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는 기업이나 제품의 홍보에 앞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미래와 일상생활의 발전상을 제시한다. 특히 전자·정보통신 등 IT 관련 광고는 바로 코앞에 다가온 첨단화된 문명사회와 변화하는 일상생활의 모습을 제품 및 기업이미지와 연계시켜 나타내야 하기 때문에 제작비용은 물론 표현기법과 창작 아이디어 등에서도 타광고분야보다 첨단을 달린다.
광고시장에서 차지하는 IT업계의 비중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미 업종별 광고비 지출 현황에서 컴퓨터 및 정보통신업종의 광고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가전업체도 마찬가지다.
한국광고데이타(KADD)에 따르면 올해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광고비 지출 10대 기업에는 SK텔레콤·KT·KTF·LG텔레콤 등 4개 통신사가 포진해 있고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포함해 모두 6개의 IT 관련 기업이 10대 광고주에 등재돼 있다. IT산업이 침체기라지만 광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은 여전히 막강하다.
IT산업이 서비스와 제품을 통해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게 접목되는 디지털시대의 흐름에 맞춰 전자·정보통신 분야의 전문광고마케팅산업과 관련업계의 발전을 위해 제정한 전자광고대상이 올해로 4회를 맞았다.
올해 전자광고대상은 과거 어느 해보다 IT업계의 지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며 수상 분야도 컴퓨터와 정보통신에서 인터넷과 가전은 물론 온라인 유통과 자동차 분야까지 포괄, 명실공히 IT 관련 최대의 전문광고상으로 자리잡았다.
실제 올해 응모작품 수는 총 503개로 지난 3년간 모두 접수한 423개를 상회했고 지난해에 비해서는 출품작의 숫적인 면에서 3.3배나 많다. 양적으로 큰 폭의 성장을 이룬 것은 물론 이에 따른 입상 경쟁률도 최고를 기록해 질적인 수준까지 동시에 갖추게 됐다.
이번 전자광고대상에서 나타난 IT 관련 광고의 주요 특징은 첨단 전자제품 및 이와 연계한 새로운 정보통신서비스를 중심축으로 생활 속에 IT를 접목시킴으로써 편안하고 안락한 생활을 강조한 내용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제품 및 브랜드와 기업이미지를 부각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다.
올초 광고업계는 올해 광고시장을 전망하면서 주요 키워드로서 ‘제품보다는 브랜드’에, ‘특별함보다는 일상 속에서의 공감’을 중요시하는 ‘기본’을 내세운 광고가 주류를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대상을 받은 LG전자의 ‘엄마…냉장고가 빵 다 만들었어요’는 냉장고 정면에 장착된 LCD화면을 보며 빵이 다 만들어졌음을 엄마에게 얘기하는 어린 소녀의 모습을 통해 디지털 컨버전스로 치닫는 가전·통신업계의 모습을 한눈에 보여준다.
금상 수상작인 삼성전자의 ‘하우젠’ 광고 역시 삼성이 최근 선보인 첨단 고급 백색가전 브랜드 하우젠에 대한 런칭 및 브랜드 이미지 광고며 은상 수상작인 한국HP의 서버 광고와 동상을 수상한 KT·SK텔레콤의 광고도 첨단 부품과 정보통신서비스를 집중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광고기법 면에서는 비주얼적 요소가 두드러지게 부각돼 나타났다. 이는 월드컵 등 국제행사를 치르면서 일반 소비생활에 HD급 고화질TV와 프로젝션TV 등 대형TV의 보급 및 이용률이 급격히 높아진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시각적인 효과를 최대한 드러낼 수 있는 광고가 방송광고시장에서 주목받게 되고 나아가 인쇄매체 광고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삼성전자 하우젠 광고의 경우 고품격·고감각 생활가전이라는 브랜드 컨셉트를 몬드리안 기법으로 잘 살려냈다. 격자의 기하학적 무늬와 컬러로 생활가전 개념을 패러디해 극대화함으로써 이번 광고에서 대표적인 비주얼 중심의 광고기법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한국HP의 서버 광고는 ‘세계 최초의 인텔 아이테니엄2 프로세서 장착 서버’라는 제품의 특장점을 산 정상에서 환호하는 사나이의 비주얼을 통해 표현했다.
SK텔레콤의 ‘대한민국 새로운 힘 프라이드 오브 아시아(Pride of Asia)’는 IT강국의 자부심을 미래의 주역인 소라를 든 외국 어린이를 모델로 상징적으로 형상화해 SK텔레콤의 세계화를 향한 도전적인 기업 이념을 표현한 수작으로 평가됐다.
KT의 ‘기업을 위한 KT e비즈 행운대잔치’ 캠페인 광고는 캠코더와 디지털 카메라를 선물로 제공한다는 광고 내용을 경쾌한 리듬의 악보로 표현해 주목받았고, 가전부문 우수상을 받은 LG전자의 ‘엑스캔버스’는 2002년 월드컵 대회 첫승의 감동적인 순간을 포착해 브랜드와 매치시켜 표현해낸 우수한 광고로 선정의 영광을 안았다.
이외에 신인부문에서 현대자동차 ‘테라칸’으로 수상한 건국대 곽동렬 작 ‘더이상 말이 필요없습니다’는 150마력의 자동차 성능을 150마리의 말로 대체해 시각화한 발상이 돋보였고, 교원교육 빨간펜 광고도 ‘빨간색’이라는 컨셉트를 ‘상처엔 빨간약, 공부엔 빨간펜’이라는 헤드카피와 함께 브랜드와 연결시켜 표현해낸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강원시티랜드 이충훈씨의 LG PCS폰 싸이언 광고인 ‘끊기지 않는 것도 기술입니다’는 손 끝에 연결된 가느다란 선을 통해 통화품질의 우수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해낸 점에서 신인다운 신선한 독창성을 느끼게 해주면서 눈길을 끌었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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