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벤처 세계 MP3시장 석권 의미

MP3플레이어 시장에서 국내 중소벤처기업들이 거두고 있는 성과는 실로 눈부시다.

 지난 10월까지 국내 주요 업체들이 밝힌 MP3플레이어 생산량을 살펴보면 대략 200만대에 육박한다.

 주요 업체가 각각 발표한 자료만 하더라도 아이리버 60만대, 디지탈웨이 30만대, 삼성전기가 20만대, 엠피맨닷컴이 15만대, 하빈 7만대 등으로 시장조사기관과 업체들이 보고 있는 세계 MP3플레이어 시장규모는 350만∼400만대의 50%를 이미 넘은 수치다.

 성과는 생산량 측면만이 아니다. 휴대형 오디오분야의 최대 강자인 소니조차도 MP3CD플레이어를 아직 시장에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필립스는 제품을 내놓았으나 참패를 면치 못하고 있다. 리오 시리즈로 MP3플레이어 시장에서 톱브랜드로 꼽히는 소닉블루도 MP3CD는 전량 국내의 아이리버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중소벤처업체가 거둔 성과에 주목하는 이유는 소니·파나소닉·산요·필립스·인텔·컴팩·삼성전자 등 세계 굴지의 기업들과 중국과 대만 기업까지 경쟁하는 무대에서 혼자 힘으로 거둔 성과이기 때문이다.

 국내 중소업체들이 세계시장에서 이만큼 경쟁력을 발휘한 것은 MP3플레이어를 제외하면 아날로그 위성방송수신기를 꼽을 수 있다. 그러나 한때 세계시장의 60% 가까이를 점유했던 위성방송수신기 업체들의 성과는 전체 수신기 시장의 10%에도 못미치는 일반 유통시장에서 거둔 것으로 MP3플레이어 업체들이 거두고 있는 성과와 비교할 바가 못된다.

 뿐만 아니다. MP3플레이어는 통신 및 멀티미디어 기능 등과 결합되면서 차세대 휴대형 디지털가전으로 발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이 시장에서의 시장선점은 향후 적지 않은 파급력을 갖는다. 휴대형 디지털가전 분야에서 뻗어나갈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역시 치열한 벤처정신과 기술력이 있었겠지만 국내 시장의 여건도 한몫을 단단히 했다는 것이 업계 사장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98년 엠피맨닷컴이 처음 제품을 출시하고 난 후 MP3플레이어는 디지털가전분야 벤처기업에 드림마켓으로 여겨졌다. 99년말까지 부품업체를 포함해 자그마치 200여 기업이 몰려들어 성황을 이뤘을 정도. 이 과정에서 해외 바이어와의 계약을 놓고 지나친 가격경쟁을 벌이는 등 혼탁양상을 보이고 마케팅 경험부족으로 시장주도권을 해외에 뺏기는 등 문제점이 많이 노출됐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를 거치면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체들이 자연도태돼 현재는 관련업체수가 10분의 1 규모인 20여곳으로 대폭 축소됐다. 경쟁력을 갖춘 기업만이 살아남은 것이다.

 업체들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아이리버는 올해 MP3CD플레이어로 9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며 디지탈웨이는 400억원, 엠피맨닷컴과 현원은 300억원, 아이앤씨는 100억원, 거원시스템은 40억원대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까지 5∼6개 기업이 올린 매출을 한 기업이 거두게 된 것이다.

 엠피맨닷컴 관계자는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피나는 경쟁이 오히려 자생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경쟁을 통해 능력을 검증받은 업체들이 해외시장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또 한가지는 MP3플레이어처럼 디지털기술을 응용한 아이디어형 제품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알맞은 제품이라는 점이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자금력이나 정보력 면에서는 뒤질지 몰라도 획기적인 아이디어의 현실화나 발빠른 움직임 면에서는 앞선다. 삼성전자가 MP3플레이어 옙 사업을 계열사인 블루텍으로 이관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어려운 과정을 뛰어넘어 이제 세계 굴지의 기업들과도 어깨를 겨룰 정도로 성장한 국내업체들이지만 뛰어넘어야 할 큰 산이 있다. 저임금과 발빠른 시장적응력으로 무장한 중국과 대만 업체들의 맹추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디지털기술을 다채롭게 응용하고 디자인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퓨전형 제품을 통해 중국·대만 업체보다 한발 앞서 나간다는 전략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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