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삼 YBM시사닷컴 사장 ysc@ybmsisa.com
만화를 즐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직원의 추천으로 현대 샐러리맨의 자화상을 잘 표현했다고 평가받고 있는 만화 ‘시마 부장’의 한 대목을 읽게 됐다.
주인공이 엔터테인먼트산업 중 하나인 음반사업에 새로 도전하는 내용이다. 주인공이 경영구조가 나쁜 회사에 부임해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누구도 돌보지 않는 부문을 새롭게 발굴하고 신규 사업부문에는 과감히 투자해 결국 성공을 거둔다는 이야기다. 엔터테인먼트사업 분야의 성공 과정을 실감나게 그려 기억에 남는다.
현재 게임산업의 전반적인 흐름은 그다지 밝지 않다. PC게임시장을 보자. 올해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히던 ‘워크래프트3’도 수십만장 수준에서 머무르고 있고 그밖의 해외 대작들도 월드컵 붐을 탄 ‘FIFA2002’ 정도를 제외하고는 눈에 띄게 잘 나가는 작품이 없다. 국산 PC게임도 마찬가지다. 개발기간이 3년 이상 소요된 대작들도 시장침체에 일제히 무릎을 꿇을 정도여서 국산 PC게임 개발의 명맥조차 이어가지 힘든 상황이다.
지난 몇년간 엄청난 속도로 성장해온 온라인게임시장도 올해 들어서면서 답보상태로 돌아섰다. 온라인게임이 수익성이 좋다고 알려지면서 숱한 업체가이 과당경쟁을 벌여 시장이 포화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비디오게임시장에 눈을 돌리는 업체가 많아졌다. 올해 2월 플레이스테이션(PS)2가 정식발매된 데다 연말에는 X박스가 출시돼 더욱 많은 타이틀이 쏟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비디오게임시장의 본격적인 도약이 시작됐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아직 국내에서 비디오게임시장은 겨우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다. 판매량 3만장을 넘긴 타이틀이 한 손에 꼽힐 정도다. 대부분의 타이틀은 사용자의 손이 아닌 소매상에만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부푼 희망을 안고 많은 기업이 비디오게임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은 과당경쟁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10개 미만이던 서드파티업체의 수가 현재 80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올해 도쿄게임쇼에서 유명 개발사들이 만난 한국업체 수는 평균 15개가 넘는다는 소문도 들린다. 다른 플랫폼시장처럼 비디오게임시장에서도 이미 과당경쟁이 시작됐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경쟁이 결쿄 나쁜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코스닥 등록을 통해 배불리기에만 열중하거나 수요예측도 없이 이판사판식으로 판권 확보 싸움에 뛰어들어 해외 로열티만 높여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 어떤가.
만화 ‘시마 부장’에 나온 경영난맥상이 단지 만화에 등장하는 일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화 ‘시마 부장’에도 등장하는 화두지만 현실에서도 꼭 되물어야 할 것이 있다.
“게임이 이용자들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은 이익을 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그것을 위해서는 많이 팔아야 한다. 많이 팔려면 사용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요즘 많은 게임업체가 기본 중의 기본인 이 질문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것 같아 걱정스럽다.
이미 해외에서 발매돼 많이 알려진 타이틀이라 해도 국내에서 정식으로 발매될 때는 뭔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 하나만 뜨면 된다는 식의 천박한 대박 심리를 드러내거나 정식발매를 통해 쉽게 즐기게 해줬으니 고맙게 생각하라는 투의 시건방진 태도로는 사용자들의 외면만 자초할 뿐이다.
만화 주인공인 시마 부장이 업계를 분석한 결과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결론은 쉽고 명쾌하다.
‘감에만 의존하는 주먹구구식 경영방식에서 벗어나 실수요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과장된 마케팅보다 소비자들에게 직접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마케팅을 펼쳐야 이용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
처음 듣는 얘긴가. 그렇다면 사업에서 빨리 손을 떼는 것이 나을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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