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에 도전한다](16)미들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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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알속에서 빠져나오려고 싸운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기를 원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헤르만 헤세의 말처럼 수많은 기업들이 영고성쇠의 역사를 거쳐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100년 이상 존속하는 기업을 손으로 꼽아야 할 만큼 경제 패러다임과 경영 환경의 변화는 기업들에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는다. 특히 정보기술(IT)과 통신, 인터넷의 발전은 이같은 현상을 더욱 가속화하며 글로벌화와 로컬(지역)화가 공존하는 전세계 네트워크를 통해 더 이상 ‘독무대’나 ‘안방’이라는 수식어를 무색케 하는 치열한 경쟁을 요구하고 있다.

 IT와 e비즈니스 발전의 핵심이 되고 있는 기업용 시스템 소프트웨어(SW) 분야도 이러한 시대를 맞아 수없는 기업의 탄생과 소멸, 경쟁을 반복하고 있다. 특히 TP모니터·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 등 미들웨어의 경쟁은 그 어느 분야보다 치열하다. 복잡 다단해지는 기업환경과 그에 따라 늘어난 DB·애플리케이션 그리고 웹서비스 등으로 기업의 IT인프라를 효과적으로 가동하기 위한 미들웨어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웹기반 애플리케이션의 트랜잭션 처리와 통합을 위한 플랫폼으로 웹기반 비즈니스 프로세스 구축의 핵심 인프라로 대두되고 있는 WAS는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22억달러의 시장규모를 형성한 데 이어 2006년에는 두배 정도인 44억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업체간에 가장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고 있는 분야다.

 이에 따라 미들웨어 기술만으로 전세계 SW시장의 기존 구도를 파괴하며 새로운 ‘탄생’과 ‘경쟁’의 닻을 올린 기업들이 있어 그들이 성장하며 만들어가는 새로운 세계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미들웨어 시장의 선두주자인 BEA시스템스(대표 앨프리드 추앙 http://www.bea.com)와 토종 전문업체인 티맥스소프트(대표 박희순·이재웅 http://www.tmax.co.kr)가 바로 새로운 신화창조의 주역들이다.

 이 두 업체는 클라이언트서버(CS) 환경의 미들웨어 제품은 물론 최근 기업 업무환경이 웹기반으로 급격히 전환되면서 이에 필요한 미들웨어인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 분야에서 진검승부에 나서고 있다. 아직은 전세계 시장 지배력과 브랜드, 글로벌 유통망 등에서 BEA의 비교우위는 한눈에 판가름나지만 올해 한국시장에서의 격차는 점차 줄어들고 있어 시스템SW 분야의 ‘독립’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시장을 먼저 읽는 안목과 과감한 인수합병(M&A) 그리고 마케팅이 만들어낸 BEA신화’.

 지난 95년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출신인 빌 콜먼·에드워드 스콧·앨프리드 추앙 등 3인방이 자신들의 이름을 따 설립한 BEA는 창업 5년만에 IBM·오라클 등 세계적인 공룡SW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전세계 WAS시장을 주도하는 미들웨어의 강자로 올라섰다. 실리콘밸리 새너제이에 본사를 둔 BEA는 ‘웹로직’이라는 통합 브랜드로 전세계 33개국에 진출해 GE·노키아·훼덱스 등 1만3000여개의 고객사를 확보하면서 연매출 10억달러를 달성하는 ‘빌리언컴퍼니’의 반열에 등극했다.

 이처럼 BEA가 짧은 시간에 세계적인 SW업체로 올라선 데는 시장의 흐름을 꿰뚫고 과감한 M&A를 통해 적기에 요소기술을 획득한 데 따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회사는 96년 미국의 최대 통신회사인 AT&T의 빌링시스템으로 개발된 ‘턱시도’를 노벨로부터 인수했고 이어 NCR로부터 트랜잭션용 미들웨어 제품군인 탑엔드를 흡수, 두 제품을 통합한 턱시도 제품으로 전세계 TP모니터 시장을 장악했다.

 또 99년 12월에 유명 SW업체인 시어러센터를 인수, 이 회사가 보유한 전자상거래 관련 컴포넌트 SW기술을 흡수했으며 이후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던 웹로직사를 1억6000만달러라는 거액에 인수, 2000년부터 현재의 WAS제품인 ‘웹로직’ 제품의 공급에 나서 시장 선두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BEA는 e비즈니스의 고성장이라는 업계 동향을 빠르게 간파하고 이와 관련해 핵심기술을 보유한 업체를 적기에 인수, 시장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함으로써 오늘날의 시장 지위를 갖게 됐다. 이같은 BEA의 성장전략은 많은 후발업체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창업 8년째를 보내고 있는 BEA는 올들어 ‘e비즈니스를 위한 인프라스트럭처 SW업체’로 새롭게 포지셔닝하며 시장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기존에 쌓아올린 WAS 분야의 토대를 바탕으로 기업애플리케이션통합(EAI)인 웹로직인티그레이션, 기업포털(EP)인 웹로직포털 그리고 웹서비스 개발툴인 웹로직워크숍을 묶은 e비즈니스 통합플랫폼 ‘웹로직 플랫폼 7.0’을 출시하며 금융·통신·제조·공공 등 메인프레임에서 웹기반 애플리케이션까지 아우르는 시장을 장악한다는 것이 BEA의 새로운 전략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BEA는 내년과 2003년을 기점으로 수요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EAI와 웹서비스 분야의 시장발굴에 주력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구체적인 시장공략을 준비하고 있다.

 

 <티맥스>

 ‘세계를 제패하는 시스템SW가 아니라면 티맥스소프트는 사라질 것이다.’

 국산 제품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미들웨어 시장에서 토종업체인 티맥스소프트가 IBM·BEA·오라클 등 외산 공룡기업들에 결코 뒤처지지 않으면서 국내는 물론 점차 해외시장으로 영토를 확장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7년에 설립돼 국내 미들웨어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티맥스소프트는 TP모니터인 티맥스, WAS인 제우스를 출시해 지난해 77억원 그리고 올 상반기에만 113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미들웨어 제품의 국산화에 대해 국내 업계가 가진 비관적인 시각을 180도 바꿔놓고 있다. 그동안 이 분야에서 국내업체들은 내로라하는 외산제품과의 경쟁을 버겁게 여겨왔던 게 현실이다.

 하지만 현재 티맥스의 분투는 경쟁 외산업체들까지도 적잖이 긴장시키며 다양한 입찰경쟁 과정에서 티맥스를 경쟁제품으로 인식케 하고 있다.

 티맥스의 창업자인 박대연 KAIST 교수는 “낮은 브랜드 인지도와 영업·마케팅력을 가진 티맥스의 이같은 성공은 막대한 자금력과 마케팅 그리고 M&A를 통해 시장에 진입한 외산업체와 달리 자체적인 연구개발(R&D)에 주력한 점에서 다르다”면서 “전직원의 70% 정도가 기술인력일 만큼 탄탄한 기술과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티맥스는 국산업체 최초이자 아시아 기업으로는 두번째로 자바 표준 스펙인 J2EE1.3 인증을 획득한 데 이어 지난 8월말 국제적인 자바 표준화 단체인 JCP에도 멤버로 기술표준 제정작업에도 직접 뛰어들고 있다.

 티맥스는 요즘 그동안 내수에서 다진 성과를 기반으로 △통합 플랫폼 솔루션 제공 △세계시장 공략이라는 두가지 전략적인 목표 수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00년 8월 일본 법인을 설립한 티맥스는 일본 전자정부의 전자화폐시스템을 비롯해 11개 사이트에 제품을 공급했으며 금융·제조 분야의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또 지난 5월 설립된 미국 법인을 통해 현지 대형 은행과 실구매를 위한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어 외산제품과의 경쟁무대를 해외시장으로 옮기고 있다. 또 외산업체들이 잇따라 내놓고 있는 통합플랫폼 경쟁에도 적극 나서 이달초 국산업체 최초로 WAS·TP모니터·EAI·개발툴 등 제품군을 결합한 비즈니스 통합플랫폼인 ‘웹인원’을 발표하고 웹서비스 등 차세대 비즈니스 환경을 위한 솔루션 업체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박희순 티맥스 회장>

 “진입장벽이 낮은 응용SW와 달리 세계적인 표준이 수립된 시스템SW를 통해 우리 기술을 세계에 심는 대표적인 벤처기업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지난 97년 티맥스소프트를 설립, 올해 2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시스템SW의 국산화를 이끌고 있는 박희순 회장(59)은 핀란드의 세계적인 통신기업인 노키아와 같은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조금씩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해 노키아의 매출액이 핀란드 GDP의 23%를 차지하며 국가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박 회장은 “500억달러 이상으로 추정되는 세계 미들웨어 시장의 30% 정도를 차지해 한국을 세계적인 SW강국으로 만드는 것이 티맥스의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국내 WAS시장에서 30%의 점유율을 갖고 있다며 자신감을 피력한 그는 “일본·미국 시장에서도 미국 제품이 개발하다 실패한 대형 프로젝트를 비공개로 진행중”이라며 티맥스가 세계시장을 서서히 파고 들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공동 창업자인 박대연 KAIST 교수와 60여명의 개발자들이 지속적인 제품개발에 나서고 있다며 기술지향 기업으로서의 면모에 더 큰 자신감을 보였다. 내년 상반기중에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제품을 선보이면 국산 미들웨어의 또 다른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앨프리드 추앙 BEA 사장>

 공동 창업자인 빌 콜먼에 이어 지난해 10월부터 최고경영자(CEO)의 바톤을 넘겨 받은 앨프리드 추앙(42)은 ‘고객의 성공이 곧 BEA의 성공’이라는 경영철학으로 공격적인 마케팅 및 서비스에 나서 WAS에서 오늘날의 BEA를 만드는데 큰 기여를 했다.

 지난 2월 ‘BEA e월드 2002’행사를 통해 통합 브랜드의 웹로직 솔루션 공급을 공식화하면서 IBM·MS 등 공룡 SW기업과의 경쟁을 본격화한 그는 강력한 리더십과 업계의 흐름을 꿰뚫는 안목을 가진 인물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는 “세계 최고의 기술도 팔리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면서 “최고의 기술은 최고의 서비스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가치를 인정받는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맥락에서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모든 분야에서 뛰어나기보다 우월한 한가지에 선택과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같은 전략은 BEA가 지난 6년동안 38개 기업의 인수합병(M&A), 70%에 달하는 판매·마케팅 인력에서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BEA가 IBM·오라클 등 세계 굴지 기업들의 맹공에도 선두자리를 지킬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스포츠카·오토바이에 취미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추앙이 올해 시장선점을 위해 뛰어든 통합플랫폼 경쟁에서 얼마나 빠른 시장대응과 공격경영으로 IBM·MS·오라클 등의 공세를 어떻게 따돌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