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헌 이네트 사장 khpark@enet.co.kr
‘진화하지 않는 것은 멸종한다’는 명제는 굳이 생명체에만 적용되는 것만은 아닌 듯하다. 인간을 비롯한 고등동물은 생명의 다양성과 진화를 제공하는 한 쌍으로 이루어진 막대모양의 유전자 구조를 채택함으로써 퇴행성 질환과 노화라는 불청객을 맞게 된다. 이를 기업에 빗대어 말하면 솔루션과 SI라는 두 가지 정보시스템 축을 기반으로 시스템 다양성과 복잡성이 높아질수록 상호운영성과 유지보수의 어려움이 발생하게 된다.
기업들이 많은 예산을 들여서 구축하고 있는 정보시스템들도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와도 같은 수명주기와 진화의 과정을 거친다. 그렇다면 생명체가 겪는 생로병사의 원인과 과정을 파악하는 데 기반이 되는 유전자 지도처럼 기업 정보시스템의 수명주기의 원인을 파악하는 데 기반이 되는 시스템 유전지도는 어떤 것일까.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어려움을 체계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 정보시스템에도 생명체 유전인자와 유전자체계에 상응하는 컴포넌트와 아키텍처 그리고 효과적인 학습체계가 필요하다.
기존 시스템과 새로 구축될 시스템은 구현 형태와 상관없이 각각의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상호운영하기 위해서는 개별 시스템이 마치 독립된 미션을 가진 유전인자처럼 독립적이고 유일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개별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상호 운용될 수 있는 환경, 즉 아키텍처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컴포넌트와 아키텍처는 외부 변화를 감지하고 영향을 평가하며 현재 또는 다음 세대로 변화에 대한 수용전략을 전달함으로써 환경변화에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학습체계를 포함하고 있어야만 한다.
지난 수십년 동안 이루어진 IT분야 진화의 결과로 쌓아올린 21세기 IT는 이러한 필요를 충족시켜줄 기술기반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우리에게 남아있는 과제는 어느 것이 가장 적합한 기술인지를 구분해 사용하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살아남는 것은 가장 강한 종이나 가장 영리한 종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다”는 찰스 다윈의 말처럼 끊임없이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새로운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것만이 정보시스템의 진화를 위한 가장 현명한 전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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