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듀어런스(The Endurance) : 어니스트 섀클턴의 위대한 실패/ 캐롤라인 알렉산더 지음/ 프랭크 헐리 사진/ 김세중 역/ 뜨인돌 펴냄
인터넷서점 CEO로서 누구보다 많은 도서를 접하고 또한 주변 사람들로부터 도서 추천을 부탁받곤 한다. 한 주에도 수십권씩 출간되는 도서 중 어떤 책이 좋다고 추천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극한의 상황에 도전하는 ‘인듀어런스-어니스트 섀클턴의 위대한 실패’는 리더십의 표본으로 간직하고 싶기에 언제고 추천하고 싶은 서적이다.
모든 개개의 삶에서 누구든 도전의 순간과 맞닥뜨려지곤 한다.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것들에 대한 도전은 삶의 혈기를 자극한다.
남극탐험의 대서사시인 ‘인듀어런스’는 여느 산악도서와 달리 인듀어런스호에 승선한 대원들의 공동체를 이끌어야 하는 리더 ‘섀클턴’의 역할과 책임을 실천하는 과정에 초점을 두고 있다.
역사상 위대한 10인의 탐험가에 손꼽히는 어니스트 섀클턴의 남극대륙탐험은 14년 8월 그들과 생사고락을 나눌 인듀어런스 호와 함께 출발한다. 이들의 남극대륙횡단은 매순간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생존드라마로 14년에서 17년에 이르기까지 무려 3년에 걸친 투쟁과 고통, 인내의 시간이었다.
허스비크 포경기지에 무사히 도착함으로써 ‘위대한 실패’로 완성된 탐험에서 살아남은 섀클턴은 엘리펀트 섬의 남은 대원들을 구출하기 위해 엘리펀트 섬에 남아 두 척의 보트로 오두막을 짓고 필사적으로 몇 차례의 시도를 되풀이한 끝에 희망없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대원들을 찾아간다. 16년 8월 마침내 엘리펀트 섬에 남겨진 22명의 대원 전원을 구출한다.
인듀어런스 호는 남극해를 떠도는 끝없이 펼쳐진 얼음덩어리인 부빙에서 오는 공포와 싸우며 일년의 기간을 표류하게 된다. 부빙은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배를 포위하고 압박해 마침내 인듀어런스 호를 침몰시킨다. 배를 잃은 탐험대는 작은 보트를 타고 얼음의 위협과 거센 파도, 강풍을 무릅쓰고 엘리펀트 섬을 향해 출발한다. 사흘 밤낮, 90시간 이상을 잠을 잘 수 없는 상황에서 ‘입술이 부르트고 반 이상이 정신이 조금 이상해지는’ 상황이 됐지만 탐험대장 어니스트 섀클턴은 ‘낮에는 똑바로 서 있고 밤에는 보트와 보트를 연결한 밧줄을 잡으며 잠도 자지 않고 버티는 모습은 경이로웠다’고 전한다. 엘리펀트 섬에서 몇일을 보낸 후 남은 대원들을 부대장 프랭크 와일드에게 맡기고 겨우 6m 길이의 갑판도 없는 배(제임스커드 호)를 타고 1000㎞에 이르는 지구에서 가장 험한 바다를 다섯명의 대원과 함께 항해하기로 결정한다. 시속 100㎞의 바람과 20m 높이의 파도가 이는 폭풍의 물길을 헤치며 몇 번의 죽을 고비를 기적처럼 인내한다.
영국 출신의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은 14년 남극횡단에 나섰다가 부빙에 배가 난파되면서 탐험에 실패한 인물이다. 그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섀클턴이 오늘날 서구사회에서 리더십의 표본으로 여겨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바로 그가 영하 6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와 식량 부족, 고립에서 오는 지루함과 절망감을 극복하고 27명 대원의 목숨을 모두 구해낸 위대한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무려 18개월 동안 고립됐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한 사람이 동상으로 발가락을 잃었을 뿐 처음 탐험을 떠날 때와 같은 숫자의 인원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건 모두 그의 리더십 덕분이었다.
처절한 시련을 겪은 인듀어런스 호의 대원들에게 유일한 축복이 있었다면 그건 바로 섀클턴의 부하였다는 점일 것이다. 탐험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이 생존 드라마에서 섀클턴은 자신의 대원들과 늘 함께 했던 것이다.
‘인듀어런스’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바라본 인터넷의 바다는 여전히 남극과 같은 미지의 대륙으로 나를 자극한다. 어니스트 섀클턴이 보여준 무거운 책임감과 초인적인 노력과 실천, 마지막 한 명의 대원까지 구출해내는 동료애, 매순간 내려야 하는 판단과 서슴없는 행동 등, 이 책은 CEO 역할의 어려움과 중요함을 일깨우는 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99년 퍼블리셔위클리지에 의해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된 이 책은 다큐멘터리 도서의 흥미와 재미, 감동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다. 프랭크 헐리의 매혹적인 남극 사진과 세심한 정성이 깃든 편집과 어우러진 남극탐험의 대서사시로서 우리 출판가의 또다른 풍부한 어장으로 예견되는 다큐멘터리 출판물의 한 모델로도 모자람이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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