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벤처의 여성인력채용

 벤처기업의 인력채용 기준은 기존 기업과는 뭔가 달라도 다르다. 학력 위주, 남성 중심에서 조금 비켜가는 진취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적어도 여러 벤처기업을 취재하며 느낀 사실이다. 또한 그것이 벤처의 경쟁력이라는 데도 공감해왔다.

 하지만 최근 경력사원으로 회사를 옮긴 한 여성 취재원의 말을 들어보니 이런 기대가 한순간에 무너졌다. 그의 경력은 4년차, 주요 업무는 해외 영업이다. 이미 벤처기업 두 곳을 거치며 만만치 않은 실적을 거둔 바 있어 어디에서든 업무 능력에 대해서는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일로 여러 번의 실패를 겪어야만 했다.

 “커피 탈 수 있나요.”

 인터뷰 말미에 인사담당자로부터 종종 들었다는 질문이다. 속된 말로 직장 적응력을 알아보기 위한 가벼운 질문이라면 그래도 농담으로 할 수도 있다고 치자. 하지만 그가 ‘노’라고 대답하면 담당자는 항상 찡그린 얼굴이었다는 것이다. 지금의 회사에 들어가면서 임원과 약속한 것 중 하나도 ‘커피 심부름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회사에서 그의 실력을 놓치고 싶지 않아 인심쓰듯 약속한 사안이다.

 추측컨데 아마도 이런 현상은 벤처기업으로 분류된 제조 중심의 중소기업에서 종종 발생하는 극단적인 예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첨단 벤처기업에서도 여성에 대한 시각이 크게 변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최근 만난 한 벤처기업의 CEO는 “여성이 확실하게 일을 잘한다”면서도 “대기업에 비해 인력이 적은 벤처기업은 여러 일을 한 명이 맡아야 하는데 그 점에서 남성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현실을 강조했다.

 이미 여러 분야에서 여성의 능력이 발휘되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는데도 변하지 않는 세태다.

 벤처 자체가 무너지는 판에 한가하게 이런 얘기를 한다고 면박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벤처의 진정한 경쟁력을 생각해보면 가볍게 넘길 사안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바야흐로 취업시즌이 돌아오고 있다. 당장 힘들다 해도 변해야 할 것이 있다면 바꿔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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