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기야마 쇼헤이는 회사와 가정에 충실한 샐러리맨이다. 스기야마는 자신의 삶에 대해 특별히 불만은 없지만 40대 초반의 남자로서 공허함을 느낀다. 그런데 그의 퇴근길 전철 창밖으로부터 새로운 자극이 찾아온다. 댄스교습소 창문에 어른거리는 아름다운 여인에게 끌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를 찾아간 댄스교습소에는 다른 차원의 세계가 있었다.
수오 마사유키가 감독한 영화 ‘쉘 위 댄스’의 도입부다.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댄스교습소에 대한 이미지를 ‘바람난 장바구니 여인네와 제비족들의 공간’에서 ‘여유롭고 아름다운 삶이 녹아있는 공간’으로 바꿀 수 있었다.
IT업계에도 시간적 리듬(음악) 속에 자신의 몸을 조각(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저는 주로 자리에 앉아 골몰히 몰두해야 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스포츠 댄스는 활동적인 데다 나이가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인간으로서 정열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매료됐죠.”
내일넷의 네트워크 기술개발자인 이평희씨(30, peonghee@hotmail.com)가 말하는 댄스의 매력이다. 그는 미국 실리콘밸리 산타쿠르즈대학 재학시절 현지인들과 자연스레 어울리기 위한 수단으로 댄스교습소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해 4년여간 춤을 추게 됐다.
미국에서 스포츠댄스가 연령을 추월하는 대중문화로 자리잡고 있던 점도 이씨의 교습소 출입을 즐겁게 만들었다. 특히 스포츠댄스가 파트너가 필요한 춤이어서 이국인으로서의 낯설음을 날려줬다. 이후 이평희씨는 스포츠댄스의 매력에 심취했다. 탱고, 룸바, 삼바, 살사를 고루 섭렵하고 작은 댄스파티에서 입상했을 정도다.
그는 한국에 돌아와 춤이 그리워 카바레에 찾아갔다가 크게 실망했다. 생경한 분위기여서 함께 즐길 만한 친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혼할 여자친구에게 스포츠댄스를 직접 가르쳐주기로 했다.
“춤을 추기 시작한 이후로 매사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어요. 원래 목적은 아니었지만 눈에 거슬리던 몸의 군살들도 사라지기 시작했더군요.”
LG전자 정보통신사업총괄 네트워크사업 경영지원팀의 최정환 대리(32, junghwan@lge.com)는 재즈댄스를 즐긴다. 매주 3회 이상 퇴근 후 교습소를 찾아 땀을 흘리는 마니아가 됐다.
재즈댄스는 자유로운 춤이다. 자세를 미리 정해놓지 않고 재즈음악에 맞춰 자유롭게 감정을 표현한다. 대형 거울 앞에 자신을 드러내고 즐기며, 특히 역동적이다. 엉덩이, 어깨, 손목, 발목을 자유롭게 움직이며 무아지경으로 빠져드는 것.
“거울 속에 비친 춤추는 사람들의 모습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재즈댄스를 함께 즐기길 원해요. 그래서 회사 동료들에게도 적극 권장하고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사내 동호회도 추진해볼 생각입니다.”
재즈댄스는 겉보기엔 개인적인 춤이지만, 한꺼풀 들어내보면 융합이 들어있다. 아프리카 토속리듬에 뿌리를 두고 200여년간 발전하면서 클래식 발레, 맘보, 탭댄스, 룸바 등을 끌어들여 융합했다. 온갖 요소가 결합되면서 춤에 생명력이 넘쳐나는 것이다.
이같은 춤의 생명력이 최정환 대리의 몸으로 전이된 것은 아닐까. 최 대리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재즈댄스에 심취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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