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신바람 문화와 IT강국

◆이장우 경북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 antonio@knu.ac.kr>

 

 조급증과 냄비근성은 한국인의 대표적인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약점의 이면에는 신바람이라는 잠재력이 내재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잘할 때와 못할 때의 기복이 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똑같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아도 어떤 때는 무질서의 극치를 보이다가도 어떤 때는 선진문화수준의 전형을 보이기도 한다. 월드컵 응원을 위해 길거리에 수천명이 모여도 질서정연하고 한식구 같은 모습이다.  

 신바람이 한 일은 많다. 우리의 국난극복의 역사속에서 분연히 일어났던 민중은 위기마다 신바람 에너지를 발산하였다. 지금도 중국인들은 조선족을 ‘싸움 잘하고 가무를 좋아하는’ 민족으로 평가하고 있다. 아마도 이 기질 덕분에 최근에는 아시아에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불경기에도 경쟁적으로 벤처창업에 뛰어드는지도 모른다. 일찍이 김구 선생은 문화강국이 됨으로써 선진국으로 발전하기를 꿈꿨다. 그리고 우리는 월드컵 개막식에서 보여준 ‘IT와 전통문화의 조화’라는 새로운 한국의 이미지에서 그 가능성을 봤다. 또 아시아로 뻗어가는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비록 국내시장이지만 할리우드 영화와 대등하게 경쟁하고 있는 세계에서 몇 안되는 우리 영화산업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브로드밴드 및 휴대폰 보급률, 그리고 세계 최고의 초고속 인터넷 사용률 등 우리의 IT인프라를 세계가 부러워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각국이 IT인프라에 투자를 서두르는 실정에서 인프라만으로는 IT강국이 될 수 없다. 진정한 부가가치는 IT인프라 위에서 활용되는 수많은 콘텐츠를 통해 창출될 것이다. 그리고 이 콘텐츠는 건실하고 창조적인 문화 기반 위에서만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의 신바람 문화는 IT강국을 이루는 데 중요한 기저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문제는 신바람 에너지라는 것이 그저 원한다고 저절로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신바람이라는 한국인 특유의 집단에너지는 어떻게 창출될 수 있는 것일까. 필자는 그동안 맨주먹으로 성공을 일궈낸 벤처기업들을 연구하면서 다음과 같은 신바람 창출의 전제조건들을 발견했다. 

 첫째, 공존공생의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진정으로 신뢰받는 리더가 존재해야 하며 조직의 하부 구성원들에게까지 거둬들인 빵의 일부가 배분되어야 한다. 또한 추구하는 조직목표와 생산하는 산출물들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고 구성원들간에 인간적 유대감과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일에 있어 자율과 경쟁이 지배해야 한다. 자율과 경쟁은 원래 ‘양날의 칼’에 비유된다. 잘 쓰이면 보배지만 잘못 쓰이면 없는 것만 못하다. 그러나 앞에서의 전제조건인 공동체적 조직질서가 탄탄하면 대단한 생산성을 발휘하기 마련이다. 다시 말해 공존공생의 분위기로 똘똘 뭉친 조직에서는 서로를 격려하고 알아서 잘하는 질서가 자리잡는다. ‘창조적이고 생각하는’ 플레이는 바로 선의의 내부경쟁속에서 스스로 알아서 하는 가운데 만들어진다.

 셋째, 정확하고 공정한 보상을 해야 한다. 창조력을 발휘하고 잘한 개인에 대해서는 반드시 피드백과 포상을 해줘야 한다. 여기에는 경제적 인센티브 외에 칭찬과 팀단위의 보상도 중요하다. 하지만 잘하나 못하나 마찬가지인 분위기에서는 절대로 신바람의 선순환이 일어나지 않는다. 

 모든 사물과 현상에는 본질적으로 장점과 약점이 공존한다. 신바람은 한국인의 약점을 누르고 장점을 살려나가려는 지혜 속에서 폭발한다. 벤처산업은 불과 5∼6년 전만해도 GDP 대비 거의 제로에 가까운 위치에 있었으나 지금은 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농업과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한 것이다. 하지만 벤처 비즈니스 방식의 급속한 확산과 벤처 게이트로 대변되는 부정적 영향요인들로 말미암아 일각에서는 벤처기업의 정체성 자체를 의심하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과연 ‘벤처기업은 없다’라고 할 수 있는가. 아마도 이에 대한 대답은 앞서 이야기한 ‘장점 살리기 지혜’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특히 벤처란 우리의 신바람 문화를 비즈니스에 정착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그 실험결과를 소중히 살려나갈 필요가 있다. 우리가 희망하는 IT 강국도 벤처기업들이 일구어내고 있는 신바람 문화에 힘입어 반드시 성취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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