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 벤츠
1900년도 최초의 현대적 자동차로 불리는 ‘메르세데스 35PS’를 출시하며 세계 자동차업계를 주도해온 메르세데스 벤츠는 디지털시대에서도 명성을 이어가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내놓고 있다.
벤츠의 e카 전략은 한마디로 편의성과 안전성을 기반으로 한다. 벤츠는 미래에는 자동차 사고를 막기 위한 결정적인 순간의 신속한 판단이나 적절한 대처 행동의 책임이 운전자의 손을 떠나게 될 것으로 믿고 있다. 다시 말해 사고가 발생하는 상황이라는 판단과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대응 행동이 모두 시스템에 의해 이뤄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술이 자동차를 움직이며 끊임없이 위치가 변하는 이동물체를 피할 수 있도록 하려면 상당한 기술적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연구 중이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특히 앞으로 자동차마다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로의 정보를 교환하는 시점에서 사고를 피하기 위한 단계가 취해질 것이며 자동차가 어떤 상황에서 운전되든, 어떤 교통 상황에 반응하든 텔레매틱스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벤처는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메르세데스 벤츠는 최근 무선통신을 가능케 하는 전자구조를 개발해 차량 개별부품의 상태, 엔터테인먼트 정보, 상업용 자동차 물류 데이터 등의 기능을 실용화하고 있다.
△e카의 편의성=벤츠의 최첨단 편의장치로는 기존 크루스 컨트롤보다 한 단계 진보한 ‘디스트로닉(Distronic)’이 있다. 기존 크루즈 컨트롤 장치는 앞에 저속으로 운행하는 차량이 있을 경우 크루즈 컨트롤을 해제하고 다시 작동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이런 번거로움을 해결하기 위한 장치가 바로 디스트로닉이다. 디스트로닉은 차량 앞에 레이더를 장착하고 전방에 운행하는 차량의 상태를 관찰하면서 도로 상황에 맞게 속도를 조절해 일정거리를 유지하며 주행하는 장치다.
두 번째 편의를 위한 신기술로는 ‘텔레에이드시스템(TELEAID System)’이 있다. 이 시스템은 사고 등 차량에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면 이를 스스로 인지해 차체에 내장된 전화를 통해 가장 가까운 응급구조센터에 자동으로 연락을 취한다. 또한 차에 대해 궁금한 사안이 생겼을 때도 전문가에게 연락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능을 갖고 있다.
이와 관련된 것으로 내비게이션을 포함한 커맨드시스템도 한몫한다. 운전자가 운전 중이라도 모니터를 통해 내비게이션 및 라디오·CD 체인저·전화기·음성인식 컨트롤러·TV 등을 편리하게 이용하면서도 운전에 방해되지 않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통합컨트롤 장치다.
이밖에 △운전자가 리모컨으로 차량의 잠금을 해제하거나 카드 키만 소지하고 있으면 차량을 잠그거나 시동까지 걸 수 있는 키리스 고(keyless go) 장치 △주차 시 전후좌우에 있는 사물을 자동으로 감지해 경고하는 파크트로닉(Parktronic) 장치 △주행 중 운전자가 음성만으로도 전화기를 사용하도록 해주는 링궈트로닉(Linguatronic) 장치 등이 이에 속한다.
△e카의 안전성=메르세데스 벤츠는 현재 안전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충돌 전 인식 센서’라는 이름의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 센서의 개념은 다른 차량과의 충돌 위험 징후가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동차의 근접 주위환경을 스캔한다는 것이다. 운전자가 경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때 즉각 개입해 통제력을 행사한다는 개념이다.
또한 미래의 해결책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 바로 ‘위성항법시스템(GPS)’ 기반의 차량 위치 모니터링 방법이다. 위성항법시스템을 이런 용도에 사용하려면 센티미터 단위까지 정확하게 위치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하지만 현재의 GPS는 미터 단위까지만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센티미터 단위까지의 위성항법 위치파악 개발은 현재도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야간에 운전하는 것도 매우 위험성이 높은 일이다. 벤츠의 ‘나이트 비전’이라는 이름의 암시장치 연구 프로젝트는 눈이나 비·눈부심 등에 의해 시계가 나빠질 때, 특히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 보행자나 자전거 이용자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시계를 향상시키고자 하는 작업이다.
이밖에 벤츠는 운전자와 운행상태를 파악해 가장 편안하게 유지시키는 ‘센서트로닉 브레이크 컨트롤 기능’ 등 다양한 기능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상용화하고 있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
BMW
‘소프트웨어를 통해 자동차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다.’
세계적인 완성차 메이커 BMW그룹의 e카 전략을 한마디로 소개하면 이렇다. BMW가 보는 부가가치형 자동차는 단순 하드웨어식 장비 업그레이드가 아니다. 다양한 기능성을 통합하고 편리한 운전자 환경을 여는 수단이 바로 소프트웨어인 것이다.
BMW는 철저히 소프트웨어가 자동차 발전의 핵심기술이며 완성차업체의 경쟁력을 질적으로 향상시키는 동력이라고 보고 있다. BMW는 완성차업계에서는 다소 이례적으로 자동차IT부문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자동차IT부문은 차량의 기능 혁신을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이 목적이다. 이미 자동차에 담긴 부가가치의 40% 정도가 전자부품과 소프트웨어에서 나오고 있으며 향후 그 추세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게 이 회사의 판단이다. BMW그룹이 소프트웨어기술 개발과 축적을 위해 자동차IT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이유다.
△IT 기반의 첨단성=BMW그룹은 자동차의 소프트웨어를 아예 ‘상품’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사들과 구분된다. 달리 말하면 소프트웨어가 자동차의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출시되는 BMW 차량 고객들은 각종 소프트웨어를 따로 구입하거나 다운로드하는 형식으로 기능성을 확장할 수 있다. 운행지의 도로를 화면에 보여주는 신형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나 ‘BMW 뉴7 시리즈’에 장착된 인터넷 기반의 온라인 서비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94년 선보인 내비게이션 서비스는 내년부터 휴대형 컴퓨터와 접속이 가능하고 음성인식 기능이 추가된 형태로 진일보된다. 텔레매틱스 분야에서도 BMW는 전담연구팀을 통해 긴급호출·장애보조·교통뉴스·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능형 운전보조서비스도 BMW의 e카 전략에서 두드러진 장점이다. 현재 독일에 상용화된 운전보조서비스는 내년 중반 이후 한국과 영국·오스트리아·일본·미국 등지로 확대될 예정이다. 지능형 운전보조시스템은 크게 전방조절장치와 적응주행장치로 구성돼 운전자가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도록 자동화된 기능을 제공한다.
노트북이나 PDA·휴대폰 등 블루투스 기반의 각종 무선통신기기간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한 솔루션도 지원하고 있다. 또 모든 차량의 키를 소프트웨어 방식으로 암호화함으로써 차량 도난사고를 미연에 방지한다.
이 같은 첨단기술이 총동원된 결정판이 BMW의 뉴7 시리즈다. 운전 조작기능을 완벽에 가까운 수준으로 자동화한 비결은 ‘i드라이브’에 있다. i드라이브는 운전보조에서 실내온도 자동조절·엔터테인먼트·내비게이션 등을 한꺼번에 구현한 뉴7 시리즈의 가장 특징적인 솔루션이다.
BMW는 자동차IT부문을 통해 소프트웨어 R&D는 물론 온라인으로 각종 정보나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할 수 있는 네트워크센터를 운영 중이다. 서비스 대상도 내비게이션·텔레매틱스·온라인 등에서 개인적인 취향에 맞는 옵션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이다.
△안전성과 개방성=자동차IT 전략에서도 특히 BMW가 비중을 두는 측면은 안전성이다. 차량에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할 때 추가된 기능이 각종 부작용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면 이를 최소화하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BMW 차량에는 외부로부터의 임의조작을 막기 위해 추가적인 안전장치와 방화벽이 구축돼 있다. 또 BMW의 그룹서버만 소프트웨어 다운로드를 통제하고 있으며, 모든 소프트웨어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품질 기준 아래 관리된다.
향후 자동차산업에서 소프트웨어는 완성차업체뿐 아니라 부품공급업체·자동차판매업체들에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는 게 BMW의 전망이다. 그동안 완성차의 기술영역에서 배제돼온 공급망(SCM)의 협력사들도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는 배경이다.
이와 함께 BMW가 소프트웨어 개발과정의 전략적 원칙은 시스템의 개방성이다. BMW는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구사항으로 개방형 구조의 채택을 들고 있다. 급속히 발전하는 기술과 고객의 다양한 서비스 요구를 수렴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전 산업부문과 업무 환경, 정보기기를 막론하고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IT 환경의 개방성이 e카시대에도 변함없는 기술흐름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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