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대 국회 때부터 시민단체 등이 집요하게 요구해온 상가임대차보호법 제정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지금까지 건물주 및 매장 소유자들의 과도한 임대료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전자상가의 영세상인들이 안심하고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
국회 법사위는 지난달 30일에 이어 4일 2차 회의를 열어 영업용 상가건물에 세들어 사는 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임대계약을 5년동안 보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 상가임대차보호법을 제정키로 했다.
◇임대차보호법의 내용=임차인들에게 5년 계약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주며 상가 건물주가 부도를 내더라도 영세상인들은 ‘최우선 변제권’을 갖도록 해 일반 채권자보다 우선적으로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계약연장시 임대료 인상률에 상한선을 두어 과도한 임대료 인상을 막기로 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건물주나 매장 소유자들의 일방적인 계약으로 인해 시설투자비나 권리금 등 영업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위치에 있었던 영세상인들은 법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전자상가 상인들의 반응=용산 등 전자상가 상인들은 이번 상가임대차보호법 제정에 대해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상인들은 그동안 건물주의 부당한 임대료 인상에 대해 상우회를 중심으로 공동 대응해왔지만 개별 매장 소유자들의 횡포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또 지난 97년 부도로 쓰러진 선인산업처럼 건물주나 관리업체의 부도에 대해서도 전혀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었다. 따라서 이번 임대차보호법 제정 추진에 대해 전자상가 상인들이 느끼는 감정은 남다르다.
용산 전자상가의 한 상인은 “건물주는 마음에 안드는 상인들에 대해 계약기간 연장을 거부하며 매장을 비워줄 것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으며 일부 상가는 계약을 새로 할 때 일률적으로 보증금과 임대료를 15∼20%씩 올리기도 한다”며 “상가임대차보호법 제정으로 이같은 부당행위가 없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망과 과제=계약기간과 임대료 인상률 제한을 얼마로 책정하느냐가 이 법안의 관건이다. 임대차보호 공동운동본부는 선진국의 10년 보장을 예로 들면서 적어도 7년은 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으나 건물주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실제 법안에서는 몇년으로 정해질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또 당초 안대로 5년으로 확정할 경우 건물주 또는 매장 소유자들이 임대료를 한꺼번에 올려받을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전자상가의 경우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상인들의 70∼80%가 건물주 또는 매장 소유자로부터 임차받은 매장을 다시 임차한, 이른바 전대(轉貸) 또는 전전대 상인이다. 이번 상가임대차보호법은 건물주 또는 매장소유자와 임차인간의 관계를 규정하는 것이어서 전대 상인들의 권리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게 됐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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