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SK텔레콤에게서 한방 얻어맞았다. SK텔레콤의 전격적인 KT 주식 5% 청약으로 소수의 안정적이고 전략적인 투자자들에게 지분을 분산시키려던 정보통신부의 ‘황금분할 구도’가 송두리째 어긋났다.
외견상 정부는 지분매각 자체를 성공적으로 끝냈으나 체면을 구겼다. 정통부는 “놀랍다”라면서 애써 담담해 했으나 내심 SK텔레콤의 돌발행동을 괘씸하게 여기는 표정이 역력하다.
정통부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이 부정적인 입장을 흘리면서 외곽을 때려 다른 투자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고 비난했다.특히 정통부는 삼성의 참여를 사실상 원천봉쇄한 SK텔레콤의 전략에 혀를 내둘렀다.
사실 SK텔레콤의 행동은 비신사적이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SK텔레콤은 부인하고 있으나 정부의 KT 지분 매각안이 나올 때부터 지분참여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지분참여를 막은 것이라든지 LG가 사외이사 추천권을 갖지 못하게 한 것이라든지 SK텔레콤의 막판 주식 청약 5%는 지나치리만큼 절묘하다. 역정보를 흘린 정황이 너무도 많다. 정부나 KT는 물론 삼성·LG·효성 등 다른 대기업 및 일반투자자까지 갖는 배신감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경쟁은 경쟁이다. 도덕적으로 비난을 받을지 몰라도 정당한 수단으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이번 KT 주식 청약의 승리자인 SK나 실패자인 삼성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SK에 대해 내심 괘씸해하면서도 뭐라 할 말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누구든지 어떻게 행동해도 괜찮토록 판을 벌려놓고도 그 결과에 얼굴을 찌푸리는 정부의 태도다.
정부가 이번에 SK텔레콤의 행보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도 결국 통신규제와 정책당국으로서의 능력이 부족함을 자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KT 지분매각에서 배운 교훈 가운데 하나가 있다. 피규제기관이 규제기관의 머리끝에 올라앉아 있다는 것과 규제기관이 더 능력을 키우거나, 이것이 힘들면 규제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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