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대선후보 IT공약 비교]IT관

 ‘주역 vs 조역’

 노무현 후보와 이회창 후보의 IT관은 이 두 단어에서 차이점을 엿볼 수 있다.

 노 후보는 지난 12일 IT정책포럼에서 가진 연설의 말미에 정보통신일등국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비전과 전략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를 추진하는 지도자의 ‘마인드’라며 강력한 디지털 마인드를 갖고 있는 자신을 대통령으로 뽑아줄 것을 당부했다.

 반면 이 후보는 다음날 연설에서 대통령의 리더십도 중요하지만 IT코리아의 진정한 주역은 국민들이며 자신은 든든한 조역이 될 것을 약속했다.

 그동안 다른 분야의 정책관에서는 관리형의 태도를 견지했던 이 후보와 자율형으로 비쳐졌던 노 후보에 대한 이미지가 교차되는 순간이었다.

 이러한 두 후보의 주역론과 조역론은 결국 두 후보의 IT관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노 후보는 오래전부터 자신이 인터넷에 힘입어 성장한 정치인이라고 강조해왔다. IT정책포럼에서도 노 후보는 일찍이 80년대 말 워드프로세서 ‘장원’을 사용했으며, 93년에는 서버를 구입해 당시에는 이름조차 생소했던 전자결재를 시도했다며 자신이 IT분야에서 만큼은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임을 강조했다.

 이에 비해 이 후보는 행사장에서 파워포인트 프로그램을 이용해 IT코리아 구상을 발표하는 등 IT를 접목시키려는 시도를 했지만 본인 스스로 파워포인트를 처음 써보는 것이어서 어색하다고 밝힐 정도로 IT에 대해서는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같은 IT를 받아들이는 속도와 깊이의 차이를 떠나서 정책적인 차원에서 IT를 바라보는 시각에서는 두 후보 모두 기존의 성향을 그대로 보여줬다.

 가령 정보화의 역기능에 대한 접근에서 이 후보는 ‘반듯한’ 정보사회의 정착을 위해 제도적 기반 아래 각종 불법·불건전 행위를 근절할 것이라며 대법관 출신의 이미지를 다시금 보여준 반면 노 후보는 사용자들이 안심하고 인터넷을 쓸 수 있도록 안정된 IT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혀 대조를 이뤘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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