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컴퍼니> IT업계 `와인 마니아` 2인

 ‘와인의 향기에 빠져보세요.’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쁜 IT업계에서 여유를 찾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업무로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한 회식자리도 ‘부어라, 마셔라’식의 술잔치로 이어지다보면 오히려 심신을 더욱 지치게 하기 일쑤다.

 네트워크통합(NI)업체 데이타크레프트코리아(대표 이문영)의 신원렬 사장(43)은 이처럼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피로와 긴장을 풀고 여유를 찾기 위해 와인을 즐겨찾는다.

 3년전 와인을 처음 접했던 신 사장은 업무 특성상 자주 갖게 되는 고객, 파트너사 관계자들과의 만남을 보다 편안한 자리로 만들기에 와인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보고 와인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4월 데이타크레프트에 합류하기 전에도 6년간 외국계 통신업체인 노텔네트웍스에 근무하는 등 업무상 외국인들을 자주 만나는 것도 신 사장을 와인과 더욱 가깝게 했다.

 “비즈니스를 위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과 와인을 곁들이며 얘기를 나누다보면 자연스레 사적인 화제도 나누게 돼 업무를 진행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렇다고 신 사장이 와인을 즐기는 이유가 단지 비즈니스를 위해서만은 아니다. 신 사장은 무엇보다 주량이 낮은 사람들과도 오랜 시간동안 와인 잔을 기울이며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와인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밝힌다.

 “부드러운 와인을 함께 하다보면 가슴속에 품었던 깊은 얘기도 서로 나눌 수 있게 됩니다. 특히 가족들과도 부담없이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좋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신 사장은 1년여전부터는 해외 출장 때마다 와인을 한두병씩 사가지고 들어와 현재 30여병의 와인을 소장하고 있다. 물론 신 사장의 와인보관대에 놓여진 와인은 결코 비싸지 않다. 진한 맛에 반해 가장 즐겨마시는 칠레산 와인 ‘까베르네 쇼비뇽’은 2만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

 신 사장은 “와인이라고 해서 비싸다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라며 “부담없는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와인도 많다”며 와인예찬을 멈추지 않는다.

 신 사장이 취미 차원에서 와인에 빠져들었다면 ERP업체 온라인패스(대표 윤춘식) 마케팅부의 강정민 대리(28)는 전문가 수준의 와인애호가다. 2년전 영국의 한 호텔에서 근무하면서 와인에 매료된 강 대리는 지난해 귀국 후 1년간 세종대학교 관광대학원의 와인컨설팅 과정을 수료했다.

 이를 통해 와인감별사로 불리는 ‘소믈리에’의 경지에 이른 강 대리는 지금도 꾸준히 와인 동호회 모임에 나가며 와인을 즐기고 있다. 강 대리는 와인컨설팅 과정을 같이했던 동기들의 모임인 ‘와인앤드치즈’를 비롯해 인터넷 와인동호회인 ‘와인21닷컴’에서 다양한 와인을 접하며 서로 정보를 교환한다. 그동안 강 대리의 입 안을 맴돌았던 와인도 어느 새 300여종에 이른다.

 수많은 와인을 경험한 강 대리가 즐기는 와인은 미국산 ‘진 판델’과 이탈리아산 ‘레 스페레 지비보’. 모두 2만원 안팎의 돈으로 즐길 수 있는 와인이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부담없는 가격에 마실 수 있는 와인을 찾을 수 있고 삼겹살, 비빔밥 같은 한국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도 많기 때문에 꼭 레스토랑에 가서 비싼 요리와 함께 마셔야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생각에서 앞으로 강 대리는 와인과 함께 맛있는 요리를 부담없는 가격에 곁들일 수 있는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게 꿈이다. 이를 위해 강 대리는 지난해 일본에 맛기행까지 다녀왔다.

 “누구나 부담없이 찾아와 향기로운 와인과 맛있는 식사를 함께할 수 있는 레스토랑을 만들고 싶습니다. 와인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비싸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이러한 인식을 깨기 위해 와인대중화에도 힘쓰고 싶구요.”

 소주 세잔이면 얼굴이 빨개지지만 와인에서만은 ‘애주가’인 강 대리의 꿈이 어떻게 펼쳐질지 새로운 와인병을 따기 전에 갖는 설레임만큼 흥미로운 기대를 품게 한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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