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는 미래 국가경쟁력이다](3)시장확대 관건은 신뢰성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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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0년대 중반께부터 MP3 열풍이 불었다. MP3 음악은 기존 아날로그 음악과 비슷하거나 동일한 음질을 구현해낸 디지털기술의 산물이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 각국의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국내외 최신가요는 물론 고전가요에서부터 희귀음반에 수록된 곡까지 거의 모든 음악을 무료로 제공했다. 또 네티즌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내려받아 PC에 저장해 놓고 듣거나 아예 이를 CD로 구워 보관하기까지 했다.

 MP3음악을 재생할 수 있는 휴대형 플레이어인 MP3플레이어도 등장했다. 엠피맨닷컴(당시 새한정보시스템)이라는 국내 업체가 세계 최초로 개발해낸 개가였다. 이를 계기로 국내는 물론 전세계에는 음악산업이 본격적인 디지털시대로 접어들어 엄청난 신시장을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그러나 MP3 음악은 물론 MP3플레이어는 5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시장을 제대로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저작권 문제 때문이다. 특히 MP3 음악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주던 P2P 사이트인 미국의 ‘냅스터’와 국내의 ‘소리바다’의 경우는 법정에까지 세워지며 ‘골칫덩이’ 취급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MP3음악이 음악시장에도 디지털시대를 열면서 엄청난 시장확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던 당초 기대와는 달리 저작권자들과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무작위로 대량 배포되면서 기존 음반시장을 무너뜨리는 역효과만을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불법복제 문제는 비단 음악시장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 아니다. 초고속통신망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면서 한꺼번에 대량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곡당 4MB정도인 MP3음악에서부터 수백MB 용량에 이르는 영상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디지털 콘텐츠가 막강한 전파력을 지닌 인터넷을 타고 유포되면서 디지털 문화콘텐츠 시장 형성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례로 와레즈 사이트를 중심으로 게임·영화·음악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는 사이트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특히 중국에서는 음반과 기존 영화는 물론 아직 개봉하지 않은 최신영화도 1000원 정도만 투자하면 고화질의 DVD 타이틀로 구입할 수 있을 정도다.

 이같은 현상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어렵사리 개발한 개발사 및 제작사들의 투자의욕 및 디지털시장 진출의욕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도 불법복제를 근절할 수 있는 정식 유통시스템이 구축되지 않고서는 문화콘텐츠 산업이 제대로 정착하기 힘들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정부에서도 각종 디지털콘텐츠 유통업체들과 저작권자 간의 협의를 통해 디지털 콘텐츠를 정식으로 유통시키려는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워터마킹’을 비롯한 DRM(Digital Right Management) 기술개발과 이를 이용해 체계화된 디지털 문화콘텐츠 유통체계와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시도는 모두 해커에 의해 잠금장치가 풀리면서 번번이 무너졌고 이는 결국 저작권자들의 신뢰성을 저하시켜 디지털화를 외면케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국내외 음반사들은 MP3음악 유통사이트들을 ‘불법’으로 간주, 협상에서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아직 국내 정부에서는 이같은 원천적인 문제를 덮어둔 채 콘텐츠 유통 활성화를 위한 과제만을 반복해서 만들어내는 실수를 거듭하고 있다.

 문화관광부도 최근 문화콘텐츠 창작기반을 조성하고 유통환경을 정립한다는 취지로 콘텐츠 유통시스템 구축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DRM 기술개발과는 무관하게 유통거래 인증 및 과금체계와 콘텐츠 관리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안정적인 유통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이어서 벌써부터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몇년전에 이같은 사업을 추진했던 산자부의 경우 저작권보호 기술표준화 부문까지도 기술적인 접근을 시도했으나 실패를 맛봐야 했음에도 이번에 문광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콘텐츠 유통시스템은 아예 DRM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해서는 단순히 ‘도입’하는 수준에서 해결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해커의 접근을 차단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신뢰성을 갖춘 DRM 기술이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DRM을 기반으로 유통활성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결국은 ‘사상누각’에 불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디지털 문화콘텐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도 저작권자 및 제작사들의 신뢰성을 회복할 수 있는 저작권 보호 기술개발이 선행돼야 한다. 이같은 기술적인 인프라가 갖춰져야만 저작권자 및 문화콘텐츠 제작사들이 안심하고 창작활동에 자금과 시간, 노력을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저작권 보호기술 문제는 사실 국내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 각국에서도 이미 디지털 콘텐츠와 관련한 투명한 저작권 관리가 시장확대를 위한 관건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지난 1996년 세계저작권기구(WIPO)에서 저작권관리정보(RMI)에 대한 기술조치를 파괴하는 장치나 소프트웨어 개발 또는 제공업자를 처벌하기 위한 지침을 마련해 놓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등장한 멀티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신뢰성 있는 유통 프레임워크 가운데 하나가 바로 DRM이다.

 또 ISO 산하 MPEG 표준화 기구에서도 지난 2000년 초부터 ‘MPEG21’이라는 명칭으로 멀티미디어 콘텐츠 유통을 위한 표준화 활동을 시작했다.

 우리 정부도 디지털 문화콘텐츠 유통시장이 신뢰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세계적인 추세와 발맞춰 단순한 부처 차원의 생색내기식 정책 마련에서 벗어나 범정부 차원에서 관련 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공조체계를 구축, 저작권 보호를 위한 기술 문제에서부터 불법복제물에 대한 강력한 제재조치 등 정상적인 유통구조를 정착시킬 수 있는 기반 다지기에 나서야할 것으로 보인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기고: 저작권보호 기술의 필요성-이창열 동의대 교수 jcy@dongeui.ac.kr

 지적노동의 결과로 표현되는 전통적인 저작물은 복제시 질이 떨어지거나 전송이 느린데다 사람들이 원본 소유 자체에 만족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대량복제와 불법유통이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디지털 콘텐츠의 경우 복제품이 원본과 동일한 질을 유지하는데다 복제가 빠르고 누구나 쉽게 복사할 수 있으며 인터넷을 통해 무한정으로 배포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디지털콘텐츠에 대한 복제는 사용자에게는 많은 콘텐츠를 무료로 접하고 이용할 수 있는 이점을 제공하는 반면 저작권자에게는 자신의 지적노동의 결과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게 함으로써 창작의욕을 상실케 한다. 이는 곧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디지털물화를 원치 않는 결과로 이어져 우수 콘텐츠 개발 및 시장확대를 가로막는 장애가 되고 있다.

 디지털콘텐츠에 대한 불법복제를 차단하는 수단으로 등장한 기술이 바로 암호화 기술이다. 암호화 기술은 PKI(Public Key Infrastructure) 암호화에 기반을 두고 안전성과 신뢰성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복제된 콘텐츠도 합법적인 사용자만 사용할 수 있게 하고 비합법적인 사용자의 접근을 막아준다.

 하지만 암호화 기술은 상거래업자와 소비자 사이의 안전성은 보장해 주지만 저작권자와 상거래업자 사이의 투명한 상거래를 보장하지는 않기 때문에 여전히 신뢰성 있는 시장환경 조성에는 취약점을 남기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는 상거래 활동은 금전등록기라는 수단을 통해서 국세청과 업체 사이의 거래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유통점에서 이뤄지는 판매내역 정보가 금전등록기에 기록됨으로써 거래의 투명성이 제공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디지털콘텐츠 유통의 투명성을 제공하는 수단으로 제정된 법이 1996년에 국제저작권기구(WIPO)에서 제정한 WCT (WIPO Copyright Treaty)와 WPPT(WIPO Performance and Phonogram Treaty)이며, 이와 관련해서 개발된 기술이 DRM(Digital Rights Management)이다.

 WCT와 WPPT는 2002년 현재 전세계 30여개국 이상이 이에 따른 자국법을 제정함으로써 WCT와 WPPT는 국제법으로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콘텐츠 유통시 콘텐츠에 권리관리정보(RMI:Rights Management Information)를 삽입하고 이를 위한 기술조치를 취하며 권리관리정보에 따라 콘텐츠 유통이 이루어지도록 한 것이 이 법의 내용이다. 이런 구조는 DRM 체계와도 일치한다.

 DRM은 세계적으로는 MPEG21이라는 표준화가 진행되고 있다. 전자책의 경우는 OeBF(Open eBook Forum)가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무선분야에서는 OMA(Open Mobile Alliances)에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DRM은 특히 콘텐츠 라이프사이클이라는 측면에서 관련 저작권자 및 유통업자와 소비자를 모두 만족시키는 것이 목표다. 즉 저작권자와 유통업자 사이에는 거래내역의 투명성을 제공하고, 유통업자와 소비자 사이에서는 안전성과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제공하는 등 궁극적으로 저작권자와 유통업자 및 소비자들 사이에 신뢰를 심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창작의욕을 북돋아주고 질 좋은 콘텐츠 생산을 유도함으로써 투명한 디지털콘텐트 유통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DRM이 법적으로는 저작권 사회를 반영하는 기술이지만 소비자들에게는 보다 저렴한 가격에 우수한 콘텐츠를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진정한 디지털콘텐츠 시장확대를 위해서는 이처럼 저작권자와 콘텐츠 생산·유통자 및 소비자들에게 모두 이익을 가져다 주는 기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