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쯤이면 ‘겜블러와 쇼걸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는 정보기술(IT) 물결로 술렁거린다. 바로 추계 컴덱스 때문이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추계 컴덱스는 한해 정보기술을 결산하고 다음해 컴퓨터와 통신, 인터넷의 기술흐름을 짚어볼 수 있는 의미있는 자리다. 그러나 올해 추계 컴덱스는 ‘세계 최대의 IT 버라이어티 쇼’라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9·11 미국 테러 여파 때문인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개막됐다. 주최측은 참가업체와 관람객 규모가 지난해 수준이라며 컴덱스의 위상을 올리기에 분주했지만, 참가규모는 비슷하다 치더라도 분위기 면에서 크게 위축된 것이 사실이다. 매년 전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테마 신기술’ 역시 IT시장의 침체 때문인지 올해 컴덱스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나마 이번 컴덱스에서 이슈라면 ‘중국의 처녀 출전’이다. 79년 컴덱스 개막 이후 처음으로 중국이 국가관을 만들어 참가한 것이다. 비록 규모 면에서는 10여개 업체에 불과했지만 반도체·통신·인터넷을 망라하는 다양한 업체가 참가해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사실 중국의 이번 컴덱스 참가는 ‘처음’이라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기가 힘들다. 참가규모가 보잘 것 없을 뿐 부스 자체도 다른 국가관에 비해 초라하기 그지없다. 뿐만 아니라 이들 업체가 선보인 제품이나 기술 역시 크게 뒤떨어진다.
그러나 이번 중국의 컴덱스 참여는 중국이 이제 전세계의 IT흐름에 동참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의 표현이라는 면에서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중국은 최근 WTO에 가입하는 등 국제화·세계화에 어느 나라보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동안 자국의 IT기술 확보와 시장을 키우기에 바빴던 중국이 이제는 IT를 기반으로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그 동안 중국은 우리에게 떠오르는 황금시장일 뿐이지 경쟁상대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중국이 세계 IT시장을 향해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국의 컴덱스 참여는 이 같의 움직임의 신호탄이다. 이번 컴덱스를 계기로 세계 IT시장 패권을 위해 소리없이 뛰는 중국을 다시 한 번 바라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라스베이거스=인터넷부·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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