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C, 휴대폰시장 `대약진`

 ‘PC와 반도체에 이어 휴대폰의 강자로.’

 일본 반도체·PC 산업계를 대표하고 있는 NEC가 휴대폰 단말기 분야에서 최근 강세를 보이며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NEC는 한 때 반도체에서는 인텔에 이어 세계 2위로 시장을 주도했고, PC에서는 컴팩·IBM과 세계 정상을 다퉜다. 특히 PC에서는 10년 가까이 자국 시장의 절반 이상을 과점하며 절대적인 우위를 지켰다. 그러나 90년 후반부터 경쟁업체들을 추격을 받아 반도체에서는 도시바에 이어 3위로 밀리고, 일본 PC시장에서는 후지쯔·소니 등의 시장 잠식으로 1위는 지키고 있지만 점유율이 20%대로 떨어지는 나약함을 보이고 있다.

 이런 NEC가 최근 휴대폰에서 큰 성과를 잇따라 올리며 ‘휴대폰의 새 강자’로 급부상,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하고 있다.

 이 회사는 자국내 시장 상반기(4∼9월) 출하에서 부동의 1인자로 여겨져온 마쓰시타통신공업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민간조사 기관인 멀티미디어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마쓰시타통신의 출하는 617만대로 작년동기 대비 2.4% 줄어든 반면 NEC는 33% 늘어 708만대(점유율 29.6%)를 기록했다. NEC의 이번 실적은 마쓰시타통신뿐 아니라 미쓰비시전기·샤프 등 3위 이하 주요 업체들이 모두 감소를 보인 가운데 유일하게 증가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더욱 돋보인다. 게다가 휴대폰이 음성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즉 2세대에서 3세대로의 전환기에 있다는 상황을 고려할 때 NEC의 상승은 앞으로 업계 구도 변화까지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NEC의 상승세는 기술력의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NEC의 호조는 이 회사가 올 초 일본 업계 최초로 내놓은 대화면의 폴더 기종 신제품 때문이다. 마쓰시타통신과 소니도 같은 기종의 신제품을 내놓고 있는데, 소프트웨어의 결함과 그에 따른 리콜 조치 등으로 신뢰성이 떨어져 고전하고 있다. 반면 NEC 제품은 높은 안정성으로 판매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NEC의 기술력은 서서히 해외에서도 인정되고 있다. 거대 통신 그룹인 홍콩의 허치슨은 동영상을 주고받는 NEC의 웹폰을 납품받아 2002년 하반기부터 시장에 투입키로 했다. 허치슨은 모토로라에서도 동종 제품을 구매할 계획이다.

 NEC는 사실 통신장비 분야에서 수십년의 역사를 지닌 업체다. 모토로라를 비롯 알카텔·지멘스 등과 네트워크 장비 등에서는 대등하게 경쟁할 정도로 탄탄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

 현재 NEC는 IT 불황에 대응해 D램 사업을 정리하고, 휴대폰을 중심으로 하는 통신과 소프트웨어에 사업력을 집중하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3세대로 진화하는 휴대폰에서는 NEC 이외에도 소니가 에릭슨과 손잡는 등 일본 업체들간의 경쟁이 뜨겁다. NEC가 기술력을 바탕으로 반도체와 PC에서와 마찬가지로 휴대폰의 강자로 자리매김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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