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 바닥 찍었나

 북미 반도체 장비 주문량/출하량 지표(BB율)가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지만 국내 애널리스트들의 평가는 크게 엇갈리고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지난달 북미 반도체 장비업계의 BB율이 0.71로 집계돼 지난 8월 0.62에서 9월 0.64로 소폭 오른 데 이어 3개월째 상승세가 지속됐다고 지난 20일(현지시각) 발표했다. BB율은 반도체 장비업계의 현황을 보여주는 단순한 지표라기보다는 향후 중장기 관점에서 반도체산업을 전망하는 지표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이번 BB율의 상승에 대해 일부에서는 반도체의 바닥권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근거라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분모(출하액)는 줄고 분자(주문액)가 상대적으로 덜 줄어 사실상 지수가 개선되는 현상에 큰 의미가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민후식 한국투자신탁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BB율의 상승은 반도체산업이 바닥권을 탈피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시켜주는 사건”이라며 “BB율과 반도체산업간의 7개월 시차를 고려할 때 내년 2분기말 반도체 경기 회복은 가능할 전망이며 삼성전자와 D램업체에 대해 조정시마다 비중을 확대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반면 최석포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전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5.84% 급락한 것은 지난 주말 이후 D램 현물가격이 재차 약세로 돌아선 점과 지난달 BB율의 개선이 큰 의미가 없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라며 “특히 수주액 자체가 아직도 6억달러대에 머물러 있고 소자업체들은 신규투자를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지표의 상승에 너무 큰 무게를 실는 것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한편 21일 국내 반도체 주가는 주춤한 현물시장의 흐름을 반영, 이틀 연속 조정국면을 나타냈다. 삼성전자는 2500원 하락한 21만1000원에 장을 마쳤고 하이닉스는 50원 상승한 1765원으로 마감, 등락이 엇갈렸다. 아남반도체도 70원 내린

400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런 주가수준은 마이크론테크놀로지나 여타 해외 반도체 주가와 비교, 매우 두드러진 독보적 강세임에 틀림없다.

 정창원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회복시기가 문제일 뿐 반도체 현물경기가 이미 바닥을 지났다는 공감대는 확산되고 있으며 128MD램 가격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256MD램과 DDR가 강세를 유지하는 등 반도체주에 대한 긍정적인 시장 분위기는 이어지고 있다”며 “국내 증시의 자금유입 등으로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주들이 상대적 강세를 유지하고 있고 향후 시장회복을 전제할 경우 지금 반도체주를 사서 보유하는 전략(buy & hold)은 유효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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