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애플이 비밀리에 개발중인 신기술은 무얼까

 개발중인 기술을 가능한 한 숨겨 IT업계의 호기심과 추측을 자극해 온 실리콘밸리의 애플컴퓨터가 미래기술로 잡고 있는 건 무엇일까. 애플의 기술은 PC시장 점유율이 3%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연구개발비와 다른 PC 기업들보다 혁신적인 기술을 앞서 개발했던 과거의 화려한 기술개발 경력 등을 감안하면 지켜볼 만하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이달초 새너제이에서 열린 ‘전세계 개발진 회의’에서 자사제품의 미래가 통신기기와 많은 관련이 있을 것이라며 기술개발의 가닥을 시사했다. 애플은 휴대폰, e 메일기기, 인스턴트 메신저 같은 통신기기들이 맥과 데이터를 쉽게 교환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맥컴퓨터 최신 운용체계인 ‘OS X’에 추가 설치할 것이 확실시된다. 애플은 어쩌면 나름대로 최첨단 휴대폰을 개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잡스는 이날 개발진 회의에서 통신기기의 기본기술 몇가지를 예고했다.

 그중 하나가 ‘어드레스 북’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이다. OS X 운용체계에 이미 같은 이름의 소프트웨어가 설치돼 있고 그 개념도 서로 비슷하지만 잡스 CEO는 새 어드레스 북이 기존 어드레스 북보다 훨씬 멋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 어드레스 북 소프트웨어는 친구나 동료 등의 이름, 주소, 전화번호, e메일 주소를 체계적으로 저장하는 것은 기본이고 제품정보나 e메일 메시지 등에 흩어져 있는 여러 정보들에서 연락처 정보만을 뽑아낼 수도 있다. 아울러 이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휴대폰에 발신자 정보를 나타낼 수 있으며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정보를 연락처별로 정리 검색할 수도 있다.

 연락처 관리 소프트웨어는 모든 통신기기에서 핵심적인 소프트웨어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연락처와 약속 등을 관리하는 ‘익스체인지’라는 자사 프로그램을 미래의 첨단 휴대폰에 설치한다는 전략이다.

 휴대폰뿐만이 아니라 팜이나 핸드스프링 등에서 만든 핸드헬드 컴퓨터의 성패도 연락처, 약속, e메일 주소 등을 관리하는 소프트웨어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애플이 이러한 연락처 관리 소프트웨어를 개발, OS X에 설치해 무엇을 하려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애플이 이러한 소프트웨어를 이용, 맥컴퓨터와 휴대폰을 연결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애플은 유럽 소비자들이 근거리 무선통신기술인 ‘블루투스’를 이용해 맥컴퓨터를 휴대폰과 연결해 쓰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렉 조스위악 애플 하드웨어부문 마케팅이사는 블루투스가 주로 맥컴퓨터와 휴대폰을 무선연결해 주는데 이용되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휴대폰을 컴퓨터의 모뎀처럼 사용하면 컴퓨터의 이용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맥컴퓨터에 휴대폰을 연결하면 맥컴퓨터에 설치된 OS X가 맥컴퓨터에 연결된 휴대폰 앞으로 걸려온 발신자의 이름이나 전화번호 심지어 얼굴사진 등을 휴대폰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주고 발신자 정보를 따로 정리하는 모습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애플은 또 인텔, 모토로라,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등 반도체 업체들이 이른바 ‘스마트폰’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스마트폰이 중요해질수록 애플의 어드레스 북 같은 프로그램이 더욱 유용해질 게 확실하다.

 애플은 어드레스 북 외에 실시간 채팅을 할 수 있는 인스턴트 메시징 프로그램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e메일이 인터넷 사용을 폭발적으로 늘렸듯이 IM이 휴대폰 등 무선 인터넷 기기의 사용을 크게 늘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전망을 감안하면 애플이 이번 개발진 회의에서 소개한 IM 프로그램 ‘i챗 (iChat)’은 많은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OS X 사용자들은 i챗이 사진이나 파일 교환 등이 잘되는 프로그램으로 개발돼 OS X에 설치될 경우 IM을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애플이 선보인 네트워킹 기술 ‘랑데뷰’는 네트워크 세상에서 각광받을 기술인데 이 개념은 맥컴퓨터가 번잡한 네트워크 파악 작업을 하지 않아도 유선이나 무선으로 맥과 연결된 기기들을 자동으로 찾아내는 것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프린터와 파일을 더 편리하게 공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노트북 컴퓨터 2대가 무선 연결된 상태에서 랑데뷰 기술을 쓰면 이들 노트북끼리 파일을 쉽게 교환할 수 있게 된다. 애플은 이 랑데뷰 기술을 다른 기업에 판매할 계획이다.

 또 애플 신기술 ‘잉크웰(Inkwell)’은 애플이 판매에 실패한 자사 핸드헬드 컴퓨터 ‘뉴턴 (Newton)’에 설치했던 필기체 인식 소프트웨어의 새 버전이다. 애플은 이 버전을 OS X 운용체계에 설치할 예정이다. 데스크톱이나 랩톱 컴퓨터 운용체계에 필기체 인식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필요성이 있는지 많은 이들이 선뜻 납득하기 어려울지 모르나 애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애플이 잉크웰을 OS X에 설치할 예정이라는 사실은 펜으로 글씨를 써서 입력하는 기술이 맥 운용체계에 포함될 정도로 중요한 미래의 기술이란 점을 시사하고 있다. <제이 안 기자 jayahn@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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