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일본-올 소니의 경영전략 들여다보니…

사진; 소니가 올 가을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 홈엔터테인먼트서버를 이용한 네트워크 환경의 PC, AV기기의 연동을 시연하고 있다.

 일본 경제의 선봉장을 꼽으라면 미국 자동차 빅3를 상대로 격전을 치르고 있는 도요타와 21세기 일본 IT기업을 선도하는 소니를 떠올린다.

 도요타는 지난 2001년 회계연도에서 매출 15조1062억엔에 경상이익 1조1135억엔을 기록, 최근 매출감소와 적자로 고전하는 미국의 자동차 빅3를 긴장시키고 있다. 소니는 지난 회계연도 매출 7조5763억엔을 기록, 마쓰시타전기산업을 제치고 매출대비 일본 2대 IT기업으로 올라서고 또한 7대 IT기업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며 일본 IT산업의 엔진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14일 일본 도쿄 시나가와 프린스호텔에서 소니의 수장인 이데이 노부유키 소니 회장을 비롯해 일렉트로닉부문을 총괄하는 안도 구니타케 소니 사장 겸 CEO, 게임부문의 구타라기 켄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 사장, 미주 지역 소니뮤직과 소닉픽처스를 총괄하는 하워드 스트링거 소니아메리카 회장 겸 CEO, 소니의 새로운 도전인 NACS(Network Application and Content Service Sectoer)를 맡게 된 노조에 마사유키 소니 집행이사 상무 등 소니의 핵심인물들이 모여 올해 소니의 경영방침 및 전략을 밝혔다.

 ‘소니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는 이미 세계적인 관심사여서 일본은 물론, 미국과 유럽 쪽에서 약 300명의 기자들이 몰려들어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브로드밴드 시대 소니의 전략 속에는 컴퓨터, 가정기기, 게임기, 이동전화 단말기, 반도체 등 수많은 단어들이 글로벌이나 브로드밴드 등의 단어와 어울려 두시간여를 점했다. 세계 톱 클라스의 기업으로서 소니의 자부심이 향후 전략 속에 진하게 배어있었다.

 ◇소니의 자부심=소니를 대표하는 PS2에도, AV기기에도, 컴퓨터에도 자부심은 있지만 핵심은 의외로 ‘콘텐츠’였다.

 개막 인사에서 소니의 이데이 회장은 “지난주 뉴욕에서도 전략 발표회를 가졌는데 그때 마침 소니픽처스의 ‘스파이더맨’이 할리우드 사상 최단기 흥행기록을 경신해 (소니 전략발표회에) 대단한 관심이 모아졌다”며 “미국인들은 워낙 영화를 좋아하니까”라고 언급, 첫 서두를 영화에 대한 자랑으로 시작했다.

 “다른 기업들이 제조업과 엔터테인먼트와의 만남을 터무니없는 결합으로 여기던 때 소니는 소니픽처스와 소니뮤직을 시작해 10년간 견뎌왔다. ‘(일본속담에) 바위 위에서도 3년’이라고 하지 않았나. 이제 그 성과를 거둘 때”라며 이데이 회장은 전기제품, 컴퓨터, 게임기의 네트워크 진행에 따른 시너지의 핵심은 콘텐츠며 바로 그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IT기업, 소니를 강조했다.

 이어 단상에 오른 하워드 소니아메리카 회장은 전략 발표 후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듯 소속가수 제니퍼 로페스를 시작으로 영화 맨인블랙1·2, 스파이더맨 등 소니의 콘텐츠를 보여주고 ‘땡큐’라는 인사말로 향후 소니의 핵심 전략이 ‘엔터테인먼트’ 즉 콘텐츠임을 다른 소니 CEO들에게 은근히 과시했다.

 ◇유비쿼터스 시대=안도 소니 사장은 향후 소니일렉트로닉의 성장 영역을 네트워크 상품이라고 규정하고 엔터테인먼트PC인 바이오, 베가시어터, 모바일 등을 이용한 가정내 네트워크화에 대한 전략의 큰 틀을 제시했다.

 올 가을부터는 가정 내 컴퓨터간 연결체계인 바이오 홈서버를 구현하고 내년 봄부터는 여기에다 베가를 홈엔터테인먼트 서버로서 추가해 바이오와의 완벽한 연결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향후 모바일을 홈서버의 중추에 넣는 것도 안도 사장의 시야에 들어있다.

 안도 사장의 이런 설명 속에서 제시한 한 장의 그래프는 향후 소니의 궤적을 엿볼 수 있다. 지난 80년부터 90년까지는 AV기기, 90년부터 2000년까지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AV/IT기기를 소니의 주역으로 표기한 그래프에서 2000년부터의 시대를 ‘유비쿼터스 밸류 네트워크(Ubiquitous Value Network)’시대로 명명하고 있다.

 본지가 ‘21세기 아젠다-u코리아(유비쿼터스코리아) 비전’으로 내세우는 컴페인을 소니는 이미 구체적인 대안으로서 그리고 사업모델로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소니는 ‘워크맨’에서 ‘플레이스테이션2’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틀에 얽매이기보다 새로운 조류를 만들어온 것으로 유명하다.

 컴퓨터에 대상물을 집어넣어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를 아예 대상물에 넣어 ‘상호 커뮤니커이션하는 똑똑한 대상물’을 만드는 유비쿼터스. 소니는 가정내 제품들에 컴퓨터를 이식시키는 것은 물론 이를 하나의 ‘소니 체계’로 융합시켜 일반 가정 내에 ‘소니 왕국’을 심어놓으려 한다. 그 무기가 바로 소니픽처스와 소니뮤직으로 대변되는 콘텐츠와 지난 5일로 전 세계 출하 3000만대를 달성한 PS2인 셈이다.

 <도쿄=성호철 특파원 hcs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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