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역사는 공간 개척의 노력과 그 위에서 꽃피운 공간혁명의 역사로 규정할 수 있다.
과거와 현재를 통틀어 인류 역사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4대 공간혁명으로는 도시혁명·산업혁명·정보혁명·유비쿼터스혁명이 될 것이다. 이 4가지 공간혁명을 구분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관점은 그것이 물리공간에 관한 혁명인가, 전자공간에 관한 혁명인가는 하는 점과 두 공간간의 상호작용 관계이다.
도시혁명이 인류의 활동 공간인 물리공간을 원시적 평면에서 도시적 방식으로 창조한 1차 공간혁명이라고 한다면 산업혁명은 도시공간을 중심으로 물리공간의 생산성을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수준으로 고도화한 2차 공간혁명이다.
산업혁명에 이은 정보혁명은 인류의 활동기반으로서 물리공간이 아닌 인터넷과 같은 완전히 새롭고, 보이지도 않는 전자공간을 창조한 3차 공간혁명이다. 정보혁명은 물리공간에만 고착돼 있던 공간개념을 뒤엎고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는 전자공간을 탄생시킨 탈공간 혁명의 성격을 지닌다. 정보혁명은 월드와이드웹(www)서비스가 확대되면서 본격화됐다. 도시혁명과 비교했을 때 정보혁명이 갖는 혁명적 의미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정보혁명은 도시공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축소되고 거리와 시간까지 소멸된 컴퓨터 공간 속에 도시보다도 더 큰 공간과 더 다양한 기능을 집어넣었다. 시청·도서관·박물관·교실·학원·백화점·서점·은행·주식매장·신문이 컴퓨터 공간 속으로 집어넣어졌다. 그 결과 전자공간에서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과 미국의 스미스 소니언 박물관을 단 한 번의 클릭으로 옮겨다니며 구경할 수 있게 되었고 쇼핑몰을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않고도 안방에서 편안하게 합리적인 쇼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전자공간은 전혀 이질적인 물리공간과의 충돌로 여러가지 제약이 나타났다. 우리의 주변에는 여전히 물리공간 속에 남아 컴퓨터 속으로 들어올 수 없는 대상(물리적 환경과 사물)들이 더 많이 존재하고 있으며 인간이 그 대상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는 그것들 안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무엇이 잘못되고 있으며 어떠한 조치가 필요한지 알 수가 없다. 인터넷과 같은 전자공간에 접속하는 것도 시공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항상 컴퓨터를 들고다니는 것도 거추장스러운 일이다.
다가올 유비쿼터스혁명은 서로 이질적인 물리공간에 전자공간을 연결해 물리공간과 전자공간이 하나로 통합되고 공진화할 수 있는 4차 공간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물리공간에 존재하던 수많은 기능들이 무서운 속도로 컴퓨터(전자공간) 속에 빨려들어가는 현상을 보고 윌리엄 미첼은 정보혁명으로 등장한 비트(bit)가 공간혁명의 상징인 물리적 도시를 죽였다고 말했다.
유비쿼터스 혁명은 바로 정보혁명에 의해 타살된 물리적 도시를 부활시키기 위한 새로운 공간혁명이다. 이 혁명은 정보혁명의 연장선 상에 있으나 그 발상은 정반대에서 출발한다. 그 차이를 두고 언급되고 있는 것이 ‘정보혁명은 물리공간을 컴퓨터 속에다 집어넣은 혁명이지만 유비쿼터스혁명은 물리공간에다 컴퓨터를 집어넣는 혁명이다’는 표현이다.
유비쿼터스 공간에서는 물리적 환경과 사물들간에도 전자공간과 같이 정보가 흘러다니며 마치 사람이 그 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지능화되어 정보를 수·발신하고 사람들이 원하는 활동을 수행한다. 결국 유비쿼터스 혁명은 물리공간과 전자공간의 한계를 동시에 극복하고 사람, 컴퓨터, 사물이 하나로 연결함으로써 최적화된 공간을 창출하는 마지막 단계의 공간혁명이다.
도로·다리·터널·빌딩·건물 벽과 천장·화분·냉장고·컵·구두·종이 등 도시공간을 구성하는 수많은 환경과 대상물에 보이지 않는 컴퓨터가 심어지고 이들이 전자공간으로 연결돼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유비쿼터스 공간이 창조되면 물리공간과 전자공간간의 단절과 시간지체가 사라지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의 합리성과 생산성이 그 어느 때보다 고도화될 수 있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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