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탈 투자, 사상 최악 하락세 기록

 

 경기침체 여파로 올해 한국과 미국의 벤처캐피털 투자가 사상 최악의 하락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프트뱅크리서치와 미국 PWC가 공동분석한 ‘한국과 미국의 벤처캐피탈 투자동향’ 자료에 따르면 국내 벤처캐피털은 올 3분기까지 총 1114개의 업체에 8890억원의 자금을 투입, 작년동기에 비해 60% 수준에 머물렀다. 올초 중기청과 벤처캐피탈협회에선 투자계획 조사를 통해 총 2433개 업체에 1조4000억원의 벤처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도 올들어 9월말까지 총 2110개 업체에 254억달러의 벤처투자가 이뤄졌으나 지난해 연간 투자액에 비해 54% 감소하는 등 경기 및 증시침체 여파로 벤처투자 열기가 급속하게 냉각된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의 경우는 소프트뱅크리서치가 국내 상위 13개 벤처캐피털(기은캐피탈, 넥스트벤처투자, 동원창투, 무한기술투자, 와이즈내일인베스트먼트, 우리기술투자, 일신창투, 한국기술투자, 한국IT벤처투자, 현대기술투자, IMM창투, KTB네트워크, 스틱IT벤처투자)을 방문조사한 것이다.

 ◇국내=벤처캐피털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됐다. 상위 13개 벤처캐피털은 올 9월까지 총 17개, 2079억원 규모의 투자조합을 결성해 전체의 38% 수준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들 역시 투자재원 조달의 어려움으로 조합당 결성규모가 평균 130억원 정도에 그치는 등 중소형 규모 투자조합 결성이 주류를 이뤘다.

 올 9월까지 업체당 평균 투자금액은 8억원으로 지난해(6억7000만원)에 비해 안정적이고 수익률이 확실한 업체에 투자가 집중된 것으로 분석됐다. 투자단계면에서는 초기단계와 확장단계, 프리IPO로 나눠볼 때 초기단계의 투자비중이 전체의 54%로 여전히 높았으나 확장단계도 40%에 육박해 안정기에 접어든 벤처기업에 자금이 집중되는 모습을 보였다.

 또 회사계정보다는 투자조합을 통한 투자비율이 3배 정도 많았다. 이는 지난해와는 대조적인 것으로 올해 벤처캐피털이 투자위험을 줄이는 한편 조합운영수수료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투자분야는 컴퓨터와 네트워크, 하드웨어 반도체 등 정보통신부문이 47%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바이오(9%)와 엔터테인먼트(4%)에 대한 전문펀드 결성이 늘고 있으며 일부 벤처캐피털은 엔터테인먼트 사업조직을 별도로 분사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미국의 올 상반기 투자규모는 186억달러로 작년동기에 비해 65% 감소, 벤처투자사상 가장 큰 폭의 감소율을 보였다. 올 3분기 투자실적은 작년동기에 비해 무려 71%가 하락했다.

 투자분야별로는 테러사태로 인해 PC 및 서버, 컴퓨터 네트워크 장비분야에 대한 투자가 더욱 냉각됐으며 바이오와 통신장비부문의 투자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바이오분야는 2000년 4분기에 최고점을 기록했으며 올해도 양호한 투자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경기동향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고 기술성장성면에서도 정보통신기술보다 월등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됐다.

 투자단계면에서는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초기단계 기업보다는 확장단계의 업체에 투자가 더욱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에서는 투자회수를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IPO보다 M&A가 더 인기를 끌고 있다. 올 3분기까지 IPO를 통한 투자회수는 13건에 불과했지만 M&A의 경우는 249건으로 무려 19배 이상에 달했다. 특히 인터넷분야에 대한 M&A는 179건으로 전체 M&A의 72% 정도를 차지했다.

 ◇전망=미 세계무역센터 테러사태로 최저점을 기록했던 주식시장이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한국과 미국의 벤처캐피털도 손실을 어느 정도 만회하는 등 다시 활기를 찾는 듯한 분위기다. 또 내년에는 주식시장의 호전과 함께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벤처기업의 3분기 조달금액은 620억달러로 2분기에 비해 37%, 사상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 3분기에 비해서는 78%가 격감했지만 아직 투자여력은 충분해 보인다. 국내의 경우도 투자가 동결된데다 올 4분기부터 투자조합 결성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돼 자금유동성이 풍부해질 전망이다.

 주목받는 기술분야는 미국의 경우 광통신과 무선통신, 바이오 등의 세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보안, 이동통신, 부품소재, 교육분야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특히 부품소재의 경우 한국부품소재협의회에서 1000억원 규모의 민관협동매칭펀드를 추진하는 등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이규태기자 kt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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