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개별 산업으로 여겨지던 생명과학과 정보기술(IT)의 밀월관계가 점차 가속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방대한 데이터를 다루어야 하는 유전자공학의 급속한 발전으로 생명과학 기업의 IT 투자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생명정보공학(bioinformatics) 시장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전문가들의 생명과학 분야 기업에 대한 IT 투자 규모가 수년간 연평균 20% 정도씩 늘어나고 염색체 배열분석과 같은 일부 분야의 경우는 연평균 100% 이상의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생명과학 기업들은 IT 기술을 활용하는 데 있어 상당히 보수적인 편이었다. 실제 99년 출간된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의 보고서에 의하면 금융서비스 등과 같은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는 분야의 기업이 연 매출의 10%를 IT에 투자한 데 비해 제약 기업의 매출 대비 IT 투자 비중은 5%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 IBM의 생명과학사업본부장인 캐롤 코박은 “생명과학을 전체 IT 분야에서 성장 기회가 큰 분야 중 하나로 보고 있다”며 “전체 생명과학 산업의 시장 규모가 오는 2004년까지 3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낙관했다.
시장조사기관인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이 지난달 출판한 분석보고서도 미국의 생명정보공학 시장규모가 지난해 14억달러였으며 올해 17억달러, 2007년 69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긍적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은 미국이 전체 시장의 60%를 점유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생명기술·제약 기업들이 IT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유전자공학과 생의학 분야 등에서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극복해야만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영국의 생명과학 기업인 옥스퍼드글리코사이언스(OGS)의 IT 담당 이사인 앤드루 라이올은 “단백질 시퀀스 등의 발전으로 오늘날 생물학자는 대량 데이터의 홍수에 직면했다”며 “인간 게놈에 관련한 정보만으로 500페이지 전화책 200권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최근들어 부진을 겪고 있는 IT 기업들도 생명과학을 새로운 돌파구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실제 컴팩컴퓨터, 휴렛패커드, 선마이크로시스템스, 후지쯔, 히타치, IBM 등 대부분의 주요 IT 기업들은 이미 생명과학 부문을 만들었으며 이들 중 대부분이 지난해 생명정보공학 분야에 대해 1억달러 이상의 초기 투자 계획을 발표했었다.
IT 기업들은 생명과학 분야에 기대하는 것은 단순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판매, 컨설팅 비용 등을 넘어서는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는 ‘IT기업이 생명과학 업체들의 IT에 대한 도움없이는 생명기술을 완성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이들은 제약 개발에 직접 참여해 로열티를 노릴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와 함께 벤처캐피털리스트들도 IT 기업에 대한 투자를 회수하는 와중에 생명정보공학 업체에 대한 투자는 오히려 늘리고 있다. 실제 미국의 넷제닉스, 제노미카, 인포맥스, 더블트위스트 등을 비롯해 독일의 라이온바이오사이언스, 스위스의 제네데이터 등이 최근 투자를 유치했다.
생명정보공학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표준화다. 선의 생명과학 매니저인 시아 자데는 “호환되지 않는 데이터 소스의 확산은 제약·생명 산업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 여름 샌디에이고에서 개최된 바이오2001콘퍼런스에서 50개의 생명과학·제약, IT 기업들은 인터넷의 수 많은 다른 출처에서 나온 데이터를 교환하고 조작할 수 있는 표준을 만들기 위해 I3C(Interoperable Informatics Infrastructure Consortium)라는 컨소시엄을 만들었다. I3C의 회원은 IT기업인 IBM·애플컴퓨터·선·오라클, 제약 기업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파이저, 생명기술 기업인 밀레니엄·애피메트릭스, 민간공공분야의 미국 국립건강연구소·유럽 바이오인포매틱스연구소·베이징 지노믹스연구소 등을 망라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실행가능한 프로토타입까지 선보였다. 이 프로토타입은 I3C 10개 회원사의 제품과 데이터를 이용해 유전자 시퀀스 데이터를 어떻게 교환하고 분석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와 관련, IBM 생명과학사업본부의 제프 오젠은 “I3C는 단순한 표준단체가 아니다”며 “I3C는 문서 표준이 아니라 실제 솔루션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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