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2주년>기고-경제 분야 2년의 평가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장

 6·15 남북공동선언문을 발표한 지 2년이 지난 현재, 남북 경제교류는 발전도 있었지만 답보 또는 후퇴한 면도 있다. 특히 미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경직된 국제환경의 영향으로 남북관계는 정체되고 경제교류 또한 도약의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남북경협이 국제환경 및 남북관계 등 정치적 환경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회담 이후 남북한 경제교류가 정부간 교류, 민간비즈니스, 인도적 지원 등 세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발전적 측면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정부 차원의 경제교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왜냐하면 남북간 경제교류는 일반적인 국제거래 관행보다는 남북한 특수상황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 차원의 교류를 통해 이를 분명히 규정하고 이를 기초로 민간기업의 경제활동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 차원의 경제교류는 세 가지 측면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공식적인 대화채널의 구축이다. 정상회담의 합의에 기초해 공식대화창구로 자리잡고 있는 장관급 회담이 여섯 차례 개최됐다. 또한 장관급 회담에서 합의한 경제협력 문제를 실무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남북경제협력 실무접촉(차관보급)이 두 차례 있었다. 남북경협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남북경협추진위원회(차관급)도 2000년 1월 28일 평양에서 개최됐다.

 한편 민간 차원에서 추진된 금강산 관광이 중단 위기에 처하자 금강산 관광 활성화를 위한 남북당국간 회담을 별도로 2001년 10월에 금강산에서 진행했다. 경의선 연결을 위한 군사실무 회담도 2000년 11월 28일부터 2001년 2월 8일까지 다섯 차례 개최했다. 아직 구체적인 결실을 거두지는 못하고 있지만 남북 당국간 공식 대화창구는 다양한 분야에서 마련됐으며 향후 남북관계 진전에 기초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2000년 12월 제4차 장관급 회담에서 합의한 바 있는 남북경협 관련 청산결제, 이중과세 방지, 상사분쟁 조절 및 투자보장 등에 관한 4개 부문의 합의서가 대표적인 것이다. 그러나 당국간 합의에도 불구하고 내부적 의사결정 및 대외적 환경 변화로 인해 아직 발효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셋째, 직접적인 협력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경의선 연결, 임진강 수해방지, 전력 및 식량 지원 등을 들 수 있다. 최근에는 금강산 관광사업 및 개성공단사업도 당국간 협력의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역시 구체적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지만 남북경협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물리적 기반을 마련한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다.

 한편 민간 부문에서는 2억5000만달러로 가장 활발했던 97년 당시 수준에서 크게 변화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민간 경제교류가 북한 시장의 근본적인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 상태에서 남북관계 및 국제관계의 일시적 변동에 따라 규모가 확대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다.

 정상회담 이후 민간 경제교류에서 나타난 특징으로 위탁가공 무역의 비중이 50% 가까이 높아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는 기업들의 위탁가공사업 참여가 증가한데다 이 사업의 특성상 반출된 설비의 감가상각이 이루어지는 일정기간 꾸준한 거래를 유지된다는 점과 가장 현실성 있는 사업이라는 점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투자를 수반하는 협력사업이 크게 확대되지 않고 있지만 IT분야의 협력사업만은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이는 북한이 과학기술을 중시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 상대적으로 문호를 많이 개방하고 있는 데 기인하는 측면이 강하다.

 이상과 같이 남북한 경제교류는 정상회담 이후 크게 발전한 모습을 찾기는 어렵다. 그러나 경제교류는 지난 2년 동안 많은 발전을 보였다. 비록 지난 1년은 답보상태였지만 백지상태로 돌아간 것은 아니며, 남북한은 여전히 각종 당국회담과 그에 따른 경협 환경 개선에는 관심을 표명하고 있고 이는 정상회담 이후 마련된 각종 교류에 기초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북경협은 아직도 많은 시간,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추진해야 한다. 왜냐하면 국내외 정치환경 및 북한시장의 변화가 병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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