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은 언제나 특종을 좇아 다닌다. 대중적 관심을 끄는 기사는 주로 심각한 갈등, 위기의 현장에서 나온다. 기자사회에서 특종을 위해 웬 만한 위험은 감수하고 사건현장에 뛰어드는 행위는 일종의 미덕이다.
화염병과 돌멩이가 난무하는 집회장에서 머리통이 깨져도 기자로서 사건현장을 지키는 것은 훌륭한 ‘기자정신’으로 칭찬받는다.
요즘 통신기술이 눈부시게 발달되면서 인터넷과 e메일로 편하게 기사를 쓰는 원격취재도 얼마든지 가능해졌지만 역시 진짜 특종거리는 현장취재라는 육체노동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노동력에 의존하는 취재활동의 특성은 정보화시대를 맞아 기자직을 3D직업군으로 전락시키는 주요인이다.
특종기사에 대한 욕심은 취재상황에 따라 기자를 위험한 지경에 내몰기도 한다. 때로는 현장에서 발견하는 한조각 진실을 위해 목숨을 걸고 취재에 나서는 열혈기자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종군기자다. 사방에 지뢰가 널리고 총성이 난무하는 전쟁터의 실상을 알리는 과정에서 많은 기자들이 고귀한 생명을 잃은 것이다. 지난 아프간전쟁에서도 종군기자의 인명피해가 컸는데 특히 월스트리트저널의 대니얼 펄 기자가 지난 1월 파키스탄에서 테러조직에 납치된 후 무참하게 살해당하는 모습이 비디오에 찍혀 세계 언론계에 큰 충격을 던졌다.
이처럼 위험한 전쟁 취재활동을 로봇에게 시키자는 발상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의 과학자 크리스 칙스젠트미할리는 위험지역 취재를 전담하는 로봇기자(roboter:로봇+리포터)를 개발, 주요 언론사에 소개했다.
이 로봇기자는 큼직한 바퀴로 험한 산길도 쉽게 돌아다니며 실시간 위성영상전송과 위치확인기능이 있어 지구 반대편의 분쟁지역에도 부담없이 투입해 취재활동을 할 수 있다. 현지특파원이 정부당국의 검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지 않아도 손쉬운 전쟁지역의 취재가 가능해진 것이다.
사실 목숨걸고 취재할 전시상황이 아니더라도 보도촬영분야에서 무인로봇의 가치는 꽤 높다.
우선 로봇기자를 투입하면 위험한 집회장소나 재난사고지점에서 안전한 현장취재가 가능하다. 야생동물 촬영을 위해 몇 주일씩 산속의 텐트에서 숨어 기다리는 수고도 덜 수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원격조정이 되는 길이 2m 정도의 소형비행선에 카메라를 설치할 경우 공중에서 자유로운 보도사진촬영이 가능해진다.
험악한 집회장소 상공에서 현장 중계를 하거나 유명 연예인의 사생활을 엿보기 위해 고층 아파트 창문에 유유히 접근하는 파파라치 비행로봇도 가능한 일이다. 발로뛰는 전통적인 취재기법에 새로운 지평이 열릴 날도 머지 않았다. 그리고 현장의 진실을 위해 치열한 상황에 스스로를 내던진 선배기자들에게 존경을 표하는 바이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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