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가 좋아 레이싱을 즐기는 것이 아닙니다.”
자동차나 오토바이와 혼연일체가 되는 느낌 때문에 달린다는 한국비엠씨소프트웨어의 김천재 과장(33)과 와와닷컴의 김웅 대리(31). 테헤란밸리에서 활기차게 일하고 있는 이들 두 사람은 무한 질주의 스피드보다는 차와 오토바이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4살 때부터 아버지의 오토바이를 타면서 오토바이와 인연을 맺었다는 김천재 과장은 주중에는 비엠씨소프트웨어의 기술지원업무에 밤잠을 설치는 일벌레다.
어린 나이부터 오토바이를 가까이했던 김 과장이 오토바이의 매력에 흠뻑 빠져든 건 군에 복무하면서부터였다. 김 과장은 대통령 경호실에서 군복무를 하며 오토바이를 타게 됐고 이를 계기로 면허증을 따게 됐다.
“오토바이를 타면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 버리고 하고 있던 일을 잠시 잊을 수 있습니다.”
오토바이를 타는 순간엔 오직 달리고 있다는 사실에만 신경을 쓰게 된다는 김 과장. 그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없는 ‘야마하R1’이라는 기종의 오토바이를 주말에 주로 탄다.
“2명의 동호인들과 함께 조를 이뤄 경춘가도를 달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여러 명이 떼를 지어 달리는 폭주족을 볼 때마다 안타까움을 느낀다는 김 과장은 그들이 오토바이를 타는 도를 알았으면 한다고 말한다.
김 과장은 곧은 길을 달릴 때 느껴지는 스피드보다는 코너를 돌 때 몸에 와 닿는 ‘코너링’을 즐겨 주말이면 유명산 코스를 달리곤 한다. “하나의 오토바이를 정복하게 되면 다른 기종으로 바꿔 새 기종에 적응해 갑니다.”
6개월마다 새로운 종류의 오토바이를 타는 김 과장은 오토바이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오토바이를 타면서 살아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할 줄 알게 됐습니다.”
안전운행을 최우선으로 하는 그도 몇 차례 크고 작은 사고를 겪었고 그 때마다 새로운 삶을 사는 기분으로 하루 하루를 보람차게 살기 위해 애쓴다고 말한다.
테헤란로 아셈타워 근처에 검은색 슈트에 헬멧, 진한 푸른색 오토바이의 김천재 과장이 있다면 포스코 앞 사거리에선 은색 티뷰론을 타는 와와닷컴의 김웅 대리를 만날 수 있다.
김웅 대리 역시 빠른 스피드를 느끼러 차를 타는 사람이 아니다. 김 대리는 현대자동차 공식지정 커뮤니티인 ‘티뷰론오너스그룹(TOG)’ 모터스포츠 부장을 맡아 안전한 드라이브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가끔은 스피드를 즐기지만 절대 일반도로에서는 달리지 않습니다.”
스피드를 즐기고 싶을 때 용인 레이싱코스를 이용한다는 김 대리는 독일의 아우토반과 같은 직선도로는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김 대리는 차와 하나가 되는 순간의 쾌감을 위해 드라이브에 나선다.
“차와 하나가 된 순간에는 스피드가 빠르지 않더라도 시야가 넓어지고 차를 자유자재로 제어할 수 있게 됩니다.”
그의 차는 겉으로 보기엔 자주 볼 수 있는 티뷰론이다. 그러나 김 대리의 애마는 성능 향상을 위해 205마력의 터보엔진을 장착, 높은 퍼포먼스와 완벽한 튜닝을 자랑한다.
“데이터베이스나 네트워크도 튜닝이 잘 돼야 높은 성능을 내듯이 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온통 차에 대한 성능에 정신을 쏟으며 얘기하는 김 대리는 무사고 10년의 베테랑 드라이버다. 동호회에서 모터스포츠 부장직을 맡으면서는 더욱 회원들에게 안전한 운전 모습을 보여주려 애쓴다는 김 대리. 그의 차에는 TOG 멤버면 누구나 알아볼 수 있게 그룹 마크와 그의 ID가 부착돼 난폭운전을 하면 즉시 신고가 들어온다.
운전을 하면서 무선통신을 즐기는 TOG 멤버들은 시티즌밴드(CB)를 이용해 서로 위치를 확인하며 드라이브를 즐긴다. 인터넷경매회사인 와와닷컴에서 고객의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는 김웅 대리는 밤늦도록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차가 없는 야심한 밤에 차와 하나가 돼 달리는 기쁨을 가장 크게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느낌 때문에 일부러 일을 더 열심히 한다는 김 대리. 그는 전문 레이서는 아니지만 용인 레이싱코스에서 ‘카트’라는 일종의 경주 연습용 차를 탈 수 있는 B타입 면허가 있다.
“경주용 차를 몰 수 있는 A면허를 따는 게 올해 목표입니다.” 차는 단순히 차가 아니라 하나의 완벽한 구조체라 주장하는 그는 차의 성능에 대한 욕심이 자꾸만 커져 간다며 웃어보인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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