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IT의 3대 사기극(?)

 ◆김경묵 경영기획실 부국장대우

 

 IT경기가 여전히 불투명하다. 월드컵경기를 타고 상승기류로 반전될 것이라는 올초의 기대도 난망 분위기다. IT시장만 보면 IMF시절보다 더 냉랭하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경기침체의 주요인으로는 과잉투자에 따른 재고누적을 꼽는다. 유저(고객)들이 그동안 필요 이상의 IT 인프라 투자를 했기 때문에 당분간 새로운 수요가 없다는 분석이다.

 현상만 보면 과잉투자라는 말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 문제는 이같은 과잉투자가 누구의 책임이냐는 것이다. 물론 1차적으로 시스템 도입을 결정한 유저의 책임이 크다. 하지만 과잉투자를 유도한 IT벤더(공급자)들의 책임을 간과해서도 안된다. 이 모든 것을 고객의 책임으로만 돌릴 경우 경기반전 후에도 상호 신뢰 회복이 어려워 ‘적정투자’도 불가능한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유저들 사이에선 재미있는 ‘3대 거짓말’ 시리즈가 회자되고 있다. 분명 이론의 여지는 있지만 대부분이 물건을 사주는 고객입장에서 나온 생각이라는 점에서 IT업체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첫번째는 Y2k다. 20세기말 전세계 기업을 공포로 몰아넣으면서 IT시스템의 보수·교체를 강제했던 Y2k문제는 알고 보면 벤더들이 제품을 팔기 위해 꾸민 작품이라는 것이다. 예상보다 별다른 문제없이 지나가다 보니 나온 얘기겠지만 유저측에서 보기엔 설득력이 전혀 없는 말도 아니다(물론 그만큼 호들갑을 떨면서 준비했기 때문에 문제없이 지나갔다는 분석은 여전히 유효하다).

 두번째는 닷컴열풍이다. 2∼3년 전부터 인터넷사업에 진입하지 못하면 마치 금세 도태될 것처럼 분위기를 잡더니 시스템투자를 한 업체는 물론 닷컴업체에 주식투자를 한 투자자까지 망하게 했다는 지적이다. 한마디로 신규시장을 띄우기 위해 미국 IT업체들이 세게 바람을 잡고 그 과실도 자신들만 땄다는 얘기다. 이 역시도 인터넷이 당장의 수확보다는 미래의 사업을 위한 엔진(인프라) 성격으로 진행중인 사업이라는 점에서 아직 예단하기는 이르다.

 마지막은 3세대 이동통신이다. 앞서 얘기한 것들과는 달리 앞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점에서 이채롭다. IMT2000은 벌써 서비스 시기와 내용을 놓고 여러번 삐그덕거리는 사안이다. 3세대 통신도 결국 ‘꿈의 통신’으로 불렸던 ISDN의 재판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고객의 정확한 욕구를 읽지 못한 채 실기한 서비스로 남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위의 3가지 사례는 그동안 공급자들이 고객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패러다임의 변화’를 비롯한 여러가지 말에 현혹돼 선투자를 감행했지만 정작 기업의 수익으로 연결될 것이 별반 없었다는 게 수요자들이 갖고 있는 공통된 인식이다. 이는 최근 유저들의 투자자세에서도 잘 나타난다. IT투자를 생존을 위한 인프라 측면에서 감행했던 대다수 업체들이 최근엔 철저한 수익성(ROI) 검토 후 시행하고 있다. 이같은 보수적 투자자세가 IT시장 급랭을 가져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신규시장 창출에 고민하는 벤더들은 여기서 해답을 찾아야 될 것 같다.

 기술로는 모든 게 가능한데 이를 적용할 킬러앱을 못찾는 것이 아니라 혹시 고객의 니즈에 소홀했기 때문에 시장이 안보인 것은 아닌지를 되물어야 한다. 고객의 니즈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막연히 대체수요를 기다려서는 현재의 침체국면을 타개할 수 없다.

 그저 고객보다 기술을 더 빨리 많이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시장을 창출할 수 있었던 시대는 지나갔다. 일방통행식 영업관행의 결과가 바로 고객이 외면한 시장에서 고객탓만 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다. 또다시 필요 이상의 콘셉트로 대박시장을 꿈꾸기보다는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한 작은 발걸음이 필요한 시점이다. ‘3대 거짓말’을 단순히 우스갯소리로 넘겨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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