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의 전망이 어둡다. 국내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 올 한해 마이너스 성장 기록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의 부채는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130%를 넘어섰고 지금까지 양호했던 무역수지도 악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경제적 퇴보에도 불구하고 일본시장은 여전히 높은 소비수준을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NTT도코모의 아이모드(i-mode) 서비스는 전세계가 주목할 정도로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다음은 통신시장 전문 조사업체인 프랑스 IDATE의 최근 리포트를 통해 들여다 본 일본 통신시장의 구조와 그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아이모드에 관한 이야기다.
사실 일본경제는 1990년 거품경제의 붕괴 이후 삐걱거리기 시작했으며 특히 지난 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계속 몸살을 앓고 있다. 경제에 거품이 빠진 후 일본정부는 국내 경제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98년 금융 위기가 닥치고 나서야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새로 총리가 된 고이즈미는 은행의 악성부채를 청산하는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리면서 계획한 몇가지 개혁정책을 수행하려고 했다. 그러나 선거가 임박해 이런 개혁은 결국 내년으로 미뤄지게 됐다. 하지만 일본시장은 아직도 대단히 풍요로우며 활동적이다. 1억2500만명에 달하는 일본 국민들은 유럽 국가들보다 훨씬 높은 생활수준을 누리고 있을 뿐 아니라 실업률 또한 유럽보다 낮다. 더구나 경기부진의 파고를 지금까지 잘 극복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의 경제문제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시장이 가진 높은 수준의 소비 행태와 발전 가능성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IDATE는 유럽이 일본에 가져야 할 한 가지 의문이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바로 도코모의 아이모드 성공이 그것이다. 도코모가 거둔 성공에 힘입어 일본은 GPRS 및 UMTS 사업권 경쟁을 지연시켰다. 이는 일본 무선전화 시장의 성장 잠재력에 대한 경이를 느끼게 하는 일대 사건이며 유럽이 앞으로도 통신시장에서 계속 주도적 위치를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아이모드와 이로부터 얻은 교훈을 살펴보기에 앞서 IDATE는 일본 전화시장의 전반적 구조와 일본시장의 특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조명했다.
◇일본 무선전화 시장의 구조
무선 가입자들은 대부분 PDC(Personal Digital Cellular Telecommunication System) 네트워크(TACS 표준의 차기버전)나 CDMA One을 이용하고 있으며 올 5월 총 가입자가 6200만명에 달했다. 같은 시기 PHS(Personal Handyphone System) 마이크로 셀룰러 서비스에 가입한 사람들은 530만명이었다. PHS는 지난 95년 사업권 할당 이래 98년 정체 상태에 이르기까지 매우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PHS는 실패했으며 멀티미디어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높은 속도(64k 서킷)를 이용하지 않았다면 지금쯤은 아예 사라졌을 것이다.
◇4개의 사업자 그룹 공존
△NTT 도코모:기간통신사업자 NTT가 67.1%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NTT도코모 그룹은 5369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으며 2000∼2001 회계연도(2001년 3월 31일 기준)에 4조7000억엔의 매출을 기록했다. 순수입은 3656억엔으로 자본가치 총액은 2250억유로에 달하고 있다(2001년 6월 4일 기준). 타사에 의한 시장침식을 허용치 않는 도코모는 지난 12개월간 670만명의 가입자를 새로 유치함으로써 더욱 강력한 성장세를 과시하고 있다. 5월 현재 도코모는 39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해 일본 이동전화시장의 57.3%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중 대부분은 PDC 네트워크에 가입하고 있다.(하지만 도코모는 PDC/PHS 듀얼 휴대폰을 내놓지 않고 있다).
△KDDI:DDI가 KDD와 IDO를 인수하면서 탄행한 KDDI는 2조2590억엔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2000∼2001년(3월 31일)에 134억엔의 순수입을 기록했다. 하지만 부채 또한 2조엔을 넘어섰다. KDDI의 주요 주주로는 체이스맨해튼은행(27%), 교세라(15.3%), 도요다(13.3%) 등이 포진해 있다. KDDI는 300만의 PHS 가입자, 400만의 PDC 가입자, 1100만의 CDMA One 가입자 등 총 1800만명의 가입자(이동전화 시장의 26.4%)를 보유하고 있다. KDDI는 퀄컴의 CDMA One 기술을 선택했으며 3세대 시스템(CDMA2000)으로 전환함에 있어 신뢰도 등을 강조하고 있다.
△J폰:J텔레콤의 자회사인 J폰(J-Phone)은 일본 이동전화 시장에 불어닥친 합병제휴 돌풍의 산물로서 최근에는 영국 최대 이통업체인 보다폰이 이 회사의 대주주로 참여했다. 5월 현재 J폰은 1000만명의 PDC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1조1064억엔의 매출을 기록했다. 직원은 3100명이다. J폰의 시장 접근방식은 공격적이다. 특히 젊은 세대에 대한 마케팅에 있어 공격적인 특성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가입자 1인당 월 평균매출액(ARPU)은 7700엔으로 도코모나 KDDI보다 낮다.
△아스텔 그룹(Astel Group):10개의 지역 PHS 사업권을 보유한 아스텔그룹은 약 1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PHS를 제외하고 무선 가입자 수의 증가와 보급률의 관점에서 본다면 일본시장의 역동성은 유럽보다 그리 나아 보이지 않는다. 일본 총 인구인 1억2500만명중 무선가입자는 5월 현재 6050만명으로서 50% 이하의 보급률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1분기 약 250만명의 가입자가 신규 발생했으며 올해 말이 되면 전체가입자는 7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금액면을 보면 일본시장은 유럽시장에 보다 유리한 장점을 갖고 있다. 도코모 가입자(i-mode)에 대한 ARPU는 약 8200엔에 달한다. 이는 유럽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것이다. 지난해 J폰 J스카이를 이용하는 가입자에 대해 7700의 ARPU를 올렸다고 발표했다.
이런 상황은 일본 통신시장에서 경쟁이 적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유선전화 이용료가 비교적 높으며(NTT가 90% 장악, 전화선 7만엔+이용료 월 4500엔) 이 때문에 이동전화의 이용률이 늘어나고 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일본에서는 모바일 사업자와의 경쟁이 전반적인 가격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는 선불카드가 없다는 것에서도 알 수가 있다.
◇모바일 인터넷:아이모드, 이지웹, J스카이
일본은 세계에서 모바일 인터넷이 성공을 거둔 유일한 국가다. 2년도 안되는 기간에 3700만명의 이용자가 탄생했다. 모바일 인터넷은 주로 아이모드로 알려져 있다. 아이모드는 NTT도코모가 자사의 서비스를 마케팅하면서 사용한 브랜드다. KDDI와 J폰 각각 이지웹과 J스카이라는 이름으로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이모드 서비스를 사용하는 이용자는 모든 인터넷 사이트에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단말기와 네트워크 특성에 맞춘 전용 사이트에만 접근이 가능하다. 일본에는 이런 사이트가 수만개에 달한다(NTT 도코모는 4만개 보유). 아이모드 서비스는 정기적인 업그레이드를 진행하면서 점진적으로 발전했다. 즉 처음에는 텍스트 모드였다가 그래픽이 추가되었고 이후에는 컬러가 추가되어 현재는 6만5000 색상을 표현하고 있다.
이런 점진적인 발전은 단말기 제조업체의 능력에 의해 가능했다. 이들은 다양한 제품을 출시했으며 재빠르게 신제품을 시장에 내놓았다. 이들의 단말기는 품질(컬러·해상도·광도), 화면의 크기, 배터리 사용시간에 있어 탁월하며 FM 사운드, 포지셔닝 시스템, 내장 카메라 등이 점차 추가되는 추세다. 즉 J스카이 가입자가 만일 샤프의 SHO4 단말기를 보유하고 있다면 사진을 찍은 다음 그 사진을 전자메일로 친구에게 전송할 수 있다. 반면 이 단말기는 스마트카드가 내장돼 있지 않다.
◇아이모드
아이모드는 매월 120만∼150만명의 가입자가 늘어나고 있다. 총 가입자 중 70%는 35세 이하이고 이중 3분의 1은 25세 이하다. 가입자는 계정을 개설하는데 3만∼4만엔을 지불하며 매월 전화기 사용료 7000엔과 월정 요금 300엔을 포함헤 평균 약 8200엔을 지불한다. 사용료와 월정액을 제외한 나머지 비용은 패킷교환 트래픽(128바이트 패킷 하나당 0.3엔)과 무인단말기(키요스크 ) 서비스 수수료다. 도코모는 가입자 평균 매출중 아이모드가 차지하는 부분이 오는 2005년에 50%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로이 아이모드에 가입하는 사용자들은 휴대폰을 구입하는데 약 5000엔을 지불하고 있는데 이는 유통업자가 제조업체로부터 약 3만엔에 구입한다.
아이모드는 공식등록사이트(6월 현재 1500개)에 직접 연결되는 메뉴를 통해 액세스할 수 있으며 비등록사이트(4만개)는 간접방식으로 연결된다. 비등록 사이트의 경우 웹 주소를 입력해야 한다. 주메뉴는 가입 조건에 따라 개인화할 수 있다. 아이모드 사이트들은 매주 15억회의 방문을 받고 있으며 아이모드 가입자 1인당 매월 748Kbps의 데이터를 다운로드하고 있으며 이중 90%는 매일 11개의 사이트에 접속하고 있다.
메시지는 최대 250자로 제한되며 파일 첨부는 지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NTT도코모가 전자 메일의 수신자에게도 비용을 청구하기 때문에 스팸 메일과 관련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250자 길이의 메일을 받는데 2엔)
<정리=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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