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막을 내린 2002년도 한국전자전에는 한 대학이 참가해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삼성전자, LG전자, 파나소닉, 올림푸스, JVC 등 내로라하는 국내외 기업들 못지 않은 대형 부스를 설치, 관람객들의 발길을 모은 이 대학은 국내 최고로 일컬어지는 서울대도, 공학분야 일류 두뇌집단을 양성한다는 KAIST도 아닌 바로 동양공업전문대학이라는 조그마한 대학.
더욱 놀라웠던 사실은 이번 전시회 참가를 총 지휘한 책임자가 이 학교의 총장이나 대외사업처장이 아니라 일반 회사의 대리에 해당하는 8급 직원 안윤모씨(34)였다는 점이다. 올해로 3년째 이 일을 맡고 있다는 안윤모씨는 국내 최대 규모의 전자전시회인 한국전자전에 동양공업전문대학이 대학들 중에서는 유일하게 참가해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사실에 대단한 긍지를 가지고 있었다.
“이번 한국전자전에는 4개 계열 7개학과 전체에서 졸업을 앞둔 2, 3학년 학생 모두가 졸업작품을 출품했습니다. 학생들은 권위있는 전시회를 통해 스스로의 경쟁력을 당당히 평가받고 학교는 대외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얻는 것이죠.”
동양공업전문대학이 학교 밖에서 졸업작품전을 개최한 것은 지난 88년부터다. 서울국제전력산업전, 국제기계부품소재전, 한국국제용접전, 국제자동화기기전, 한국산업기술대전, 한국기계전 등 그간 한두 번씩 참가한 전시회 종류만도 열 손가락을 다 꼽을 만큼 많다. 국내에서 열리는 각종 산업 전시회를 섭렵하면서 안씨는 자연스럽게 기업의 마케팅 마인드를 터득한 듯하다.
“한국전자전이 기업에는 신제품 홍보의 장이지만 대학으로서는 학교와 최대자원인 학생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만이 생각해낼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승부를 걸다 보니 관람객들의 반응도 기대 이상입니다. 기업들로부터 산학협력 제안이나 스카우트 문의가 쏟아질 때면 보람이 느껴집니다.”
동양공전이 올해 한국전자전 참가를 위해 지출한 비용은 1억7000만원. 비영리법인으로는 다소 부담스러운 지출이지만 전시회를 통한 학교의 이미지 제고와 산학협력, 졸업생의 취업 등의 효과를 고려하면 1억7000만원이란 투자비를 상쇄하고도 충분히 남는다는 게 안씨의 설명이다.
“올해를 시작으로 앞으로는 매년 빠짐없이 한국전자전에 참가할 계획입니다. 중간고사 기간이 전시회와 겹치는 경우에는 학교 측에서 학사일정을 조정해서라도 강행할 방침입니다. 실전에 참가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학사일정은 없으니까요.”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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