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29일 ETRI를 방문한 북측 고위급 경제시찰단이 전시된 기술에 대한 도우미의 설명을 듣고 있다.
북한 경제시찰단(단장 박남기 북한국가계획위원장)이 29일 대덕연구단지내 생명공학연구원과 화학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차례로 방문했다. 북한의 고위 관계자들이 대덕연구단지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시찰단은 ETRI를 방문해 그동안의 연구자료를 달라고 요청하며 남측과의 기술비교에 참고할 의향을 드러내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북 시찰단 일행은 “여기가 전자기술의 고향이라는 것을 인정할 만한 연구자료를 보내달라”며 한국의 정보통신 기술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음을 은연중에 드러냈다.
박남기 단장은 전시장 내 ATM교환기를 보며 “성능은 얼마나 됩니까”라고 물으며 데이터는 어떻게 전송되느냐, 단위는 무엇인가 등 ETRI의 기술수준 등에 대해 구체적인 질문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전시장 내레이터가 1초에 신문지 12년치를 전송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자 일부 시찰단 일행은 대단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 박 단장은 음성언어 번역시스템 설명에서 한국의 음성인식률이 85∼90% 정도는 된다고 말하자 “우리도 그 정도는 된다”며 소프트웨어 기술에 관한 한 대등한 수준임을 은근히 과시했다. 또 김철호 김일성종합대학 컴퓨터과학대학 부학장은 소니 비디오 카메라로 전시장 시설을 일일이 촬영하며 “한국의 정보통신 기술에 대해 들어봤다. 남북한이 교류할 부문이 많을 것 같다”고 남북 정보통신기술의 교류 가능성을 열어 보이기도 했다.
박 단장은 방명록에도 ‘우리 민족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합니다’라고 적는 등 ETRI의 세계적인 기술수준은 이미 알고 있는 듯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이에 앞서 시찰단은 생명연에서 연구단지 및 생명연 현황과 자생식물이용기술개발사업단 실험실을 둘러보고 관계자들에게 유전자 조작과 사료 첨가효소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 보는 등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방문단 일행은 자생식물이용기술개발사업단 방문에 앞서 생명연 현관에 전시돼 있는 연구성과물을 돌아보고 오태광 박사가 개발한 환경친화적인 사료첨가 효소제인 ‘트랜스포스’에 깊은 관심을 나타내며 자료와 제품을 북으로 보내달라고 연락처를 남기기도 했다.
이어 대전시가 마련한 리베라호텔 오찬에서 염홍철 시장은 “대전은 우리나라 벤처기업이 대거 몰려있는 도시”라며 이들을 환영하고 “이번 만남이 남북경협의 큰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단장은 인사말을 통해 “특성이 다른 남북이 힘을 합치면 먼 훗날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남북간의 협력을 당부했다.
화학연에서 방문단은 벼 제조체는 한 정보당 몇그램이나 뿌리는지, 신개발품인 탄소섬유의 원재료는 무엇인지 등 제품의 생산성에 관해 집중적인 질문을 했다. 특히 탄소섬유와 관련해서는 용도가 골프채라고 하자 낚싯대 원료로도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관련 지식을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북측 경제시찰단은 이날 일정보다 40여분 늦게 구미공단으로 출발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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