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를 기점으로 KBS·MBC·SBS 등 방송 3사가 애니메이션 방영시간을 줄이고 있어 국산 애니메이션 창작 열풍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특히 KBS는 지난해 11월 국내 창작애니메이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애니메이션의 편성시간을 늘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으나 올들어 주당 방영시간을 47분 가량 줄인 것으로 나타나 공영방송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방영시간 얼마나 줄었나=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회장 강한영)가 조사한 ‘방송3사 애니메이션 방영시간’에 따르면 2000년 1054분에 이르렀던 주당 평균 애니메이션 방영시간은 지난해 주당 929분으로 줄었으며 올들어서 775분까지 낮아졌다. 표참조
방영시간을 줄인 폭이 가장 큰 방송사는 MBC로 지난해 주당 평균 289분을 방영했으나 올들어 202분으로 약 30%포인트 낮췄다. KBS와 SBS도 주당 방영시간을 47분(14.0%포인트)과 20분(6.5%포인트) 각각 줄였다.
이 영향으로 전체 방송시간 가운데 국산 애니메이션의 방영시간 비율이 크게 감소했다. MBC는 4.1%에서 2.9%로 1.2%포인트 줄었으며 KBS와 SBS도 0.4%와 0.3%포인트 내려 갔다.
◇방송시간 왜 줄였나=방송시간을 가장 많이 줄인 MBC는 채널경영상 피치 못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MBC의 한 관계자는 “MBC가 애니메이션 분야에서는 KBS와 SBS에 비해 시청률이 떨어져 국산 애니메이션을 집중적으로 편성하는 등 만회를 모색했으나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해 줄이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KBS와 SBS 양사도 월드컵과 동계올림픽 등 대형 이벤트와 관련된 기획프로그램을 대거 편성하고 또한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편성을 늘리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시청률이 낮은 애니메이션의 방영시간을 줄였다고 밝혔다. KBS의 한 관계자는 “방송정책은 시대를 반영해 편성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월드컵이라는 큰 행사를 앞두고 붐 조성을 위해 관련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애니메이션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 반응=업계는 애니메이션의 방영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국내 에니메이션 산업의 성장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순수 창작 애니메이션의 제작 열풍이 불기 시작해 올해 대거 신작들이 쏟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방송사들이 편성시간을 줄이고 있어 상당수 작품들이 빛을 보지도 못한채 사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방송사들이 공공성을 무시한채 시청률만을 고려한 영리 위주의 편성을 하고 있다”면서 “그렇지 않아도 방송사들이 제작자에게 고압적인 자세로 나왔는데 앞으로 이런 경향은 더욱 심화될 것이 확실시된다”고 밝혔다.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의 관계자도 “방송 3사가 한번 방영한 애니메이션을 재방, 삼방하고 있는 실정에서 전체 방영시간을 줄임으로써 국산 애니메이션이 설자리는 더욱 없어지게 됐다”면서 “애니메이션은 캐릭터·음반 등 유관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고부가가치 산업임을 인식하고 편성시간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관광부의 대책은=문화부는 방송 3사가 애니메이션 편성시간을 대폭 줄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문화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방송 3사들이 애니메이션의 방영시간을 줄이고 있다는 업계의 지적을 많이 받아왔다”면서 “애니메이션을 일정시간 또는 일정비율 의무적으로 방영하는 것을 법제화하는 안을 방송위원회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상파 3사 주당 애니메이션 방영시간>
(단위: 분, %)
연도 KBS MBC SBS 합계
1998 404(2.9) 175(2.5) 370(5.4) 949
1999 423(3.0) 244(3.5) 336(4.9) 1003
2000 390(2.8) 275(4.0) 389(5.6) 1054
2001 335(2.4) 289(4.1) 305(4.4) 929
2002 288(2.0) 202(2.9) 285(4.1) 775
*( )는 전체방송시간 중 국산 애니메이션 방영시간 비율
* 2002년 1, 2월
*자료: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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