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외환결제 구축 `게걸음`

 전자무역 등 국제금융부문의 인터넷결제 환경 구축이 더딘 진척을 보이고 있다. 기존 국제결제망(SWIFT)을 인터넷 기반(스위프트넷)으로 전환하는 것을 비롯해 전자인증서비스 ‘아이덴트러스’와 무역 관련 인터넷 전자문서서비스 ‘볼레로’ 등 굵직굵직한 사업들이 예상치 못한 변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내년도 경기 전망과 은행권의 정보시스템 투자 의지마저 불투명해지면서 금융권과 전자무역 관련 업계는 정부의 다각적인 지원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SWIFT기구는 당초 오는 2004년 말까지 전용선 환경의 국제결제망을 스위프트넷으로 전환한다는 방침 아래 하반기 중 한국의 금융권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시행키로 했으나 계획 자체를 1년 가량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도입이 지연되는 것은 이 기간에 스위프트넷을 197개국, 7000여개 금융기관에 모두 보급해야 하는 무리한 추진일정 때문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은행의 적용기간이 늦춰짐에 따라 외환·조흥 등 일부 선도은행의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으며 은행권 전반이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다.

 외환·조흥은행이 전자무역 등 인터넷 결제용 전자인증서비스로 구축한 아이덴트러스도 제도적 미비로 시범서비스도 개통되지 못하고 있다. ‘전자인증’ 업무가 은행의 부수업무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정책 당국의 판단이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환·조흥 등 두 은행은 재정경제부의 정책이 확정될 경우 이르면 내년 초께 국내외 점포간 기업용 인터넷뱅킹서비스에 아이덴트러스를 시범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우리·외환은행이 가입한 무역 관련 인터넷 전자문서서비스인 볼레로도 1년 이상 이렇다 할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당초 시범서비스에 참여하려던 기업들도 삼성전자·포항제철 외에는 추가참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내년 국내 경기의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정보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시들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전자무역에 대비한 은행권의 행보를 어둡게 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그러나 “5년, 10년이 걸리더라도 언젠가는 다가올 미래 환경이라면 선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면서 “정부에서도 확고한 육성 의지를 밝힌 만큼 강력한 지원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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