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 관련 전략기술로 세계시장을 뚫는다.’
이동통신 수출이 국가경제의 지렛대로 부각된 지금, 이동통신 수출경쟁력의 핵심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전파기술이다.
아무리 좋은 이동통신장비 생산설비와 수출루트, 국제적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전파기술에서의 확실한 기술우위를 확보하지 못하면 지금 당장의 이동통신 수출효과도 오래지 않아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유선부문에서 통신기술은 전송속도와 교환기술 정도가 대부분을 차지했었다. 하지만 무선 기반의 이동통신서비스가 통신의 주류로 자리를 잡으면서 통신기술의 의미는 유선부문 기술 전체에 전파기술이 덧붙여지는 변화가 생기게 됐다.
국내 통신업계도 이같은 변화를 감안, 이동통신분야의 세계적인 경쟁력을 앞서 획득하기 위해 전파관련 전략기술 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전파기술이 곧 이동통신의 세계경쟁력을 가늠하는 잣대로 작용하기에 이른 것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유럽형이동전화(GSM) 단말기에도 그 기술 밑바탕에는 전파기술이 깔려 있다. 이동전화 단말기에서 더 나아가 최근 세계시장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중계기, 기지국 핵심장비 등에서도 하나하나 그 원천경쟁력은 전파기술 쪽에서 나온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것이다.
이렇듯 세계 이동통신산업 경쟁력의 정점에서 주목받고 있는 전파기술에는 몇가지 중요한 산업적 특성이 담겨 있다.
우선 전파기술은 21세기형 고부가가치 산업의 전형적 모습을 띠고 있다. 생산적 노하우가 집약된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하나하나가 기술 그 자체인 기술집약적 산업의 표본인 것이다. 더구나 전파기술은 실제 서비스나 제품외양에 표출되어 드러나지 않지만 해당 서비스와 제품의 근간을 이룬다는 점에서 높은 부가가치성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기술 특성이나 서비스 본질이 자주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번 개발돼 적용되면 일정기간 동안은 안정적인 수익창출까지 가능해진다.
다음으로 고부가가치성과 관련된 것이지만 전파기술은 선도성에 따라 기술차별성이 분명하고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에 이르기까지 배타적 기술권리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경우 세계적으로 가장 먼저 상용화되고 실제 서비스에서 정착된 전파기술의 경우 세계 표준으로 규정돼 이후에 발생하는 관련기술을 모두 선도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천문학적인 액수의 기술권리가 발생함은 물론, 다른 기술관련 연구개발에서도 계속해서 앞서갈 수 있는 토대를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파기술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방대한 수요시장을 이미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무한정의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안은 아이템이라는 것이다. 이미 중국시장에 대한 세계통신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듯이 중국 이동통신에 적용할 수 있는 전파관련 제품의 수요는 실로 무궁무진하다. 우리나라 전파 관련 제품이 가격문제를 앞도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우위에 서있다면 중국시장은 국내 통신업계에 기회의 시장이 아니라 이미 펼쳐진 황금시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중국뿐 아니라 인도·중동·중남미시장 등 미개척시장에서도 기술력만 있다면 시장빗장을 열고도 남을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전파기술이 가진 이러한 특성은 국내 통신업계가 왜 전파관련 기술확보에 나서야 되는지를 분명히 말해주고 있다.
국내 통신업계의 내재적 부가가치를 높이는 일은 수출에서 성공하고 세계기술을 선도하는 여러 가지의 방도를 통해서 가능하겠지만 그보다 더 원천적으로는 전파관련 기술에 대한 자립에서 나아가 우수한 전파기술을 다수 확보하는 일을 통해 가장 확실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 전파강국이 되는 것은 이러한 전파기술의 중요성을 하루빨리 인식하고 그에 대한 정부, 통신업계, 연구기관, 민간학회 전체의 공통된 노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다. 그에 따라 우리나라가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전파기술을 다수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세계를 움직이는 힘이 기술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은 세계적인 정보기술(IT) 혁명이 거세게 불어닥친 80년대부터 더욱 확고해졌다. 여기에 통신기술의 발전과 이동통신, 무선화의 급진전은 우리나라가 변화상황에 발맞춰 전파 전략기술을 하루빨리 확보할 것을 다시 한번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부응한다면 우리나라는 21세기 통신강국으로서의 면모를 새롭게 다지며 이동통신 종주국으로서의 변신을 거듭하게 될 것이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서비스 대중화에는 앞섰을지라도 전파기술 선진국의 지위는 다른 나라에 내주고 말 것이다.
유망한 전파 신기술의 확보로 국내 통신업체들이 세계시장을 뚫고 나아간다면 우리나라는 백년희망의 대로를 닦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반도체 R&D 주52시간 예외…특별연장근로제로 '우회'
-
2
테슬라, 중국산 '뉴 모델 Y' 2분기 韓 출시…1200만원 가격 인상
-
3
LS-엘앤에프 JV, 새만금 전구체 공장 본격 구축…5월 시운전 돌입
-
4
“TSMC, 엔비디아·AMD 등과 인텔 파운드리 합작 인수 제안”
-
5
“1000큐비트 양자컴 개발…2035년 양자 경제 선도국 도약” 양자전략위 출범
-
6
'전고체 시동' 엠플러스, LG엔솔에 패키징 장비 공급
-
7
헌재, 감사원장·검사 3명 탄핵 모두 기각..8명 전원 일치
-
8
모바일 주민등록증 전국 발급 개시…디지털 신분증 시대 도약
-
9
구형 갤럭시도 삼성 '개인비서' 쓴다…내달부터 원UI 7 정식 배포
-
10
공정위, 이통 3사 담합 과징금 1140억 부과
브랜드 뉴스룸
×