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게임문화 현장을 가다>(2)베이징 vs 상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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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한때 ‘죽(竹)의 장막’이라 불릴 만큼 베일 속에 가려진 나라였다. 그러나 중국은 지난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개방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 온라인 게임업체들이 ‘만리장성’을 넘어 중국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중국 정부의 개방정책 덕이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알다가도 모를 나라다. 국내 게임업체들이 중국 비즈니스를 망설이는 까닭도 중국을 모르기 때문이다. 같은 한족이라도 지역마다 쓰는 말이나 음식은 제각각이고 심지어 사고방식까지도 다른 나라가 중국이다.

 게임문화 역시 예외는 아니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나 게임의 종류도 지역마다 천차만별이다. 특히 게임문화를 선도하는 게임업체의 경우 어디에 본사를 두고 있느냐에 따라 사무실 환경부터 직원들의 마인드나 경영이념 등이 완전히 딴판이다.

 중국은 36개 성과 도시로 구성돼 있다. 하나의 성이나 도시가 우리나라 전체와 견줄 만큼 큰 규모인 것을 감안하면 중국 게임문화의 다양성을 가히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의 게임문화는 중국 게임업체의 90% 이상이 집중돼 있는 베이징과 상하이를 중심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이들 지역은 국내 온라인 게임업체들의 현지 파트너가 집중돼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그러나 베이징과 상하이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일단 지리적으로 베이징은 지구 북반구에 위치한 분지 지형인 반면 상하이는 남반구에 바다와 강을 끼고 있다. 베이징에는 가습기가 불티나게 팔리는 반면 상하이에서는 제습기가 필수품이라는 사실은 두 도시의 자연환경이 얼마나 다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 베이징은 중국의 수도로서 정치와 문화, 교육의 중심지인 반면 상하이는 중국 정부의 개혁과 개방을 상징하는 경제도시라는 점도 다르다.

 비슷한 점이 있다면 두 도시가 중국 게임시장의 핵심 축이라는 사실이다. 베이징과 상하이는 일단 전체 인구는 각각 1300만명과 2200만명으로 다르지만 중심지에 거주하는 인구는 두 도시가 모두 1000만명 내외다. 또 게임의 주요 이용층인 학생과 직장인이 대거 몰려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인터넷 사용인구도 베이징이 448만명, 상하이가 421만명으로 중국 전체 인터넷 사용자의 20%가 모여 있다. 특히 두 도시가 주변 지역을 대부분 커버하는 것을 감안하면 중국 게임시장이 거의 이들 도시에 의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두 도시의 게임문화는 전혀 다르다. 게임을 즐기는 유저층에서부터 게임업체에 이르기까지 두 도시는 각각 색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요즘 중국 게임문화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는 PC방은 좋은 비교 대상이다.

 PC방수는 지난 6월 PC방 화재사건으로 중국정부가 단속을 하기 이전에는 베이징이 3000여개로 상하이의 1000여개보다 3배나 많았다. 상하이의 경우 인터넷이 가능한 인텔리전트 빌딩이나 사이버아파트가 많아 굳이 PC방을 찾지 않아도 사무실이나 집에서 온라인 게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베이징에는 대학가를 중심으로 한달에 많게는 5곳이 한꺼번에 개업할 정도로 PC방이 성황을 이뤘다.

 그러나 PC방 화재 이후 상황은 완전히 역전됐다. 정부나 관료의 영향력이 강한 베이징의 경우 영업을 재개한 PC방이 30여개에 그친 반면 상하이는 별다른 영향없이 1000여개가 여전히 성업중이다.

 두 지역에서 사람들이 즐기는 게임의 종류도 조금씩 다르다. 동시접속자 50만명을 돌파해 유저수로 세계 신기록을 수립한 온라인 게임 ‘미르의 전설2’의 경우 서비스업체가 상하이에 있다 보니 이용자의 70%가 상하이 사람들이다.

 하지만 베이징 유저는 전체 이용자의 1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베이징에서는 베이징 업체가 서비스중인 ‘레드문’ ‘천년’ 등이 ‘미르의 전설2’보다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게임업체들도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단 도시 분위기에 맞게 게임업체들이 입주해 있는 빌딩은 상하이가 훨씬 화려하다. 상하이 업체들이 입주해 있는 빌딩은 대개 30층 이상으로 복도며 외관이며, 심지어 엘리베이터까지 대리석으로 치장하고 있다.

 하지만 베이징의 게임업체들은 10여년 전 우리나라 학교 건물을 떠올릴 정도로 낡은 건물에 입주해 있는 경우가 많다. 뾰족한 고층빌딩보다 옆으로 퍼진 건물들이 대부분이다. 최근 들어 벤처빌딩이 생기면서 새 건물에 입주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화려한 맛은 상하이 업체에 비해 덜하다.

 CEO나 직원들의 면면도 큰 차이를 보인다. 우선 베이징은 정통관료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다 보니 주로 관료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사람들이 주요 요직을 장악하고 있다. 반면 상하이에는 젊은 유학파들이 앞선 경영기법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베이징 게임업체 사람들은 게임을 부를때 ‘용족(드래곤 라자)’ ‘홍월(레드문)’ 등 한자로 표기된 이름을 사용하는 반면 상하이 사람들의 경우 ‘프리스톤테일’ ‘샤이닝로어’ 등 영문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단적인 예다.

 두 도시가 큰 차이를 보이면서 일종의 라이벌 의식도 싹트고 있다. 가끔 상하이 사람들이 베이징 사람들을 보고 고리타분하고 보수적이라고 비판하는 반면 베이징 사람들은 상하이 사람들은 돈밖에 모르는 장사치라고 폄하한다.

 특히 최근 한국 온라인 게임 유치경쟁이 불붙으며 두 도시의 업체들은 각각 지역 고유의 특징을 자랑하기도 한다. 베이징의 경우 관료와의 끈끈한 관계를, 상하이의 경우 앞선 경영기법과 넓은 고급 유저층을 종종 들먹인다.

 위메이드의 최기철 상하이 지사장은 “중국 메이저 게임업체들의 경우 최근 본사와 별도로 지사를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상대 지역에 개설하며 두 도시 유저를 동시에 공략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지역적 차이는 점차 극복되는 추세”라면서도 “여전히 두 도시의 기업이나 유저 등의 문화적 차이가 적지 않은 만큼 한국 게임업체들이 중국 파트너 업체를 선정할 때에는 이같은 차이나 시장환경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하이홍 장지안밍 부총재 인터뷰>

 “게임이 한국과 중국 사이에 존재하는 문화적인 차이를 좁히고 양국의 동질감을 형성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한국 업체와 여러 분야에서 협력해 양국 게이머들이 모두 좋아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연중(Ourgame)과 아시아게임 등 2개의 온라인게임 서비스 업체를 통해 천년과 레드문 및 헬브레스·무혼·소마전기·메틴 등 6종의 한국 온라인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중국 하이훙사의 장졘밍 부총재(45)는 한국 게임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96년부터 인터넷사업을 추진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게임을 통해 인터넷 이용자를 늘리고 자사의 수익도 높아지는 등 일거양득의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하이훙은 연말까지 한국게임 서비스 종류를 10개로 늘릴 계획이다. 또 게임의 지속성 확보를 위해 한국업체와의 합작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하이훙은 최근 한국 기업과 함께 중국 현지에서 양국의 인기가수가 참여하는 공동 이벤트와 중국디지털엔터테인먼트 축제도 준비중이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우선 중국에 대해 잘 알아야 합니다. 하이훙도 최근 지속적인 게임 개발을 위해 한국업체와 합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한국업체들이 중국 사정을 잘 몰라 어려움이 많습니다.”

 하지만 장 부총재는 한국기업들이 중국 실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겪는 견해차이 때문에 힘이든다고 토로한다. 중국의 경우 독자적으로 영업을 하기가 어렵고 오프라인 유통망을 이용하려면 유통커미션을 줘야하는데 한국 업체들 가운데는 이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특히 합자회사 설립을 추진할 경우 무조건 최대주주가 되겠다고 고집하는 업체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중국의 경우 온라인게임 동시접속자가 한국에 비해 월등히 많아 한국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던 게임도 중국에서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 온라인 게임업체가 중국에 진출하려면 동시접속자가 20만∼30만명에 달해도 무리없이 처리할 수 있도록 서버기술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은 게임시장은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며 “한국업체와의 합작을 통해 게임을 바탕으로 한 인터넷 미디어로서 입체적인 디지털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벌여나갈 계획”이라고 자사의 비전을 소개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 중국은 불법복제의 천국 >

 베이징의 IT중심 지역인 중관춘. 하이룽상가를 비롯해 대형 전자상가가 몰려 있는 지역이다. 특히 이 지역에는 베이징대와 칭화대·인민대 등 중국의 3대 대학이 몰려 있는데다 우리나라의 과기부와 같은 중과집단이 자리를 잡고 있다. 또 중과집단 뒤편으로는 중국의 실리콘밸리라고 부를 정도로 많은 IT개발사들이 모여있고 베이징대 뒤편에는 PC 주변기기를 비롯한 IT업체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중관춘 중심을 기점으로 반경 4㎞ 이내에 정품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유통점은 총 10개 정도에 불과하다. 소프트웨어는 비싼 돈을 주고 사야하는 제품이라는 인식이 거의 없어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전자상가 주변이나 도시 외곽지역에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불법복제물을 주로 이용하고 있어 정품 유통업체가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중국에는 정품 유통업체가 롄방과 셀러스, 마오리 등 한손으로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상가 밖에만 나오면 불법복제물을 판매하는 노점상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그나마 베이징은 중앙정부가 있는 수도라 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훨씬 덜한 편이다. 상하이만 해도 출퇴근 시간만 되면 지하철역을 비롯해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라면 어디나 불법복제물 노점상이 도열을 하거나 단속을 피해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선다. 대도시를 벗어나면 이같은 현상은 아예 일반적인 판매 방식이 돼버렸다.

 그러다보니 신제품의 경우 정품 소프트웨어 1장이 팔리는 순간 불법복제물은 20개가 팔린다는 것이 정설로 통하는 상황이다.

 실례로 중국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1인칭 슈팅 PC게임 ‘카운터 스트라이커’의 경우 정품이 20만장 정도밖에 안팔렸다. 중국 전역 20만여개 PC방에서 이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한둘이 아닌 것을 감안하면 복제품의 수량이 얼마나 많은지 가늠할 수 있다.

 이처럼 불법복제물이 범람하는 것은 저작권에 대한 국민의식이 낮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들어서는 공안국에서 수시로 단속을 펼치기는 하지만 요식행위로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다 적발되더라도 구류나 가벼운 벌금형으로 처리하고 넘어가기가 일쑤라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에서 CD형태로 판매하는 PC게임 시장은 제자리 걸음을 하는데 그치는 반면 온라인게임 시장은 날로 커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은 아직 말 그대로 ‘불법복제의 천국’인 것이다.

 이와관련, 중국 게임유통업체인 징허스타이(晶合時代)의 짱유리(張友利) 사장은 “PC게임의 경우 박리다매 형태의 판매방식으로 버티고 있다”며 “지난해 WTO에 가입하면서 저작권보호에 대한 세계적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아직 중국 정부나 국민들은 불법복제에 대해 아주 너그러운 편이라 당분간 불법복제 관행이 수그러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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