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확고한 시장지배력과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지방의 정보기술(IT) 벤처기업들이 중앙으로 무대를 옮겨 서울속 ‘지방 벤처 성공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이티센네트웍스·비플라이소프트·에스엘투·인디고 등 지방 벤처기업들은 각 지역에서 확보한 경쟁력을 기반으로 최근 서울·경기지역에서 기대 이상의 선전을 보이고 있다. 일부 업체는 기술력을 기반으로 세계시장 진출에도 강한 의욕을 보이며 IT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97년 대구에서 시스템통합(SI)업체로 창업한 아이티센네트웍스(대표 강영석)는 지난해 대구·경북지역 교육정보화시장의 50% 이상을 장악하며 설립 4년여만에 이 지역의 대표적인 IT업체로 성장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영업무대를 서울·경기지역을 비롯해 주요 도시로 확대하며 전국적인 IT업체로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강영석 아이티센네트웍스 사장은 “서울대 등 대학시장을 파고든 데 이어 삼성화재 등 기업시장에도 솔루션을 공급하며 서울·경기지역의 영업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서울·경기지역의 매출이 대구·경북지역의 매출을 6대 4 정도로 앞지르는 성과를 일궈내며 기업의 지방색을 벗어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각각 97.4%, 57.3% 성장한 377억2800만원과 34억6700만원을 기록했으며 지난달 10일 대구·경북지역의 IT업체로는 처음으로 코스닥시장에 등록했다.
춘천·강원지역을 중심으로 건설 관련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며 성장해 오던 비플라이소프트(대표 임경환)는 지난해 하반기에 지능형 인터넷 정보검색 에이전트를 개발하고 서울로 본격적으로 입성했다. 지난달에는 기술검사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 NAS(National Academy of Sciences·미 정부의 각 부처에 과학기술을 자문하는 준정부기관)에 테스트용 자사의 제품으로 공급, 관련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임경환 비플라이소프트 사장은 “NAS의 테스트를 통과한 만큼 상반기안에 본격적인 제품공급이 이뤄질 것”이라며 “미국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비플라이소프트는 올해 서울의 기업시장을 중점적으로 공략해 매출과 당기순이익을 전년대비 각각 200%, 650% 늘어난 90억원과 30억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대전·충남지역의 음성인식·합성엔진 전문업체인 에스엘투(대표 전화성)도 지난해 서울로 진출한 후 소프트웨어패키지·컴퓨터통신통합(CTI) 등 100여 IT업체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50억원 매출에 순이익 27억원을 기록하는 두각을 나타냈다. 전화성 에스엘투 사장은 “음성인식·합성 시장에서 50%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며 “올해는 서울·경기지역을 중심으로 90억∼100억원의 매출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사무소를 개설한 대전의 웹솔루션업체인 인디고는 일본 히타치시스템의 SI 자회사인 히타치에스케이와 5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까지 매출의 80%를 대전·충남지역에서 올렸지만 올해부터는 서울·경기지역의 매출비중을 50%까지 올릴 계획이다.
또 이들 지방 벤처기업들은 연구개발(R&D)센터는 지방에 두고 영업은 서울·경기지역을 중심으로 하면서 수익개선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고비용구조의 서울 벤처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임경환 사장은 “인터넷 확산 등으로 지방에서도 R&D 관련비용을 줄이면서 얼마든지 제품개발을 수행할 수 있다”며 “벤처기업은 어디에 있느냐보다 무엇을 개발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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