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선진화된 택배서비스

 ◆이재숙 대한통운 기획실장 js1001@korex.co.kr

 

 대표적인 물류 선진국으로 첫 손에 꼽는 나라는 유럽의 물류 포털국으로 알려진 네덜란드를 들 수 있다.

 좁은 땅덩어리, 천연자원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천혜의 지리적 요건을 바탕으로 유럽 물류의 중심으로 우뚝 선 네덜란드는 국내 물류업계의 더없이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잘 정돈된 물류 인프라는 물론 민관의 공동체 의식이 어우러져 물류강국의 입지를 더욱 다지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 역시 십수년 전부터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동북아시아의 중심 물류국가로 성장한다는 거시적 목표 아래 물류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꿈꿔왔다.

 최근 남북 정부의 합의 아래 거행된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 착공은 한반도 물류 인프라 구축의 첫 단추를 꿰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정도다.

 그러나 정책과 인식의 미비로 향후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물류 중심국가로 발돋움한다는 목표의 실현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네덜란드가 지금과 같은 물류 선진국으로의 위용을 떨치고 있는 것은 인적 자원과 지리적 위치, 정부와 민간의 효율적 지원 등 삼박자가 잘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법 제도의 미비와 인식부족이라는 난제에 부딪혀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물류산업 중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고객과 가까워진 것이 택배서비스다. 명절 때마다 특수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택배는 연일 최대 물량을 경신할 만큼 성장 위용을 과시하고 있지만 소비자의 편의성에 비해 정책적인 면의 육성 지원책은 고려되지 않아 업계의 가슴앓이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택배는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라는 고객 밀착형 서비스를 펼치기 때문에 생활권역을 넘나들며 고객몰이를 하고 있다. 주택 밀집지역을 통과하며 직접 고객에게 물품을 전달하기 때문에 도로나 주택가 주차는 물품 전달을 위해 거쳐야 하는 필수과정이다.

 그러나 아직도 택배차량의 주정차가 법제화되지 않았다는 점은 택배업체들의 수익성 향상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택배 선진국 일본의 경우 택배차량에 대해 예외적으로 일시 주정차를 허용하는 법을 마련해 안전하고 편안한 배송을 가능케 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불법주차를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해야 하는 어려움을 감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택배 고객의 마인드 함양도 절실하다. 택배는 보내는 사람의 정성을 물품과 함께 전달하는 일이다.

 그러나 배달 약속 시간에 자리에 없어 택배사원을 기다리게 하는 것이 부지기수고 심지어는 당일에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옮겨가며 배송을 요구하는 일부 고객들로 인해 실랑이가 그칠 날이 없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업체들은 민관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는 상황에 안타까워하고 있다.

 또 편의점 등 택배취급점의 활성화는 향후 택배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가늠케하는 대목이다. 맞벌이 부부의 증가와 주5일 근무제 시행 등 대내외적 상황은 택배 문전서비스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택배취급점의 활성화는 이용고객들의 편익 도모와 동시에 업체들의 수익향상이라는 공통분모를 만들어 택배시장을 더욱 활성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동북아시아 경제의 한 축으로 성장한다는 거시적 비전을 안고 있는 우리나라가 진정한 물류 선진국 대열에 서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험난한 과제가 많다. ‘뜬구름 잡기’식의 장기 전략보다는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정부의 정책 마련과 소비자 마인드 함양이라는 눈앞의 과제부터 풀어나갈 때 물류 선진국으로 한발 다가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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