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 더 뉴스>서진구

 

 “일송정 푸른 솔은...(중략)...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 꿈이 깊었나.”

 서진구 코인텍 사장(51)은 서울시 이촌동 리바뷰맨션의 노래하는 아저씨다. 그는 매일 아침 굵직한 바리톤 음을 창문 너머로 30분간 내보낸다. 애창곡인 ‘선구자’를 부르는 실력이 만만찮다.

 가곡 선구자(작곡 조두남)에는 나라를 일제에 빼앗기고 젠다오로 쫓겨간 애국지사의 비장한 의지가 담겨있다. 서 사장은 선구자를 노래하듯 정보기술(IT)의 일본 진출을 위해 앞장섰다.

 코인텍은 일본 최대 종합상사인 미츠이물산의 미츠이정보개발주식회사(MKI)와 중견기업용 전사적자원관리(ERP) 솔루션을 공동개발해 오는 12일부터 판매한다. 코인텍과 MKI는 올해에만 일본의 40개 기업에 ERP를 공급해 5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5년내에 800개 준거(레퍼런스)사이트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로써 코인텍과 서 사장은 구태의연한 수기결재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본 중견·중소기업들에게 디지털 자원관리, 전자결재, e비즈니스를 전파하는 ‘21세기 IT 일본통신사’로 등장하게 됐다.

 정보화시스템 투자에 보수적인 나머지 기존에 구축한 마이크로소프트 솔루션에 집착하고 기술적으로 완벽한 솔루션을 도입하려는 일본기업들에게 닷넷 기반의 웹 ERP를 소개함으로써 국산솔루션의 우수성을 한껏 과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서 사장은 “일본의 연간매출 50억∼1000억엔대 중견기업이 24만개로 한국보다 80배 가량 큰 시장규모지만 ERP 도입률이 10%를 밑돈다”며 눈빛에 힘을 실었다.

 그는 또 “일본에서 거둔 매출의 10%를 일본정부에 내야 하지만 한국에서 10%를 환급받는다”며 “아주 매력적인 무관세 수출구조가 아니냐”고 강조했다.

 코인텍은 일본기업들이 세계 각지에 지사를 개설하고 있는 점을 주목, 마이크로소프트 닷넷 기반의 웹 ERP(제품명 이글ERP)를 적극 소개했다. 인터넷에서 사용할 수 없는 ERP로는 승부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일본의 중견기업용 ERP시장이 무주공산에 가까울 정도여서 한국산 ERP의 성공기회가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이같은 전략이 일본 시장의 높은 진입장벽을 허물었고 그것도 일본 굴지의 그룹과 연을 맺게한 원동력이 됐다. 서 사장은 오는 11일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에서 일본시장 진출 성공사례를 중심으로 강연함으로써 국내 기업용 솔루션기업들에게 수출노하우를 공개할 예정이다.

 코인텍의 웹 ERP 구현은 B2B, B2C 등 E비즈니스 사업을 운영한 경험과 SAP ERP기술을 습득한 결과다. ERP분야 선두주자인 SAP 제품의 장·단점을 면밀하게 분석해 코인텍만의 ERP로 승화시킨 것이다.

 서 사장은 “무려 8번을 클릭해야 하는 SAP의 검색구조를 한 화면에 올려놓는 기술적 진보를 실현했다”며 굳이 기자의 눈으로 확인토록 해줬다. 히라야마 후미오 MKI 수석연구원도 “코인텍의 ERP가 웹에서 구동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제품”이라며 신뢰를 표시했다.

 “아시아 최고의 ERP 회사를 지향합니다.”

 서진구 사장이 품은 코인텍의 미래상이다. 그는 세계 IT산업의 중심으로 떠오른 동북아 ERP 시장을 점령한 후 미주로 진출하겠다는 야심을 가졌다. 그 첫 단추를 일본(MKI)에서 뀄고, 두 번째 단추는 내년에 중국에서 꿸 계획이다.

 그는 오는 21일 중국 신식산업부가 주최하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의에 초청됐다. 이를 계기로 중국 ERP 시장 진출을 위한 초석을 마련해 나갈 생각이다.

 서 사장은 “인텔이 투자한 아시아지역 IT기업 30개사 중에 코인텍이 포함돼 있어 보다 원활한 시장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중국형 ERP 개발을 서두르되 면밀하게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중국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코스닥과 나스닥 진출을 도모할 계획이다. 더불어 2004년 이후로 동북아를 넘어 미주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기로 했다.

 아마도 서 사장은 일을 즐기는 사람일 것이다. 지난 77년 삼성전자 통신사업팀에 입사해 전자교환기하드웨어·국간전송장치·휴대폰·팩스·근거리무선통신망(LAN)·군용통신기기 등을 두루 섭렵하며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삼성전자 통신연구실장으로서 대기업 이사의 꿈이 무르익을 무렵인 89년, 그는 삼보컴퓨터 PC 및 주변기기 개발총괄(연구부소장)로서 새로운 도전을 했다. 97년에는 다시 두루넷 수석부사장으로 회사 설립과 사업기초를 마련하는 일을 주도했다.

 그의 식지 않는 도전정신은 99년 코인텍 설립으로 이어졌고, 이제 아시아 최고의 ERP 회사로 연결되고 있다.

 서 사장은 만능 스포츠맨으로 테니스, 골프, 야구를 좋아한다. 심지어 씨름까지 즐길 수 있는 체력을 가졌다. 여기에 대학시절 단과대학 대표를 한 바둑실력(1급)과 붓글씨까지 수준급이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 듯, 뚝심에 현명함을 갖춘 서진구 사장의 도전에 기대가 실린다. 그래서 그의 붓이 써내려가는 ‘심화기평(心和氣平:마음과 기운을 평안히 한다)’는 좌우명도 새로운 도전의 기운을 돋우기 위한 준비작업으로 느껴진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70년 부산고 졸업 △77년 서울대 전기공학과 졸업·삼성전자 통신사업팀 입사 △89년 삼보컴퓨터 기술연구소 부소장(이사) △90년 삼보컴퓨터 기술연구소장 △97년 두루넷 수석부사장(사장공석) △97년 미디어밸리 대표이사 △99년 코인텍 설립 △2001년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 5대 회장 △2002년 한국ASP컨소시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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