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경영>글로벌 파일(38)엔화절하에 대한 우려

 엔화는 지난 14일 3년 내 최저치인 달러당 127.95엔으로 하락했으며 이것은 일본 경제의 악화 상태를 반영한다. 그러나 정부 지도자들은 평가절하를 유도해 일본의 수출경쟁력을 강화하는 조치가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고 안도감을 표시했다.

 일본과 수출경쟁 관계에 있는 이웃 국가들은 결코 이것을 환영하지 않는 것 같다. 엔화의 평가절하는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고 아시아 국가는 자국의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경쟁할 것이므로 종국에 가서는 서로 경쟁적으로 평가절하를 단행할 것이다.

 단기적으로 이러한 현상은 미국에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이 침체에서 회복할 때 평가절하된 아시아 통화는 미국으로 수입되는 물품의 비용을 낮추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아시아 국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아시아 국가의 수입은 전과 같이 신장되지 않을 것이고 국민을 설득하는 정부의 능력 또한 감소될 것이다.

 일련의 아시아 평가절하가 발생한 최근 시기는 97년 7월이었으며 태국이 무너진 도미노가 그 첫번째였다. 그리고 몇 달 후 동남아시아 국가가 다투어 평가절하를 단행했고 그 고리는 결국 더 발달된 한국과 일본에 도달했다. 세계 2위 경제규모의 일본이 평가절하 물결을 유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산,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할 것이다.

 일본의 경제는 지난 10년 동안 네 번째 침체기를 겪으며 후임 정부 모두가 경제 불안을 종료하는 데 무능함을 드러냈다. 경제적 암은 이제 너무 많이 퍼져 전면적인 사회개혁만이 성장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나 경직된 일본 정부는 이것을 고려할 수 없다.

 지난 10년 동안에 일본의 연간 성장률은 겨우 1%를 기록했다. 일본 중앙은행 총재 하야미 마사루는 일본 경제가 올해 ―1.2% 성장할 것이며 2002년에 1.1%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OECD와 정부도 이 예측을 되풀이하고 있다.

 엔화의 평가절하는 일본의 유일한 경제적 도구가 됐다. 그 이론은 일본이 수출품 비용을 낮출 경우 일본의 주요 교역국인 미국이 더 많은 상품을 구매할 것이라는 데 있다. 그러면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일본 경제의 11%를 활성할 수 있으며 미약하나마 90년대 성장 수준으로 회복시킬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은 달러를 적극적으로 매입하며 통화공급을 늘리고 통화가치를 하락시키기 위해 엔화를 수조엔 발행했다. 지금까지 이 전략은 단지 제한적으로 성공했다. 일본은 순수출국으로서 자국으로의 꾸준한 현금 유입을 보장하고 통화를 지지한다. 그러나 현재 경제적 상황은 엔화의 지속적 하락이 불가피하며 특히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개입으로 엔화 하락을 유도할 경우 더욱 심각해진다.

 그러나 일본만이 이 전략을 운영할 때 이는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 것이다. 미국은 중국·말레이시아·필리핀·싱가포르·한국·대만·태국의 가장 큰 수입국이다. 일본이 지속적으로 엔화를 평가절하할 경우 이들 국가의 대부분도 통화를 평가절하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이는 다른 국가에 대한 평가절하 압력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이들 국가의 시장점유율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나 약세인 통화는 수입 원가를 상승시킬 것이고(특히 미국에서 수입하는 경우) 높은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킬 것이다. 그 결과 정부와 국민의 구매력을 약화시켜 생활 수준이 낮아지고 사회 불안이 야기된다.

 이러한 순차적 사건은 달러에 대해 자국 통화를 고정시킨 두 국가, 중국과 말레이시아가 특히 어려워질 것이다. 97, 98년 아시아 금융 위기시 고정 환율을 지키려고 노력한 국가는 대부분의 외환 보유고가 바닥나고 변동 환율제를 채택한 국가보다 더 급격하고 심각한 평가절하의 어려움을 겪었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