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아남, 어떤 통합 밑그림 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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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부그룹이 아남반도체의 최대 주주로 떠오르면서 동부전자와 아남반도체의 향후 역할분담과 향배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동부그룹측은 ‘2개의 회사를 하나의 경영진이 운영한다’는 대원칙을 세우고 통합경영에 나서 장기적으로 동부전자와 아남반도체를 합병한다는 밑그림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곧 아남반도체 이사회를 열어 경영진 재구성을 논의하고 대주주 변경 및 이사진 신임 등을 위한 주주총회도 소집할 계획이다.

 그러나 동부그룹측은 양사의 주 임무, 즉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라인 운영이나 설비투자 등 대해서도 당초 계획을 대폭 수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0.13미크론 설비투자 잠정 보류=동부측은 당초 지난 7월 아남 인수를 발표할 당시만 해도 아남의 주 고객인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의 0.13미크론(㎛)급 디지털신호처리기(DSP) 주문량을 소화하기 위해 동부 음성공장의 라인 확장에 나설 계획임을 밝혔다.

 그러나 TI와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0.13㎛급 공정은 물론 0.09㎛ 공정이 필요한 고객을 확보하지 못하게 됐다. 이에 따라 현재 월 5000장의 생산능력을 갖고 있는 음성공장에 대한 추가투자 및 생산능력 확대 등은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아남반도체는 TI로부터 0.18㎛급 주문량이 늘면서 다음달부터는 가동률이 더 올라갈 전망이며 최근 TI로부터 이전받은 아날로그 반도체 제조기술 BDC10과 A07이 안정화되는 내년부터는 주문량을 늘려 연간 4000억원대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동부측은 섣부른 설비투자보다는 당분간 시장상황을 지켜볼 가능성이 높으며 아남의 가동률을 높여 실익을 챙기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 관측통들의 전망이다.

 ◇자금조달 어떻게 될까=동부그룹은 이번 협상에서 잔금 420억여원을 장기어음으로 돌린 것이 큰 성과라고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도한 현금운용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는 것.

 업계 일각에서는 그러나 동부가 아남을 인수해 곶감을 빼먹을 것이 아니라 세계 3위의 파운드리 전문업체로 끌어올리기 위한 적절한 투자계획과 자금운용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동부전자는 현재 금융권으로부터 신디케이트론 나머지 금액 2600억원을 확보하는 데 막바지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계약은 되어 있는 상황이지만 사업환경이 변한 만큼 채권단을 안심시킬 새로운 사업계획을 내놓아야 하는 입장인 것이다. 여기에 해외고객 확대와 자금조달 등의 노력도 필요한 시점이다.

 통합경영진 재구성과 암코와의 영업권 양도를 위한 후속협상에서 동부측이 사소한 실익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파운드리 전문업체로서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전략적인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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