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퀄컴과의 로열티 재협상이 정부와 통신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3세대 CDMA 시장에까지 이어지고 있는 퀄컴의 독주를 저지하기 위한 반(反) 퀄컴 진영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반도체업체들로 구성된 반 퀄컴 진영은 퀄컴이 2세대에 이어 cdma 2000 1x 시장에서까지 독점력을 확대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뎀칩 및 무선주파수(RF)칩 등 핵심 부품을 잇따라 내놓고 이를 탑재한 이동통신시스템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특히 이들은 불평등 로열티 계약을 정상화해달라는 한국 정부와 업계의 요구를 줄곧 거부하고 있는 퀄컴에 대해 정서적 반감을 갖고 있는 한국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 이동통신장비업체들과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한 공동 대응에 나서 퀄컴을 압박한다는 전략을 추진, 주목된다.
LSI로직은 cdma 2000 1x를 지원하는 ‘CBP4.0’을 개발, 내달부터 한국 시장에 선보인다. 이 모뎀칩은 cdma 2000 1x는 물론 2세대(IS-95B)와 미국형 AMPS까지 지원하고 데이터 전송속도도 153Kbps에 이르는 제품으로 이미 국내 주요 단말기 제조업체에 개발용 시제품(ES)이 공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내달 양산단계의 시제품(CS)이 나오는대로 국내 업체와 최종 테스트를 거쳐 이르면 내년초 이를 탑재한 3세대 이동전화단말기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cdma 2000 1x를 지원하는 3세대 모뎀칩 ‘Scom 5000’의 개발에 성공, 마지막 현장성능시험(BMT) 단계만 남겨 놓고 있다. 그동안 2세대(IS-95A/B)용 모뎀칩을 개발, 자체 시스템에 탑재해 다수의 상용제품을 공급했던 삼성전자는 BMT를 통해 성능만 확인되면 곧바로 3세대 단말기 생산에 투입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주파수 처리 부품인 PLL 등 RF부문의 솔루션도 갖췄으며 퀄컴과의 재협상을 통해 외부 판매와 수출용 단말기에도 자사 칩을 탑재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필립스반도체는 최근 CDMA 방식의 모뎀칩 기술과 관련 연구개발 인력, 각종 코어기술(IP) 등을 중국 이동통신업체 홀리커뮤니케이션에 넘겼다. 홀리커뮤니케이션은 필립스가 개발해오던 3세대 모뎀칩을 완성해 이르면 내년초 내놓는 한편 필립스가 시판중이던 2세대 CDMA 모뎀칩 ‘CDMA+ 200’을 장착한 이동전화단말기를 중국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이외에도 RFMD·맥심·커넥선트 등 RF 집적회로(IC) 생산업체들은 퀄컴이 모뎀칩 시장의 지배력을 내세워 R F시장으로 세력을 확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들 업체와 전략적 관계를 맺고 공동 마케팅을 추진중이다.
이와관련, 국내 단말기업체들의 고위관계자는 “안정적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퀄컴이 아닌 제2의 벤더(부품공급업체)가 필수적”이라면서 “퀄컴과의 로열티 재협상에도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퀄컴은 “CDMA기술을 기반으로 차세대 로드맵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는 것은 퀄컴밖에 없다”면서 “로열티 협상과 관계없이 핵심칩의 우수성만으로도 퀄컴은 한국 시장에서 독보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퀄컴은 지난 7년간 기술 로열티로 7억5700만달러, 핵심칩 구입비용으로 18억2600만달러를 한국에서 가져갔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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