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어도비 "MS 워드 나와라"

 어도비시스템스가 새로운 ‘네트워크 출판 (network publishing)’ 전략의 하나로 지면편집 소프트웨어인 ‘프레임메이커’의 최신 버전을 선보이며 마이크로소프트(MS)의 워드시장에 도전하고 나섰다. 어도비는 프레임메이커가 일반화된 문서작성 소프트웨어인 MS워드 시장을 상당히 잠식할 정도로 잘 짜여진 ‘비장의 무기’라고 강조하고 있다.

 MS워드에 도전한다는 게 언뜻 보기에는 어리석은 짓 같다. 실리콘밸리에서는 MS의 ‘점심’을 뺏어먹을 생각은 아예 꿈도 꾸지 말고 거대 소프트웨어업체 MS가 어느 시장으로 진입할지 항상 예의 주시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지배하고 있는 형편이다. 하이테크산업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를 무시하고 MS에 덤벼들다 사라진 제품들이 맥 운용체계, 쿼트로프로, 워드퍼펙, 넷스케이프 등 수두룩하다.

 칼 매튜스 프레임메이커 팀장은 이에 맞서 이번에 출시될 프레임메이커 최신 버전만큼은 사정이 다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새너제이에 있는 어도비는 “MS 워드가 일상적인 문서작성 분야에서 군림하고 있는 자리를 빼앗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어도비는 대신 프레임메이커가 제품소개서, 기술사양서, 기업보고서 등 100페이지 이상의 업무용 문서작성에 최상의 대안이 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기업들은 인터넷 이용이 보편화된 최근 몇 년 사이 종이와 웹으로 여러가지 포맷의 문서를 더 많이 작성해야 할 처지다. 시장조사회사 포레스터 리서치의 하비 매닝 분석가는 “출판사가 아닌 회사들이 산더미만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갑작스레 직면하게 됐다”며 “전문가 수준의 출판을 해야 할 기업들이 최근 수년 동안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진단하고 있다.

 아도비의 핵심 무기는 XML이라는 언어다. 이 언어는 데이터를 네트워크상의 다른 사람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이는 기업이 일단 XML 언어로 데이터를 한번만 만들면 이 데이터를 다양한 형태의 애플리케이션에서 여러 차례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반면 MS워드는 이 같은 기능이 부족하다. MS워드는 거대한 양의 문서에서 검색하는 문제라면 그 속도가 매우 느리다. 최신 MS워드 버전은 기업들이 원하는 최고급 수준의 XML을 지원하지 못한다. 디렉션스 온 마이크로소프트의 롭 헬름 주필은 “일반적으로 MS워드는 XML 언어로 데이터 출력을 하지 못한다”며 “MS가 문서용으로 XML에 주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 솔루션을 만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MS 자신도 복잡한 출판작업에 프레임메이커를 사용하고 있다. ‘MS인증시스템 엔지니어(MCSE)’ 자격시험용 교재 등을 출판하는 MS 출판사업부도 ‘프레임메이커 6’을 사용해 교재를 편집 출판한다. MS 출판은 프레임메이커의 워드 호환성과 XML 지원 때문에 프레임메이커로 콘텐츠를 배치 편집한 후 종이책이나 웹, 전자서적 형태로 출판한다. MS는 XML을 자사제품에 계속 추가해 나갈 계획이다. 데이빗 재프 MS오피스 제품 수석부장은 “XML이 MS에 분명히 전략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MS오피스가 파일포맷으로 이 언어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MS엑셀과 액세스는 XML 언어를 이미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아도비의 야심은 그보다 더 크다. 매튜스 프레임메이커 팀장은 아도비 차세대 고객은 기업의 ‘지식근로자’라고 꼽았다.

 지식근로자란 대기업에서 정보를 분석하고 중요한 정책결정을 내리는 요원을 일컫는다. 그는 인적자원 관리직원들이 정책서류를 작성하거나 엔지니어들이 각종 사양을 정리하거나 정부관리들이 세법을 정비할 때 프레임메이커를 사용할 것이라고 이 소프트웨어의 미래상을 제시했다. 한편 브루스 치젠 아도비 CEO는 1년6개월 전 새너제이 테크뮤지엄에서 연설을 통해 ‘네트워크 출판’이란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했는데 어도비는 프레임메이커 최신판을 오는 7월중 프로그램당 799달러에 시판할 예정이다.

 <제이 안 기자 jayahn@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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