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포럼>게임산업과 법

◆이정학 엔플렉스 대표

 

 “21세기는 문화산업에서 각국의 승패가 결정될 것이다. 최고의 승부처가 바로 자국의 문화다.”

 세계적인 경제학자이며 미래학자인 피터 드러커의 말이 생각난다. 이는 곧 국가의 가치관과 사고방식, 생활양식 등을 상품화한 문화산업은 일차적인 경제효과 외에도 지속적이고 부가적인 수요를 창출하며 고유의 문화를 바탕으로 국가 이미지를 쇄신시키기 때문에 그 나라 전체의 경쟁력 제고와도 직결된다는 말이다.

 그 중 게임산업은 현재 높은 성장이 기대되는 유망 문화산업으로 사람들에게 부정적으로 인식됐던 과거에서 벗어나 당당히 큰소리를 외칠 수 있는 중요한 위치에 놓여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게임산업 육성정책 중 우선적으로 실행되어야 할 것은 게임산업 규제 완화를 위한 법제도의 유연한 변화와 불법 게임기에 대한 단속강화 두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결국 말이 앞으로 달리기 위해서는 채찍과 당근이 모두 다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특히 법제도의 핵심인 심의 제도는 심의기준의 명확화, 예측가능성 제고, 불합격 비율 축소로 업계의 부담을 줄여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미국이나 일본처럼 규제가 거의 없이 개발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대신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는 자율심의 제도로 발전하는 것이 게임산업 자체의 자생력을 키우는 길일 것이다.

 솔직히 개발사의 입장에서는 제품자체의 상품적인 측면에서 기술적인 게임성의 향상과 심리적인 게임성의 증대가 게임의 생명을 좌우하기 때문에 두마리의 토끼를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이 앞서 게임성과 사행성을 명확히 구분짓기 어렵다. 이렇게 사행성 해석에 대한 애매한 부분은 성인 게임 중심으로 흐르고 있는 현 아케이드 게임업계에 자칫 큰 혼선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영상물등급위원회를 비롯 각종 심의 기관에서 개괄적인 통제를 가하는 것이다. 

 최근 경마게임이나 빙고 게임, 메달게임이 대거 수입되고 생산되는 추세에서 음란성, 폭력성은 거의 문제가 되지 않으나 사행성의 기준 여하에 따라 많은 게임의 존폐가 엇갈리고 있다. 이것은 게임산업에 종사하는 제작자의 입장에서 보면 시간과 재정의 낭비를 초래하는 것이고 나아가 게임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규정상 슬롯머신 형태의 릴식 게임기는 불법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 나라 게임장의 대부분이 이런 종류의 게임을 보유하고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다. 한마디로 개발사가 이런 슬롯머신 형식의 릴식 게임기에 대한 허가는 시도조차 못하고 있는 사이에 외국의 게임을 불법 개조한 게임기가 서서히 게임장을 점령하게 되고 현행법을 준수하는 개발사들은 가만히 앉아서 불합리하게 피해를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위해 심의에 맞는 제품을 출시한 국내 개발사들이 선의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단속을 강화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게임물에 대한 현 사전심의제도는 게임 업계를 이끌어 가야 하는 개발 업체들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게임에 대한 소비자의 정서와 권익 보호를 위해 사전심의제도를 완전히 폐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게임 제작은 새로운 기술의 개발, 연구와 함께 무에서 유를 만들어 가는 창조적인 활동이기 때문에 전문적인 지식과 시장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만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다. 즉 사전심의에 대한 원칙과 기준이 합리적, 객관적이며 투명한가에 대한 논의가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이야기다. 또한 불법 게임물에 대한 사후단속의 강화와 게임장 업주들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 지도관리를 통해 불법 게임물이 오락실로 진입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도 필수적으로 실행되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게임업계도 이기주의적이고 근시안적인 이익추구보다 전체를 생각하는 의식 개혁이 실현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국내 게임시장은 더 이상 내수만을 바라볼 수 없다. 문화산업의 중심이라는 책임감을 가지고 세계로 진출해야 한다. 그러나 그 힘의 밑바탕이 될 각종 법이나 정책들이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면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보유할 수 없으며 결국 문화후진국으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jamesl@nplex.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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