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한국전자전>한국전자전 어제와 오늘

 올해로 32돌을 맞는 한국전자전을 우리가 매일 생활 속에서 접하고 있는 TV의 역사와 빗대어 보면 ‘소형 컬러시대에서 대화면 벽걸이 디지털시대에 이르는 변화’를 담아내고 있다. 또 외국산 컴퓨터 조립생산에서 국산 개인휴대단말기(PDA)에 이르는 PC산업의 역사는 A부터 Z까지 그대로 반영돼 있다.

 한국전자전은 우리나라 산업화의 초기단계로 분류되는 60년대의 마지막 해부터 출발했다.

 70년 이전에도 한국전자산업은 진공관식 라디오 조립생산(59년), 콘덴서 생산 및 라디오 최초 수출(62년), 흑백TV 생산과 전자산업 수출전략산업 지정(66년) 등 우리 전자산업의 기초를 다지는 역사들이 있었다.

 69년의 제1회 한국전자전은 60년대의 이같은 산업화 초기 역사와 전자산업의 양적 성장기인 70년대와의 연결선상에서 국내 전자산업의 한 획을 긋는 사건으로 기록된다.

 69년 1월 28일 ‘전자공업진흥법’ 제정에 의거해 한국전자산업진흥회의 전신인 한국정밀기기센터는 1회 전자전을 덕수궁 옆 국립공보관 자리에서 8일간의 일정으로 개최했다. 당시 전시회는 금성사의 흑백TV, 남성흥업의 라디오를 비롯해 스피커·콘덴서 등이 출품됐으며 63건의 기술상담과 25건의 거래상담이 이뤄졌다.

 마산수출자유지역(70년)과 구미전자공업단지(71년) 설립, 한국전자공업진흥회 창립(76년) 등으로 우리 전자산업이 양적 성장을 거듭한 70년대에는 한국전자전도 다양한 변신을 도모했다.

 투자유치에 초점이 맞춰진 71년 2회 전시회를 거쳐 72년 3회 전자전에는 국내 최초로 컬러TV가 일반에 선보였다. 덕수궁 석조전에서 개최된 3회 전자전의 거래상담액은 1000만달러로 전시회다운 면모를 처음으로 갖추게 된다. 또 경복궁 코니탑에서 열린 73년 4회 전시회에는 컴퓨터가 처음으로 등장했고 74년과 75년 전시회에는 전자시계와 무전기 등이 모습을 나타냈다. 이 때부터 전자전은 첨단기술을 가장 먼저 접할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일반인에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한국전자전은 76년 7회 전시회부터 여의도전시장 시대에 접어든다. 78년 9회 전시회까지 계속된 여의도전시장 시절에는 국내에서 직접 조립한 컴퓨터와 태양전지 응용기기, 컴퓨터 응용기기, 전자의료기기 등을 선보이면서 거래상담액도 76년 1억달러 돌파, 77년 2억달러, 78년에는 3억달러를 돌파했다.

 한국전자전이 지금의 한국종합전시장 시대에 접어든 것은 76년 설립된 전자공업진흥회(현 전자산업진흥회)가 처음으로 전자전을 주관하기 시작한 79년 제 10회 전시회부터다.

 그리고 전자산업의 질적 고도화시대로 표현되는 80년대에 처음 개최된 제 11회 전자전에는 컴퓨터와 반도체 국산 제품이 등장하면서 한국 전자산업과 한국전자전의 비약적인 발전이 시작된다.

 80년대는 TDX-1 PC의 개발(82년), 64K D램 개발(83년), 전자수출 100억달러 달성(87년), 29인치급 브라운관 개발(89년) 등 국내 전자산업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일들을 담고 있다. 이에 힘입어 한국전자전 거래상담액도 80년 5억달러를 돌파하고 86년 8억달러를 기록한 뒤 89년부터는 10억달러 시대로 접어든다.

 한국전자산업은 이같은 저력을 바탕으로 90년대부터 세계적인 첨단기술을 속속 쏟아냈다. HDTV수상기 시제품 개발(93년), 세계 최초 256MD램 개발(94년), CDMA시스템 세계 최초 상용화(95년), 1GD램 개발(98년), 고선명 대화형 디지털방송 세계 최초 시연(2000년), 50㎚급 트랜지스터 개발(2000년) 등은 국내 전자산업뿐 아니라 세계 전자산업지도에도 기록되고 있다.

 99년에는 우리 전자산업의 수출액이 500억달러를 돌파해 세계인들의 눈과 귀를 ‘메이드 인 코리아’로 바꿔나갔다. 이에 힘입어 우리나라 전자산업 생산액 규모는 지난해 673억달러를 기록하면서 미국과 일본, 중국에 이어 세계 4위로 뛰어 올랐다. 이는 전통적인 기술국인 독일은 물론 영국, 대만보다도 앞선 것이다.

 32년의 연륜을 지닌 한국전자전은 이제 매년 14억 전후의 거래상담이 이뤄지고 15만명 규모가 참관하는 아시아지역 최대 전시회로 급부상했다. 그리고 21세기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32회 2001전자전은 정보화·디지털 사회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서는 누구도 놓칠 수 없는 세계인의 전자정보통신 전문전시회로 우뚝 서 있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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