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턴 ‘우리만의 협상’이다. 마이크론과의 매각조건이 가시화, 하이닉스 처리의 큰 고비를 넘겼지만 정작 국내 당사자간의 엇갈린 이해를 조율해야 하는 지난한 작업이 기다리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마이크론과의 협상보다 오히려 ‘우리끼리의 협상’이 훨씬 어려울 것이라며 하이닉스 협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분석마저 내놓고 있다. 기본적으로 마이크론 주식처리를 둘러싼 이해갈등은 일단 하이닉스와 주주 대 채권단의 대립 양상을 띠고 있다.
채권단은 최대한 많은 채권을 회수하는 게 관심사이나 하이닉스와 주주들은 잔존법인의 자생력을 확보하는 게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하이닉스는 비메모리 분야로 독자 생존하려면 채권단의 전향적인 태도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주주들도 매각협상으로 채권단은 채권을 회수할 수 있으나 잔존법인이 부실해질 경우 투자의 피해는 고스란히 주주들에게 떠안겨질 수 있다면서 하이닉스의 주장에 동조를 표시하고 있다.
한 소액주주는 “감자나 주식병합과 같은 후속절차가 이뤄지면 주식가치는 더욱 떨어지며 애꿎은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면서 주주보호가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박종섭 사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협상타결은 무엇보다 주주보호가 관건”이라고 말해 주주들의 반응에 화답했다.
하지만 채권단 분위기는 정반대다. 특히 제2금융권에서 채권의 변제가 최우선이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하이닉스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그동안 손해가 막대한데 추가 부담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하이닉스의 고민은 100여개가 넘는 채권단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는 일부 채권은행을 중심으로 설득작업에 들어갔다. 박종섭 사장이 이날 김경림 외환은행장을 면담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일단 협조 분위기를 조성해 대세로 확산시킨다는 전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권단과 하이닉스가 끝까지 자기몫 지키기를 고집한다면 자칫 하이닉스 처리는 늪에 빠질 수도 있다.
하이닉스에 다행스런 점은 일단 시간이 자기 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협상 타결소식이 알려진 이날 하이닉스 주가는 떨어졌으나 마이크론 주식은 크게 올랐다. 마이크론 주식의 산정일을 양해각서(MOU) 체결 시점으로 잡은 상태에서 채권단으로선 빨리 협상을 종결해야 더욱 많은 주식을 확보할 수 있다.
어떤 방법을 선택하는 게 채권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을지 채권단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테슬라, 중국산 '뉴 모델 Y' 2분기 韓 출시…1200만원 가격 인상
-
2
필옵틱스, 유리기판 '싱귤레이션' 장비 1호기 출하
-
3
'과기정통AI부' 설립, 부총리급 부처 격상 추진된다
-
4
'전고체 시동' 엠플러스, LG엔솔에 패키징 장비 공급
-
5
모바일 주민등록증 전국 발급 개시…디지털 신분증 시대 도약
-
6
두산에너빌리티, 사우디서 또 잭팟... 3월에만 3조원 수주
-
7
구형 갤럭시도 삼성 '개인비서' 쓴다…내달부터 원UI 7 정식 배포
-
8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보조배터리 내부 절연파괴 원인
-
9
공공·민간 가리지 않고 사이버공격 기승…'디도스'·'크리덴셜 스터핑' 주의
-
10
상법 개정안, 野 주도로 본회의 통과…與 “거부권 행사 건의”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