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의 미래 / 다비드 보스하르트 지음 / 생각의나무 펴냄
‘책을 읽으면 세상이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소비의 미래’는 이런 문구를 잘 표현한 책으로 변하는 세상을 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한다. 독일의 대표적 유행분석가이자 소비 및 시장문제 전문가인 저자 다비드 보스하르트는 이 책에서 소비분야에 대한 지식과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21세기 소비문화가 어떻게 변화할지를 예상한다. 그리고 21세기의 세상은 또 어떻게 달라질지 전망한다. 사치·컬트소비·오락·감성·테마·메시지 등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기도 한다.
지난 수세기동안 줄곧 서구를 지탱하는 근대 이성문명의 화두였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에서의 ‘생각하고 있는 나’의 중요성은 시대를 거듭하면서 흔들리고 있다. 21세기 소비 세상에서 현대인들은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데카르트를 비웃기라도 하듯 사유의 부재 속에서도 전혀 불편이나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 언제든 풍부한 물건이 구비된 상점에서 사고 싶은 물건을 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말에서처럼 결국 소비하고 있는 나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소비의 미래는 현대를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좌우하는 메커니즘으로서의 ‘소비’를 본격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소비에 최상의 가치를 부여한다. 소비야말로 타인과 자신을 구별하는 유일한 행위이며 소비사회의 몰락이 민주사회의 몰락을 의미한다는 과감한 주장까지도 서슴지 않는다. 또 현대 소비사회에서 ‘감성’ ‘테마’ ‘메시지’라는 세 개념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저자는 정보사회 이후 도래할 ‘꿈의 사회’에서는 상품의 물질적 가치는 줄어들고 대신 상표(감성)나 광고(메시지), 분위기(테마) 같은 문화적 가치가 증가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제품이 물리적인 가치로 평가되는 시대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등과 같은 상표들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울러 ‘Made In Japan’과 같은 원산지 표시를 보고 소비자는 무엇을 느끼는가. 또 고급스러운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면서 느낄 수 있는 경험과 이미지가 소비자의 감성을 어떻게 자극하는가. 왜 이러한 요소들이 중요하게 됐는지가 이 책에 잘 설명돼 있다.
소비는 인간의 다른 어떤 행동보다도 적극적이면서 가시적인 삶의 형식이다. 구체적인 소비행위를 통해서 타인과 구별되며 상품은 그것을 소비하는 주체의 정체성을 규정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소비행위가 ‘소비하고 있는 나’의 사회적·정치적 위상을 결정한다는 소비사회의 특징을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략적으로 구체적인 시사점을 제공하는 부분은 미래의 소비패턴에 대해서 요식산업·관광산업·오락산업·멀티미디어산업·청소년문화산업·여행산업 등의 성공적 대응방법을 제시한다. 특히 제4장 ‘고객의 새로운 기호학-새로운 사치’는 상당히 흥미롭다. ‘사치의 반대는 가난이 아니라 촌스러움이다’라는 코코샤넬의 말을 인용하면서 명품(luxury)산업의 현재와 미래까지 신선한 시각을 제공한다. 아울러 소비가 주도하는 시대에서는 소비가 돈에 의해서가 아니라 감각과 직결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21세기 기업경영에 있어서의 소비자를 알고 그들의 성향을 분석하는 것은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미래 소비자의 상품 선택기준은 오락·상표·광고·분위기로 요약할 수 있다. 저자는 ‘오락은 시장의 선도주자이자 문화시장의 추동력’이라고 말한다. ‘정보와 오락의 결합(infortainment)’ ‘음식과 오락(Eatertainment)’ ‘교육과 오락(Edutainment)’ 등 상품의 미래가 밝은 것이다.
도래하고 있는 소비세상에서 소비 메커니즘의 주인은 바로 소비자다. 이제 소비자는 그 어떤 시대보다도 강력한 힘을 갖게 됐다. 시장의 글로벌라이제이션과 커뮤니케이션 매체의 발전에 따라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임채운 서강대 교수 chaelim@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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