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IT산업 2001년>대전, 충남북 지역

 대전과 충남·북지역, 특히 대덕밸리는 올 한해 우리나라 정보기술(IT)산업의 요람으로 자리를 굳건히 지킨 한해였다. 한동안 국내 최대의 벤처집적단지로 불렸던 테헤란밸리가 올해 닷컴기업 몰락 등으로 그 위상이 순식간에 추락한 반면 대덕밸리는 첨단기술력을 바탕으로 내실을 기하는 데 주력했다.

 지난 9월 출범한 대덕IT포럼은 대덕밸리뿐만 아니라 국내 IT산업의 정책적인 대안을 제시할 주요 네트워크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는 국내 최대의 IT관련 연구소로 불리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주축으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충남대·대전시·벤처기업 등 산·학·연·관 관계자가 대거 참여, 기존에 개별적으로 움직여온 벤처업체간 교류 네트워크와는 뚜렷한 차별성을 지닌다. 그동안 이 지역에는 우수한 기술력을 지닌 연구소와 벤처업체는 있어도 사실상 이들을 유기적으로 한데 묶어 이끌어갈 만한 추진 주체는 전무했다. 이는 대덕밸리가 안고 있는 하나의 맹점이기도 했다. 연구소와 벤처, 대학, 행정 주체가 각각 따로 움직이다 보니 대덕밸리라는 큰 틀 안에서 최대한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대전 대덕밸리는 이같은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과 함께 올해 벤처업체들의 잇따른 코스닥 등록과 각종 벤처관련 대회 입상 등으로 주가를 올렸다. 지난해 블루코드테크놀로지와 하이퍼정보통신 등 2개 업체의 코스닥 등록에 이어 올해는 인바이오넷·아이티·아이디스 등 3개 업체가 코스닥에 진입했으며 게임업체인 지씨텍은 코스닥 예비심사를 통과하고 내년초 직상장을 검토중이다.

 그런가 하면 지난 11월에는 기술신용보증기금 주최로 열린 ‘제3회 창업보육센터 입주기업 경연대회’에서 최입체음향 전문업체 이머시스가 최우수상을 거머쥐었으며 ‘2001 벤처기업대상’에서는 대덕밸리 코스닥 1호 벤처인 블루코드테크놀로지와 아이디스 등이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등 우수 벤처의 산실로 입증받았다. 지니텍의 반도체 공정장비 관련 원천기술 수출 성과도 빼놓을 수 없다. 그동안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술 수출이 이뤄졌던 사례에 비춰 볼 때 벤처기업이 독자적으로 기술 수출을 성사시켜 수백만달러의 기술료를 받아낸 경우는 흔치 않았다.

 이같은 성과 외에도 대덕밸리의 올해 또 다른 이슈는 전국 최대의 벤처단지인 대덕테크노밸리가 본격적으로 조성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총 423만㎡ 규모로 개발될 대덕테크노밸리는 벤처파크와 종합여가시설, 레저 중심지, 종합유통시설 등 4개 시설부지로 조성된다. 올해 1차 분양에 들어간 산업용지는 현재 25개 벤처가 분양계약을 체결하거나 체결할 예정이어서 당초 예상보다 단지 조성이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덕테크노밸리는 앞으로 대덕밸리 창업보육센터 등에서 보육기를 거친 벤처업체들의 제2 도약을 위한 최첨단 벤처단지로의 역할이 기대된다.

 이같은 대덕밸리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대덕밸리’의 이름을 뚜렷하게 각인시킬 만한 성과물은 없었다는 지적이다. 대전시에서도 대덕밸리 마스터플랜을 내놓고 벤처국방마트와 WTA테크노마트 등 굵직굵직한 행사를 기획해왔지만 이 지역 벤처업계가 피부로 느끼는 실질적인 벤처지원사업에는 아직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가다. 또 시의 지원정책 방향이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IT·BT산업 등 각 부처에서 기획하는 각종 사업권을 따내기 위한 방향으로만 흘러 자칫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대전시의 ‘선택과 집중’에 따른 벤처지원정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벤처업계에서도 이제 그동안 부르짖어왔던 기술력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따른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과 판로 개척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과제가 숙제로 남았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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