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위주로 성장해온 국내 반도체업계가 비메모리 반도체인 시스템온칩(SoC) 시장 선점경쟁에 나서고 관·학·연이 SoC캠퍼스(가칭)와 리서치센터 설립에 나서는 등 총력 개발 및 지원체제 구축에 나설 계획이라고 한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D램 반도체 가격 하락과 이에 따른 출혈경쟁으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를 비롯해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일본의 도시바, 독일의 인피니온테크놀로지 등 D램업계 빅5로 불리는 기업들이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는 작금의 현실을 감안하면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본다.
반도체 D램산업은 경기에 민감한 특성을 지니고 있어 사업 리스크가 상존한다. 뿐만 아니라 중국이 오는 2010년까지 베이징에 20개, 상하이에 30개 반도체 라인을 건립하겠다고 밝히는 등 후발국의 추격도 거세고, 냉각된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과거와 같은 고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를 감안하면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자명하다. 물량 공세에 따른 가격경쟁력 확보가 관건일 정도로 양적 경쟁 논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메모리 분야보다는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이 특정시장을 독점하는 등 질적 경쟁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비메모리 분야다.
그런 측면에서 새로운 국가 전략품목으로 부상하게 될 SoC 관련 전문인력 양성과 신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 산·학·연·관이 나선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특히 반도체 관련 학과를 두고 있는 수도권 20여개 대학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설립하게 되는 임베디드시스템스리서치센터(ESRC 가칭)에 거는 기대는 크다. 반도체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선두 연구개발 조직은 필수적이며, 차세대 SoC 기술개발과 인력 양성을 담당하게 될 이 센터가 그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정보통신부가 구상 중인 IT SoC캠퍼스도 눈길을 끈다. 연내 최종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IT SoC캠퍼스의 주요 골자는 SoC산업 인프라를 확대하기 위해 약 1000억원을 투입, 대학원 및 R&D센터 역할을 하는 캠퍼스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IT SoC센터를 운영하면서 중소 반도체업체를 지원하고 있는 정통부가 국내외 대학 및 ETRI 등과 연계하는 등 SoC 전문인력 양성에 주도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반도체설계자산연구센터(SIPAC)를 운영하고 있는 KAIST 유회준 교수가 메모리가 결합된 차세대이동통신 단말기용 SoC를 산·학·연 공동으로 개발하기 위한 기획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경쟁력 있는 SoC기술 개발 및 인력 양성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향후 반도체 시장의 성패는 차세대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의 등장으로 급격히 변화하는 이동통신과 멀티미디어 표준기술을 따라잡고 다양한 기술을 하나의 반도체로 구현하는 SoC기술력 확보에 달려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D램을 기반으로 하는 반도체 대량생산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국내 반도체 관련 학과의 커리큘럼과 연구기관의 기술개발 방향이 대폭 개선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문제는 산·학·연·관이 개별적으로 SoC 관련 기술개발 및 인력 양성에 나서는 것이다. 야심차게 추진하는 SoC캠퍼스와 리서치센터 등이 스코틀랜드의 알바센터, 벨기에의 아이맥, 스웨덴의 SoC클러스터와 어깨를 견주기 위해서는 공조체제 구축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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