭을 낮춘 저가 제품의 유입이 늘어나면서 이들 제품도 리마킹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
국내 제조사들이 출시한 지포스2 MX400 제품은 대부분 메모리 대역폭이 128비트지만 일부 외산 제품은 메모리 대역폭을 64비트로 줄인 대신 매우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어 이 같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관련업계에서는 메모리 대역폭이 64비트인 제품도 엔비디아의 정식 레퍼런스를 따른 제품으로, 가격을 낮추기 위해 메모리 대역폭을 낮춘 것일 뿐 리마킹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그래픽카드 시장이 주로 저가 제품 위주로 형성됨에 따라 업체들도 시장에 맞춰 저가 튜닝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리마킹을 통한 편법 유통도 시도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제품 구매시 단순 가격비교보다는 제품 스펙과 브랜드 신뢰도를 자세히 살펴보고 자신에 맞는 제품을 구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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